d라이브러리










 
“으아악! 도대체 어디까지 떨어지는 거야?”
폴과 폴리스는 모일러 저택에서 추락하기 시작해 끝도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 떨어지기만 하니 폴은 지겹다 못해 주변을 둘러볼 여유까지 생겼다. “응? 벽면에 수학 기호들이 있네? 윽! 저건 얄미운 모일러 녀석 얼굴이잖아?”
폴리스는 흥분한 폴이 허우적대는 꼴이 우스꽝스러워 추락하는 와중에도 웃음을 터뜨렸다. 폴과 폴리스, 이렇게 여유만만해도 되는 걸까?

문제 ❶ 이대로 추락하면 마그마로 직행?!


“한참 웃어서 그런가? 폴리스, 좀 덥지 않아?”
“음, 그것보단 실제로 주위가 좀 더워진 것 같아.”
그 때 폴의 눈에 저 아래쪽에서 붉은 글씨가 깜빡이고 있는 게 보였다.
“응? 저 아래 뭐라고 써 있는데?”
둘은 빠르게 스쳐 지나갈 붉은 글씨를 보기 위해 집중했다. 붉은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마그마라니…, 말도 안 돼!”
경고문을 보고 잔뜩 겁을 먹은 폴이 거칠게 움직이며 버둥거렸다. 이대로 가면 마그마로 떨어진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하지만 떨어지는 걸 막을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폴리스의 얼굴도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어? 폴! 주머니에서 뭔가 떨어지는데?”
버둥거리다가 중심을 잃은 폴의 주머니에서 튀어나온 것은 다름아닌 모일러 주사위였다. 폴은 엉겁결에 주사위를 손에 꽉 쥐었다. 그러자 모일러 주사
위를 쥔 손에서 환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폴이 주사위를 들여다보자, 노란 화살표에서 웬 종이 한 장과 가위가 튕겨져 나왔다.
“뭐야~, 웬 가위랑 종이?”
심각한 위기의 순간에 고작 종이 한 장과 가위로 무엇을 한단 말인가? 폴이 어이 없어 하고 있을 때 종이에 뭔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글씨였다!
“혹시 위기의 순간인가요?”
아무 것도 써 있지 않던 빈 종이에서 글이 나오다니! 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법의 종이인가 봐!”
“이 가위로 나를 10조각 내세요. 그럼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글을 보고 폴이 다급하게 가위로 종이를 자르려는데, 이번엔 종이에 절망적인 글이 나타났다.
“단, 가위는 두 번 사용하면 없어집니다. 그러니 꼭 두 번의 가위질로 10조각을 만드세요!”

문제 ❷ 거미줄을 빠져 나가라!

“서…, 성공이다! 10조각이 났어!”
폴과 폴리스가 두 번의 가위질로 종이를 10조각내는 데 성공하자, 10개의 종이 조각이 거대한 그물 모양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10개의 그물은 벽에 들러붙으며 펼쳐지더니, 떨어지던 폴과 폴리스를 떠받치며 추락을 막았다.
“휴~, 덕분에 살았다.”
폴이 주머니에서 모일러 주사위를 꺼내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모일러 주사위가 그런 요상한 마술을 부렸는지 신기해.”
폴은 아까처럼 주사위를 꼭 쥐어 봤지만 주사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묵묵부답이었다.
“폴, 저 앞쪽에 빛이 보여.”
폴리스가 가리킨 곳에는 매우 작지만 선명한 하얀 빛 같은 것이 보였다.
“빛이 나오는 쪽으로 가 보자.”
폴의 말에 폴리스가 성큼성큼 그물 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폴은 흔들리는 그물이 불안해서 폴리스처럼 빠르게 나아갈 수가 없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엉금엉금 기어가다 보니 폴리스와 거리가 점점 벌어졌다.
“포…, 폴리스! 제발 천천히 좀 가.”
폴리스는 뒤돌아 폴을 흘끗 바라보더니 이내 빠르게 그물 위를 나아가며 말했다.
“서둘러 그물을 벗어나야 할 것 같아. 그물에서 우리 말고 다른 진동이 느껴져.”
폴리스의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앞에 거대한 거미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빛 쪽을 향해 가려면 거미를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흐흐, 이거 방문객은 오랫만이구먼.”
거대한 거미가 음흉하게 웃으며 말을 했다.
“아악! 난 세상에서 거미가 가장 싫어!”
폴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를 지르자 거미가 정색하며 답했다.
“이거 무례하구먼. 이래봬도 난 신사라고. 아무나 무작정 잡아먹진 않는다고. 기회를 주지. 자네들이 서 있는 자리의 숫자들의 합을 구하면, 신사답게 보내 주지.”

문제 ❸ 투명 다리를 건너라!

거미를 통과해 빛이 뿜어져 나오는 곳에 도착한 폴과 폴리스. 그 곳은 밖으로 통하는 문이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간 둘은 깜짝 놀라고 만다. 바로 앞에 천길 낭떠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낭떠러지라니! 여기까지 왔는데 앞으로도, 뒤로도,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없는 거야?”
이 때 폴리스가 편지 한 장을 주워 폴에게로 다가왔다. 편지는 매우 오래 전에 쓰여진 듯 종이가 매우 낡아 보였다.
“뭐라고 쓰여 있어?”
편지를 남긴 주인공은 오래 전, 이 낭떠러지를 건넜다고 적혀 있었다. 지금 폴과 폴리스처럼 낭떠러지를 보고는 깊은 좌절감에 빠져 그냥 낭떠러지 아래로 몸을 던지려고 하다가 우연히 투명한 다리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뭐? 그럼 이 낭떠러지 사이에 투명한 다리가 있다는 거야? 말도 안 돼~.”
믿어지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돌을 집어 던져 보았다. 그러자 돌이 딱 소리를 내며 투명한 허공에 잠시 걸렸다가 아래로 떨어졌다. 뭔가 있는 게 분명했다.
“편지를 좀 더 읽어 볼게. …낭떠러지 사이의 투명다리는 직선 형태가 아니라 구불구불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런데 한 번 지나간 길은 소멸되었다가 한 달 뒤 다시 생성되기 때문에, 한 번에 다리를 건너지 않으면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거나, 한 달 동안 오도가도 못하고 투명한 공간에 떠 있어야 한다…?”

