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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파이송 작곡 도전기

김 기자의 좌충우돌! 막무가내!





3월 14일, 파이데이를 맞아 파이송을 만들라는 미션을 받은 기자는 를 어떻게 곡에 녹일지 고민에 빠졌다. 그때 =3.14159265358…의 각 숫자에 대응하는 코드★로 반주의 코드 진행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게 무슨 말일까? 음악에서는 각 키(key)에서 쓰이는 음에 로마 숫자를 붙여서 나타낸다. 예를 들어 ‘도, 레, 미, 파, 솔, 라, 시’의 7개 음으로 구성돼 있는 다장조(C 키)에서는 도를 Ⅰ도, 레를 Ⅱ도, …, 시를 Ⅶ도라고 표현한다. 이때 각 음을 기본으로 하는 코드를 Ⅰ도 코드, Ⅱ도 코드, …, Ⅶ도 코드라 한다.

[코드(화음)★ 2개 이상의 음들이 함께 울리는 합성음을 말한다.]
 

기자는 음악에서 숫자를 이용해 코드를 표현한다는 것에 착안해 의 소수점11자리까지를 이용해 코드 진행을 만들어봤다. 각 키에서 기본적으로 쓰이는 코드의 수가 7개이므로 8은 1도 코드로 9는 2도 코드로 나타냈다. ‘도레미파솔라시’가 계속 반복되는 주기성을 이용한 것이다. 수학적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즉 ‘f (9)=f (2)=레’처럼 나타낼 수 있고, 이와 같은 원리로 9도 코드는 2도 코드로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코드 진행 위에 곡을 쓰고 연주해본 결과, 끼워 맞춘 느낌이 너무 강했다. 어떻게든 좋게 만들어 보려 했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이대로 야심차게 준비한 파이송 작곡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나는 걸까?





이대로 파이송 작곡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실의에 빠졌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레슨을 받으며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2월 1일 저녁 7시, 첫 레슨을 받으러 가는 길에 기자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새로 만난 선생님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을 제시했다.

그것은 의 각 숫자를 코드에 대응시키지 말고, 음에 대응시킨 뒤 그 음을 쓰는 코드들로 곡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내가 써야 하는 음이 다장조의 3도음인 ‘미’라면 미를 사용하는 코드들을 다양하게 쓸 수 있게 된다. 새로운 방법은 각 숫자당 하나의 코드만 선택할 수 있던 이전 방법보다 코드를 다채롭게 쓸 수 있어 음악적인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은 기자는 신이 나서 작업을 진행해 나갔다. 5일 동안 열심히 작업한 곡을 여러 친구에게 들려줬다. 하지만 반응은 기자가 기대한 ‘오!좋은데?’가 아니었다. 클럽 음악 같다는 사람부터 멜로디가 국악 같다는 사람까지 있었다. 아니, 그럼 이건 도대체 무슨 음악인건지…. 음악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에 빠졌다.

기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문제는 곡의 방향을 확실히 잡지 않았다는 것이다. ‘파이데이’를 기념하는 곡인만큼 달콤한 컨셉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기자는 곡의 키부터 악기 구성까지 방향을 새로 잡았다.




기자는 국악 같다는 감상평을 듣고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새로운 멜로디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원래 멜로디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설날 아침이 됐다. 기자는 조상님께 국악 같지 않은 파이송 멜로디를 주십사 경건한 마음으로 차례를 지냈다.

조상님이 내 소원을 들어주신 것일까. 이틀 동안 고군분투한 끝에 새로운 멜로디가 나왔다. 최소한 국악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이 멜로디가 좋다는 확신은 서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시간이 없다. 나머지 작업을 서둘러 진행해야 했다.
 



멜로디를 마감한 뒤 쉬지 않고 음원을 만들기 위한 나머지 작업에 매달렸다. 그 결과 2월 14일, 대부분의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이 곡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다. 취미로 음악을 해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듣게 될 곡을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실 아마추어 음악가로서 파이송 작곡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많은 사람에게 내 곡을 들려준다는 것이 두려웠다. 나의 감정을 오롯이 표현하는 나만의 곡이 아닌 사람들과 공감하는 곡을 만드는 것이 부담됐고, 그 과정에서 여러 번 벽에 부딪혔다. 또, 마감 기한 안에 음악을 창작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잠시 마음 한 구석에 접어두고 있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을 꺼내 대학시절을 함께한 음악을 추억해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내 기타가 없던 시절, 연습하러 아침 일찍 과방으로 올라가던 언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처음 내 기타가 생겼던 날, 처음 공연했던 날, 처음 녹음실에 갔던 날 등 잊고 지낸 기억들을 다시 추억할 수 있었다.

음악은 작곡한 사람이 아닌 그 음악을 듣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말이 있다. 작곡자의 손을 떠난 음악은 오롯이 듣는 사람의 것이다. 나름대로 많은 고민의 결과물인 파이송이 좋게 들리기를 바라며 도전기를 마친다.




도움 : 박형민(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The GITA(작곡가), 최나봄(가이드 보컬)
참고 서적 : 존 M. 헨쇼의 <;세상의 모든 공식>;, 박경미의 <;생각을 키우는 수학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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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수학동아 정보

  • 김경환 기자
  • 일러스트

    오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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