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수학으로 영화 보기] 노미오와 줄리엣

그들이 3등신으로 거듭난 특별한 이유

노미오와 줄리엣


비극적 사랑이야기의 대명사‘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가장 유명한 명작답게 영화나 뮤지컬, 연극, 발레 등 다양한 장르로 선보였고, 작품마다 관객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받아왔다.
이들은 각각 장르에 맞게‘두 집안 간의 다툼’과‘로미오와 줄리엣의 낭만적 사랑’을 새롭게 각색해 관객들에게 고전 작품의 지루함 대신 신선함을 선물해왔다.
지난 4월, 로미오와 줄리엣이 코믹(?) 요소를 듬뿍 담아 새로운 장르인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왔다.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노미오와 줄리엣’을 수학으로 들여다보자.



환상의 3등신 몸매‘ 노미오와 줄리엣’

애니메이션‘노미오와 줄리엣’은 서로 앙숙관계인 두 가문 몬태규와 캐플릿 가의 청춘남녀가 금지된 사랑에 빠진다는 셰익스피어의 원작‘로미오와 줄리엣’의 기본 설정을 그대로 패러디했다. 주인공 노미오와 줄리엣은 각각‘블루 가’와‘레드 가’에 속해 있고, 이 두 집안은 정원 한가운데 놓인울타리를 기준으로 틈만 나면 싸우기 일쑤다.

원작에서는 7~8등신의 훤칠한 실제 인물이 주인공이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사람이 살고 있는 어느두 집의 정원에 장식해 놓은‘3등신 사기 인형’이 주인공이다. 등장인물들은 사기로 만들어져 늘 외부 충격에 의해 몸이 부서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그동안 원작을 각색해 만든 영화, 연극, 뮤지컬등에서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늘 8등신의 완벽한 몸매와 출중한 미모를 갖춘 배우들의 몫이었다. 두 청춘남녀를 최대한 아름답게 등장시킴으로써 절절한 비극적인 사랑을 우리에게 더욱 감동적으로 전하기 위함이었으리라.

그런데 애니메이션‘노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인간들이 외출하거나 잠잘 때만을 기다렸다가 살아 움직이도록 설정된 3등신의 깜찍하고 귀여운 인형들이 등장한다. 8등신의 아름다운 줄리엣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3등신의 짤막한 줄리엣을 선택한 감독이 잠시 원망스러울 수도 있다. 이렇게 깜찍하고 앙증맞은 동안 외모의 인형들이 지고지순한 두 청춘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과연 잘 표현해낼 수 있을까? 하하, 걱정 붙들어 매시라! 사사건건 대립하는 두 집안의 대결구도 안에서 3등신 인형들은 예측불허의 코미디와 함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스펙터클한 액션까지 가미해 두 청춘남녀의 애틋한 사랑모드를 조금도 놓치지 않고 따뜻하게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애니메이션 속으로 들어가 캐릭터들에 흠뻑 빠져 있다 보면 어느새 이 캐릭터들의 환상적인(?) 몸매에 매료돼 동심의 세계에서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사실 이번 작품‘노미오와 줄리엣’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압도적인 사랑을 받았던 애니메이션‘슈렉2’감독의 발칙하고 말랑말랑한 상상력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기에, 코믹 판타지 상황에서도 섬세한 사랑의 감성들을 적절히 잘 표현했다.


3등신 vs 9등신

애니메이션 ‘노미오와 줄리엣’ 속 등장인물 같은 3등신의 깜찍한 캐릭터들은 다른 애니메이션이나만화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3등신 몸매를 가진 캐릭터들의 공통점을 떠올려보자. 유난히 큰 머리와기형에 가까운 짧은 팔다리,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만 같은 커다란 눈망울! 그들은 깜찍함과 귀염의 종결자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3등신 캐릭터로는 엽기발랄, 엉뚱함의 대명사 짱구, 개성 만점의 스머프들과 깜찍 그 자체인 둘리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사람의 신체비율과는 전혀 다르게, 큰 머리와 짧은 다리, 작은 몸통만이 과장되게 표현된 인형 같은 이 캐릭터를 *SD(Super Deformation)캐릭터라 한다. 이들의 몸매는 실제와 다른 2~4등신의 비율로서, 어린아이보다는 오히려 영유아의 모습에 가깝다. 사실 사람은 출생 시 머리의 크기가 몸 전체의 1/4에 해당하는 4등신의 비율을 나타낸다. 이 때문에 이들 2~4등신의 캐릭터에게 비율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조차 조금 민~망할 정도다.

이 유아스러운 SD 캐릭터들은 그들의 모습에 매료돼 애니메이션을 보고 난 후에도 한참동안 녀석들의 큰 눈과 환상적인 몸매가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며 동심의 세계에 머물게 한다. 그러나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유아 모습의 캐릭터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순정만화나 10대 청소년들이 주로 보는 애니메이션 속 여자 주인공들의 모습은 쭉 뻗은 팔과 다리, 가늘고 잘록한 허리, 유난히도 작은 얼굴을 가졌다. 남자 주인공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가장 이상적인 완벽한 신체 비율로 알려진 8등신을넘어 9등신, 10등신의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물론 SD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이들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들 선남선녀를 무더기로 만나기 위해서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꽃보다 남자’‘원피스’‘시간을 달리는 소녀’처럼 8~10등신 주인공들이 활약하는 만화나 애니메이션들은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은 SD 캐릭터들과 비교하면 이들 간지캐릭터들은 그야말로 청소년들의 선망의 대상 그 자체이다.

