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여름이다~♬. 곧 시작되는 여름방학, 날씨는 이미 한여름이다. 무더위를 건강하게 잘 이기려면, 꾸준한 운동은 필수다. 여름이면 늘 간절히 생각나는 운동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수! 영! 물개처럼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고 싶지만 첨벙첨벙 물놀이와는 차원이 다른 정통 수영에는 자신 없다면?! 걱정하지 마시라~. 수학동아가 야심 차게 준비한, 수학으로 분석한 ‘수영 잘하는 비법’을 공개한다!
물 밖으로 몸이 잘 나와야
여름철 푹푹 찌는 더위를 한 방에 날려줄 수영. 수영은 오늘날처럼 운동 경기로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맹수나 더위를 피하기 위해, 어쩌면 살기 위해 수영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차츰 일정하게 헤엄치는 방법인 ‘영법’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수영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크롤 영법, 배영, 평영, 접영 등을 이용해 시간 기록을 겨루는 운동 경기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보통 수영이라고 하면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만 떠올리기 쉽다. 사실 수영은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는데, 하나는 수면 위의 정해진 거리를 자유로운 영법 또는 정해진 영법을 이용해 누가 빨리 헤엄치느냐를 겨루는 경기를 말하고, 다른 하나는 물놀이, 잠수, 다이빙 등을 모두 포함하는 경우를 말하기도 한다. 오늘 함께 살펴볼 수영은 첫 번째 의미의 수영 경기에 관해서다.
‘정해진 거리를 누가 빨리 가느냐?’를 겨루는 운동 경기는 수영 외에 육상도 있다. 두 경기는 저항을 이겨내야 하는 운동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육상은 땅 위에서 공기의 저항을 이겨내야 하고, 수영은 물속에서 물의 저항을 이겨내야 한다.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물속보다 공기 중에서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그나마 공기의 저항력이 물의 저항력보다 작기 때문이다. 이는 물과 공기의 밀도 차이에 따라 생긴 저항력의 차이다. 상대적으로 물의 밀도가 공기의 밀도보다 크다.
수영을 할 때는 손으로 물을 끌어당기거나 발로 물을 찬다. 이 동작은 선수들의 진행 방향과 반대로 이뤄지기 때문에 반작용으로 물의 저항은 더욱 거세진다. 따라서 선수들이 거센 물의 저항을 그나마 적게 받으려면 몸이 물 밖에 많이 나오는 연습을 해야 한다. 즉 선천적으로 몸이 물에 뜨는 힘(부력)이 클수록 기록 단축에 유리한 편이다. 또한 수영 속도를 높이면 몸이 물에 잘 뜨고, 몸이 물 밖에 많이 나오게 돼 물의 저항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공기 중에 몸이 많이 노출될수록 그만큼 몸무게 때문에 가라앉게 된다.
이처럼 수영을 잘하려면, 몸에 작용하는 힘과 물에 작용하는 힘을 적절히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자유형은 영법이 아니야!
우리가 흔히 영법의 한 종류로 알고 있는 자유형은 영법이 아니라 수영 경기의 한 종목이다. 자유형은 말 그대로 영법에 제한을 두지 않고 겨루는 경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수영 강습의 ‘자유형’ 시간에 배우는 영법은 크롤 영법이며, 보통 빠른 기록을 내기 위해 자유형 종목 때 대부분 크롤 영법을 사용한다. 실제로 자유형 경기 때는 자신의 레인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떤 헤엄도 가능하다.
예선 1위는 왜 4레인에 설까
수영 선수들은 늘 물의 저항과 싸워야 한다. 이것은 결승 경기의 자리 배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선 경기의 순위에 따라 아래 그림과 같은 순서로 자리가 정해진다. 결승 경기의 자리 배치는 예선 경기에서 1위를 한 선수(4번 레인)를 기준으로 해 양옆으로 대칭을 이룬다. 대체 이유가 뭘까?