문제 ❹ 요정의 거짓말, 열쇠의 주인을 찾아라!

폴과 폴리스가 간신히 투명 다리를 건너는 데 성공했을 땐, 이미 주변이 어둑해져 어디로 향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런데 저 멀리 어둠 속에서 파르스름한 빛이 둥둥 떠 있는 게 보였다.
“반딧불이인가? 확인해 보자!”
폴은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키 큰 수풀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폴리스는 컴컴해진 낯선 숲에서 뭔지도 모를 불빛을 향해 이동하는 게 영 꺼림칙했지만, 딱히 다른 방법이 없었다. 파르스름한 불빛이 가까워지자 폴리스가 폴을 멈춰 세웠다.
“폴, 잠깐만!”
“빨리 안 가면 저 불빛이 없어질지도 몰라.”
폴은 폴리스의 말을 들은 체도 않고 기어이 파르스름한 불빛까지 바짝 다가갔다. 불빛의 정체는 숫자처럼 생긴 작은 요정들이었다. 숫자 요정들은 자기들끼리 수근거리다가 폴을 발견하고는 한 목소리로 합창했다.
“다른 세계에서 왔구나? 너도 열쇠가 필요하니?”
“뭐? 내가 다른 세계에서 온 건 어떻게 알았어?”
요정들은 계속해서 말했다.
“열쇠는 우리 중 한 명이 갖고 있어. 열쇠를 갖고 있는 요정을 맞추면 네게 열쇠를 줄게.”
폴리스가 뒤이어 도착했을 때, 1 모양을 한 요정부터 말을 하기 했다.

요정 1 열쇠를 갖고 있는 건 요정 5야.
요정 2 내가 갖고 있어.
요정 3 요정 2 말이 맞아. 열쇠를 갖고 있는 건 요정 2야.
요정 4 요정 5는 아니야.
요정 5 요정 2 아니면 요정 8이 갖고 있어.
요정 6 요정 5가 갖고 있어.
요정 7 요정 2는 아니야.
요정 8 요정 2도 아니고, 나도 갖고 있지 않아.
요정 9 요정 8은 진실을 말하고 있어.

여기까지 한 명씩 말한 요정들이 다시 합창했다.
“우리 중 진실을 말하는 건 3명뿐이야. 열쇠를 갖고 있는 건 누구일까?”

숫자 요정들의 감옥에 갇힌 폴

“요정 5가 갖고 있다는 거야? 8이 갖고 있다는 거야? 으악! 도무지 모르겠어! 무슨 요정이 거짓말을 하냐고!” 요정들은 폴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자신들의 말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요정들의 계속된 재잘거림에 폴은 골치가 다 아파왔다.
“그만 그만!”
폴의 외침에 요정들이 말을 뚝 멈추더니 갑자기 무표정한 얼굴로 폴을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들 중 열쇠를 가진 건 누구일까?”
폴리스가 끼어들려고 했지만 요정들이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넌 자격이 없어.”
요정들이 이렇게 말하자, 폴리스는 입을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 모습에 폴은 잔뜩 겁이 났다. 하지만 요정들은 한결 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폴에게 답을 요구했고, 폴은 하는 수 없이 대충 찍어서 말했다.
“요정 5?”
폴의 대답에 요정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더니 폴을 향해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화살은 폴을 둘러싸며 바닥에 하나씩 꽂혔고, 그 결과 폴은 감옥에 갇힌 꼴이 되고 말았다.
“으악! 이게 뭐야! 꺼내 줘!”
숫자 요정들은 폴이 갇힌 감옥을 뱅글뱅글 돌며 노래를 불렀다.
“수학의 기본은 논리. 논리를 모르는 자 모두 이곳에 가지. 수학의 기본은 논리. 논리를 모르는 자 모두 이 곳에 가지~♬”
그러더니 요정들은 폴이 갇힌 감옥을 감싸며 순식간에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이거 놔 줘! 어디로 가는 거야? 폴리스! 폴리스!”
하지만 폴리스 역시 대책이 없었다. 그저 폴이 어디로 향하는지 방향을 주시하며 소리칠 뿐이었다.
“당황하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려! 내가 데리러 갈게! 위급할 땐 주사위를 잊지 마!”
폴과 숫자 요정들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폴리스가 외친 소리를 들었을지 확인할 수도 없었다. 숫자 요정들이 사라지고 나자 숲은 더욱 컴컴해졌다.
“일단 여기서 밤을 새야겠군.”
폴이 걱정됐지만, 이렇게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숲에서는 별 수 없었다. 홀로 남은 폴리스는 적당히 누울 자리를 찾아 몸을 뉘이며 중얼거렸다.
“논리라…, 갈 곳은 그 곳뿐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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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4월 수학동아 정보

  • 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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