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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길쭉한 고양이 눈, 네모난 소 눈, 동그란 사자 눈 눈동자의 법칙

고양이와 사촌인 살쾡이, 하이에나는 눈동자가 세로로 길쭉하다. 그런데 고양잇과 가족인 사자와 호랑이는 눈동자가 둥글다. 소와 염소, 말의 눈동자는 가로로 긴 네모 모양이다. 동물마다 눈동자가 다르게 생긴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최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시각과학과의 마르틴 뱅크스 교수팀은 동물의 눈이 먹이의 종류와 사냥 방법에 알맞게 진화했다는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트’ 8월 7일자에 발표했다.

뱅크스 교수팀은 동물 214종의 눈동자를 관찰했다. 그리고 생김새에 따라 세로로 길쭉한 ‘고양이 눈’, 사람 눈동자처럼 동그란 ‘둥근 눈동자’, 가로로 긴 직사각형 모양인 ‘네모 눈동자’로 분류했다. 연구팀은 각 눈동자와 닮은 조리개를 만들어 카메라에 넣고 십자 모양의 사물을 찍었다. 그 결과 눈동자마다 시야뿐 아니라 원근감도 전혀 달랐다.

둥근 눈동자 조리개로 찍었을 때는 상이 가장 또렷하게 맺히는 초점거리보다 가깝거나 멀어지면 상이 전체적으로 흐려졌다. 하지만 고양이 눈과 네모 눈동자는 결과가 판이 하게 달랐다.

고양이 눈은 세로, 소 눈은 가로가 잘 보여

고양이 눈은 거리가 멀어지거나 가까워져도 세로선은 또렷하게 보였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가로선은 간유리가 막혀 있는 것처럼 흐릿해졌다. 네모 눈동자는 이와 반대로 거리가 멀어지거나 가까워져도 가로선은 또렷하게 보였지만, 세로선은 희미하게 보였다.

연구팀은 눈동자 생김새에 따라 동공의 크기, 동공에서 망막까지의 거리, 망막에 맺히는 상의 지름, 망막에 상이 가장 또렷하게 맺힐 때의 초점거리 등을 관찰해 수학모형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눈동자마다 시각이 어떻게 다른지 시뮬레이션했다. 그러자 앞서 실험으로 알아낸 것처럼 고양이 눈은 수직적인 물체를, 네모 눈동자는 수평적인 물체를 봤을 때 상이 정확하게 맺혔다. 이 말은 고양이 눈은 제자리에 서 있는 사물을, 네모 눈동자는 옆으로 움직이는 사물을 비교적 또렷하게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동공을 둘러싼 근육이 다르게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처럼 눈동자가 둥글면 동공을 둘러싼 근육도 도넛 모양으로 둥글다. 이 근육이 조이거나 늘어나면서 빛이 들어오는 양을 조절한다. 하지만 고양이 눈은 동공 양 옆에 기다란 근육이 달려 있다. 그래서 양 옆에서 동공을 가늘게 수축시켜 수직적인 시력이 뛰어나다. 이와 반대로 네모 눈동자는 동공 위아래에 근육이 있다. 그래서 동공을 가로로 길게 줄여 수평적인 시력이 뛰어나다.
 
고양이와 하이에나는 매복 사냥에 유리


 
연구팀은 육식동물 중에서도 고양이나 악어는 고양이 눈을, 사자나 호랑이는 둥근 눈동자를 가진 이유를 밝히기 위해 또 다른 수학모형을 세웠다. 육식동물이 사냥을 할 때 먹잇감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움직이는지 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보통 동물은 세 가지 능력을 복합적으로 이용해 사물의 위치와 거리를 알아낸다. 양쪽 눈의 시각차에 따라 원근감을 알아내는 ‘입체시’, 사물이 움직이는 위치와 방향을 느끼는 ‘운동 시차’, 거리에 따라 사물의 윤곽이 또렷하거나 흐려지는 ‘초점 흐림’이다.


 
예를 들면 고양이 눈을 가진 고양이와 살쾡이, 하이에나는 수평적인 사물을 보는 시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운동 시차가 떨어진다. 옆으로 도망가는 먹잇감을 잘 볼 수 없는 셈이다. 그 대신 입체시와 초점 흐림이 좋아 원근감이 뛰어나다. 그래서 몸을 숨기고 먹잇감을 숨어서 지켜보다가, 순식간에 달려드는 ‘매복 사냥’이 유리하다.

그런데 사자와 호랑이, 표범, 치타(왼쪽 사진)는 고양잇과에 속하는데도 왜 눈동자가 둥글까? 이들은 다른 고양잇과 동물과 달리 어깨 높이가 약 42cm보다 높다. 심지어 치타는 시속 120km 정도의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 덩치가 크고 속도가 빠른 덕분에 매복하지 않고도 원하는 먹잇감을 사냥할 수있다. 이때 둥근 눈동자는 가깝고 먼 곳을 두루 살펴보기에 효율적이다.

풀 뜯으며 주변 감시하는 네모 눈동자


 
초식동물은 다른 동물을 공격하지 않고 초원 어디에나 무성하게 자라 있는 풀을 뜯어먹기 때문에 입체시가 뛰어날 필요는 없다. 차라리 초원이 얼마나 넓은지, 저 멀리서 천적이 다가오고 있지는 않는지 살피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초식동물은 눈이 양 옆에 달려 있다. 입체시는 떨어지지만 양쪽 눈이 각각 볼 수 있는 단안시가 뛰어나다. 입체시로 볼 수 있는 면적이 상대적으로 좁기 때문에 초식동물 눈에 보이는 세상은 납작하다.


 
또 초식동물은 대부분 눈동자가 네모나다. 이런 눈동자는고양이 눈과는 반대로 동공 위아래에 근육이 달려 있다. 가로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해 수평적인 시력이 뛰어나다.

연구팀은 네모 눈동자를 흉내 낸 카메라로 광축을 시축과 비교했다. 광축은 눈에서 동공, 망막까지 선으로 그었을 때 생기는 축이며, 시축은 실제로 눈에 들어오는 시야에서 가장 끝에 보이는 것을 그은 축이다. 대개 사람이나 고양잇과 동물은 시축과 광축이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초식동물은 광축보다 시축이 약 87°나 컸다. 앞을 보고 있어도 양쪽 눈이 각각 87° 만큼이나 넓게 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초식동물눈에는 마치 카메라의 파노라마 버전으로 촬영했을 때처럼 풍경이 길고 넓게 펼쳐져 보인다.

소나 양이 풀을 뜯는 모습을 가만히 관찰해본 적이 있는가? 놀랍게도 초식동물은 머리를 숙이거나 들거나,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고 있을 때도 항상 네모 눈동자를 땅과 수평하게 유지한다. 그래서 머리를 땅으로 수그리고 풀을 뜯어먹는 동안에도 항상 눈으로 주변 상황을 살필 수
있다. 또 수평적인 시력이 뛰어난 덕분에 멀리서 천적이 다가오는 것도 비교적 정확하게 볼 수 있다.

동물마다 각자 환경에서 먹이를 잘 사냥하도록, 또는 천적을 피해 달아나도록 눈동자가 진화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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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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