수영장은 바다와 달리 직육면체 모양의 갇힌 공간이다. 선수들은 경기를 어느 위치에서 치르느냐에 따라 물의 저항을 달리 받는다. 따라서 자리 배치는 선수들의 기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잔잔한 물살을 가르고 헤엄쳐 앞으로 나갈 때, 수영장의 중앙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일수록 물의 저항을 덜 받는다. 이것은 배가 앞으로 나아갈 때 물살이 배를 중심으로 해 좌우 바깥쪽으로 퍼지는 원리와 같다.
다시 말해 8번 레인에서 수영하는 선수는 4번 또는 5번 레인에서 경기하는 선수들로 인해 수영장 바깥쪽으로 퍼져 나오는 물살의 영향까지 받게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예선 경기 때 우수한 성적을 낸 선수에게물의 저항을 덜 받는 위치에서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도록 우선권을 주는 것이다.
2011년 국제그랑프리대회 100m 종목에서 박태환 우승!
박태환 선수는 지난 6월 18일 미국 샌타클래라에서 열린 국제그랑프리수영대회의 자유형 100m 종목 결승에서 예선 2위로 5레인에 섰다. 박 선수는 최대의 라이벌이자 미국의 수영 황제인 마이클 펠프스 선수를 꺾고,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 경기는 모두 9명이 참가해 예선 경기에서 1위를 기록한 미국의 그레엄 무어 선수가 4레인을 차지했고, 4레인을 기준으로 해 8레인 경기와 같은 방법으로 순위에 따라 양옆으로 선수가 배치됐다.
미니 인터뷰
“수영 훈련은 수학과 과학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수영’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어느날 혜성처럼 등장한 ‘마린 보이’ 박태환 선수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박태환 선수 이전에도 국가의 위상을 높인 수영 선수들이 여러 명 있었지만, 신체 구조상으로 좀 더 유리한 서양 선수들의 벽을 넘진 못했다. 하지만 박태환 선수는 훤칠한 키와 길쭉한 팔다리로 수영 실력을 쌓으며 세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한국인 최초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 종목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를 세상에 빛나게 해준 이가 있었으니, 박태환 선수와 15년 세월을 함께한 노민상 전 수영 국가대표 감독이다.
수학동아는 ‘수영 잘하는 법’을 한 수 배우기 위해 그를 만나러 갔다. 지난 6월 15일, 뜨거운 뙤약볕 아래 세 시간을 차로 달려 노 감독이 재직 중인 충북 괴산의 중원대학교를 찾았다. ‘수영 특성화 대학’이라는 명성답게 학교에는 50m 길이의 8레인 수영장이 6개나 있었다. 엄청난 규모에 놀랐고, 시설을 갖추기까지 뒤에서 끊임없이 노력한 노 감독의 식지 않은 열정에 또 한 번 놀랐다. 노 감독은 “이젠 수영도 수학과 과학의 힘을 빌려 훈련하는 시대”라며 자신의 제자들을 소개했다.
무엇보다 수영 훈련용 첨단 장비를 두루 갖춘 수영장은 실험실을 방불케 했다. 노 감독은 “만약 과학의 힘을 빌려 0.001초라도 기록 단축에 도움이 되고, 선수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다면 직접 미국에 가서라도 장비를 구해오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열정이 남달랐다. 마지막으로 노 감독에게 수영 선수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늘 연습을 실전처럼 하세요. 그리고 유연성과 균형감각을 집중해서 키우세요. 수영은 부드러움 속에 강함이 존재하는 운동입니다. 욕심을 버리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다면 누구나 제2, 제3의 박태환 선수가 될 수 있습니다.”
훈련 도구와 방법에서부터, 선수들의 수영복까지 수영은 수학과 과학이 공존하는 스포츠였다. 더불어 사는 삶이 아름답듯 과학과 더불어 발전하는 수영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수영 기록 분석에 표와 그래프는 필수!
