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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SF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파운데이션>;에 등장하는 수학자 해리 셀던은 개개인의 행동을 예측하는 방정식을 이용해 은하 제국의 미래를 예측한다. 곧 중앙 권력이 부패하고 장군들이 반란을 일으켜 제국이 폐허가 될 거라고 말이다. 평화와 번영이 가득할 것 같았던 은하 제국은 몇 세기가 지나자 셀던의 예언대로 쇠퇴와 멸망을 길을 걷는다.

 

아시모프는 기원전 27년부터 15세기 초까지 흥망성쇠를 반복했던 로마 제국에서 영감을 받아 <;파운데이션>;을 집필했다. 그는 균형 잡힌 정치 시스템과 유연한 외교 등으로 막강한 국력을 자랑했던 로마 제국이 몰락과 재건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고, 역사에도 어떤 패턴이 있고 이를 수학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상상했다.

 

셀던처럼 수학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정말 가능할까? 셀던은 미래를 예측할 때 ‘심리 역사학’이라는 가상의 학문을 사용했는데, 실제로 여러 과학자가 국가의 미래를 수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 하지만 국가의 흥망성쇠 같은 사회 현상은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 경제 상황, 자연재해 등 고려해야 하는 변수가 많고, 변수끼리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국가의 앞날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2003년 <;파운데이션>;의 심리 역사학처럼 미래를 예측하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탄생한다. 러시아계 미국 과학자 피터 터친이 수학, 경제사, 거시 사회학 등을 결합해 만든 ‘역사 동역학’이다. 역사 동역학에선 급격한 인구 증가, 종교의 확산 같은 사회 현상을 일으키는 변수와 정치적 혼란, 폭동 같은 역사적 사건의 관계를 수학적으로 나타낸다. 주로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학 모형을 만들어 정말 역사 속 기록과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검증한 뒤, 현재 데이터를 넣어 앞으로 어떤 사회 현상이 발생할지 예측하는 것이다.

 

사회 현상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무수히 많다. 사람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하기 위해 모든 사람을 변수로 삼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집단의 행동은 개인의 행동 때문에 결정되지만, 개인의 선택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착안해 부의 불평등, 경제 상황 같은 변수에 주목했다. 그리고 기원전 1500년부터 기원후 1500년까지 약 3000년 동안의 역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로마 제국의 탄생과 쇠퇴, 프랑스의 시민 혁명 같은 사회 변화가 언제 일어나는지 알 수 있는 수학 모형을 만들었다.

 

그는 부의 불평등, 불경기, 정치적 갈등 등 1970년대에 사회 불안을 일으킨 요소 40개를 분석한 뒤, 정치적인 혼란이 엘리트 계층의 수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결과를 얻었다. 엘리트 계층이 늘어나면 그들뿐 아니라 다른 계층 간의 갈등도 심해져 사회 전체의 협동 정신을 약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불경기가 계속되고, 생활 수준은 떨어지며,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봤다.

 

터친은 이 모형을 이용해 2020년이 되면 미국의 사회적 혼란이 극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역사 동역학을 이용해 사회 흐름을 예측함으로써 이런 요소가 사회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0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코로나19 대유행이 번졌고, 미국은 여러 사회 문제로 큰 혼란을 겪었다. 터친은 영국 일간지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주장이 옳았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자로서 내 연구가 증명된 것 같아 좋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국인이므로 이 힘든 시기를 살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터친은 역사 동역학의 목적이 과거 역사 데이터를 이용해 역사를 움직이는 법칙을 찾는 것이지만, 나라의 흥망성쇠를 예측할 수 있는 완벽한 도구는 아니라고 말한다. 현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길잡이 역할을 할 뿐이라는 거다. 만약 사회가 과거 혼란이 있던 시기와 비슷하게 흘러간다면, 다른 길로 돌아가거나 사회 구조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2024년 04월 수학동아 정보

  • 수학동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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