수영 선수들은 훈련을 통해 자신의 장·단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감독과 코치들이 초시계와 훈련노트로 선수들의 기록을 측정하고 분석해왔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다르다! 수학을 알아야 기록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
기자가 직접 만난 중원대 선수들은 모두 손목시계 모양의 장치를 찬 뒤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수영 훈련 장치’라고 불리는 이것은 오직 수영 선수를 훈련시키기 위한 미국에서 개발한 도구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거리에 따른 시간 기록은 물론이고, 훈련 시간 동안의 평균 스트로크(팔 휘젓기) 수, 전체 훈련량, 칼로리 소모량이 측정되는데, 영법에 따른 분석이 한 번에 가능하다. 이렇게 측정된 기록들은 컴퓨터로 전송돼 각각 원그래프, 꺾은선그래프, 막대그래프의 형태로 바로 나타난다.
기록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선수의 전체 훈련량을 알 수 있다. 이 선수가 연습한 총거리는 4750m이므로 50m 수영장을 47.5회 왕복했고, 50m당 평균 스트로크 수는 15회였으며, 칼로리는 811kcal를 소모했다는 사실을 바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아무리 정확하고 명쾌한 분석이라 할지라도, 그래프를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 이때 수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이제 같은 정보를 그래프와 표로 나타낼 때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알아보자.
원그래프는 이 선수의 평균 스트로크 수가 15~16회임을 한눈에 보여주고, 표에서는 해당 값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따라서 상황에 맞춰 그래프 또는 표를 선택해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록 단축에 도움을 받는 것이다.
또한 선수들은 보통 스트로크 수에 대한 수영 거리 비율을 많이 분석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선수가 100m를 스트로크 35회로 완주했다면, A선수의 스트로크 1회당 이동한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다만 잠영으로이동한 거리는 완주거리에서 빼고 계산해야 한다. 만약 잠영으로 15m씩 왕복 30m를 이동했다면, 스트로크로 이동한 거리는 70m이고 이 선수는 스트로크 1회당 평균 2m를 이동한 셈이다. 물론 구간별로 체력의 차이가 있으므로 실제 이동거리는 다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박태환 선수의 실력을 분석해, 400m 종목에서 250m 구간 이후로 100m당 스트로크를 32회로만 유지하면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삼각형 모양의 돌기 붙인 전신 수영복이 금지된 이유
초창기 수영 경기에서 수영복은 신체 노출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 당시엔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수영복을 개발한다는 일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심지어 수영복의 소재가 물을 잘 흡수하는 ‘울’ 소재여서 물속에서 무게가 더 증가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개발된 전신 수영복은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호주의 이안 소프 선수가 전신 수영복을 입고 나와 세계기록을 연달아 갱신했기 때문이다. 이안 소프의 전신 수영복은 상어 비늘을 본떠 만든 ‘패스트 스킨’이라는 소재를 이용했다. 상어는 피부 표면에 작은 삼각형 모양의 돌기 형태로 비늘이 나 있어 매끄럽지 않은데도 빠른 속도로 수영할 수 있다. 같은 원리로 수영복의 표면을 거칠게 제작하면 물의 저항을 줄여 수영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2010년 5월, 과학으로 만든 전신 수영복은 선수들의 실력 경쟁에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금지됐다.
예를 들어 이언 소프 선수는 키가 197cm, 발사이즈가 350mm이고, 박태환 선수는 키가 183cm, 발사이즈가 270mm다. 이미 키와 팔다리 길이만으로도 경쟁에 유리한 이언 소프 선수가 전신 수영복까지 입고 경기에 임한다면, 신체 조건에 따라 전신 수영복의 표면적에서도 차이가 발생하므로 훨씬 더 유리한 것이다. 선수 개개인의 수영 실력보다 누가 더 과학의 힘을 많이 빌리느냐의 문제로 경기의 목적이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수영연맹에서는 전신 수영복을 금지시켰다.
다행히 박태환 선수는 처음부터 전신 수영복 입기를 거부해 왔다. 그래서일까. 박태환 선수는 전신 수영복이 금지된 이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