*SD(Super Deformation)
캐릭터를 큰 머리와 짧은 팔다리에 2~4등신의 몸매로 나타내는 미술표현 기법을 말한다. 캐릭터의 귀염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화 또는 애니매이션에 많이 사용되는 기법이다.
 

3등신 vs 9등신



슈렉은 몇등신?

조금 더 욕심을 부려 다양한 등신의 캐릭터들을 한꺼번에 만나기를 원한다면 애니메이션 ‘슈렉’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진흙목욕을 즐기고 입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녹색 괴물 슈렉,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참견쟁이 덩키, 목숨을 구해준 것이 멋진 왕자가 아닌 괴물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은 피오나공주, 단발머리에 네모난 얼굴의 파콰드 영주. 이들은 모두 영화 슈렉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앞서 소개한 ‘노미오와 줄리엣’과 달리‘슈렉’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몽땅 3등신은 아니다. 그렇다고 순정만화처럼 모두 10등신도 아니다. 만일 신체비율에 초점을 맞춘 특수 안경(?)을 끼고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몸매가 캐릭터들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가장 평범한 마을 사람들은 현실 속의 사람들처럼 7등신 정도다. 7등신으로 등장하는 마을 사람들은개성이 드러나거나 우월한 자태를 뽐내지 않는다. 그야말로 평범함 그 자체. 이들 대부분은“왜 그 마을 사람 중에서 그 피노키오가 있던 가게 옆에 서 있던 사람 있잖아…”와 같은 표현으로 회상해보지만, 정확히 알아차릴 수 있는 캐릭터의 모습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신체비율의 소유자 주인공 슈렉은 3등신으로 그 모습을 딱 보는 순간 빵~하고 웃음부터 터지게 만든다. 무지막지하게 큰 얼굴에 한 덩치 하는 슈렉. 하지만 맑고 큰 눈망울과 덩치에 비해 가느다란 팔과 다리는 사실 알고 보면 순진하고 따스한 마음을 가진 슈렉을 그대로표현하고 있다. 보는 우리도 괴물이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공주의 마음에 저절로 공감하게 되지 않던가!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인체비율로 인해 가장 극적인 효과를 보여주는 캐릭터는 단연 피오나 공주이다.용의 성에서 구출된 피오나 공주는 낮에는 9등신에 가까운 늘씬하고 아름다운 미녀이다. 하지만 밤만되면 마녀의 주문에 의해 슈렉과 거의 비슷한 4등신의 뚱보 공주로 변신하게 된다. 까칠하고 도도해 보이는 9등신의 미녀가 수줍음 많고 다정다감해 보이는 4등신 괴물로 이미지 탈바꿈! 만약 변신한 피오나 공주가 백설공주나 잠자는 숲 속의 미녀처럼 9등신으로 그려졌더라면,‘슈렉’은 속편을 3부나 연이어 제작할 만큼 인기몰이를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보통 사람들의 인체비율



8등신은 몸 전체의 길이가 머리 길이의 8배 정도가 되는 사람을 말하는데, 키가 크고 다리가 길며 얼굴이 매우 작다. 우리나라 연예인 중에서도 정겨운과 김사랑은‘8등신 종결자’‘우월한 8등신 몸매’라는 수식어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연예인들이나 일반인들에 비해 전체적으로 보기 좋게 균형이 잡혀 있어 흠잡을 데 없는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완벽한 몸매의 신체비율로 8등신을 주장하는 건 왜일까?

8등신 신체비례의 역사는 지금부터 약 2300여 년 전의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리스인들은 가장 이상적인 인체를 표현하는 것을 예술의 목표로 삼고, 8등신을 가장 이상적인 신체비율이라고 생각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 역시 8등신의 인체비례를 적용해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예로부터 아름다움과 조화, 균형을 말할 때 빼놓지 않고 언급한‘황금비’에서 그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8등신 정겨운 김사랑



3등신 캐릭터들의 변명

오랫동안 황금비는 마치 아름다움의 대명사처럼 사용돼 왔다. 또한 신기하게도 어느 한두 사람이 아니라, 전 세계 곳곳의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 비율을 아름답게 느낀다. 문화와 정서가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건축물을 세우거나 그림의 구도를 잡을 때, 심지어 편안하고 안정된 음악을 작곡할 때에도 이 비율을 사용해 오고 있다.

하지만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는 주인공의 인체 비율이 황금비를 따르지 않고, 대부분 2~3등신의 SD캐릭터이거나 9~10등신의 아주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게 사실이다.

‘노미오와 줄리엣’에서 봤듯이 꼬마모습의 3등신 캐릭터가 황금비가 아니어도, 충분히 귀엽고 예쁘다! 8등신이 아닌 9~10등신의 캐릭터들에게도 독자들과 관객들은 시기질투와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지만, 그들도 애정을 가지고 유쾌하게 봐줄 만하다.‘슈렉’도 다양한 신체비율을 통해 여러 캐릭터의 개성을 더욱 잘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이와 같이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그 특성상 패션쇼나 미인대회에서나 볼 수 있는 8등신의 아름다운 몸매와 출중한 외모를 갖춘 배우를 꼭 등장시킬 필요는 없다. 작고 아기자기한 유아적 모습의 캐릭터를 등장시킴으로써 흥미를 더하고 사람들의 애정을 불러일으켜 친숙한 느낌으로 한 발 더 화면 앞으로 다가오게 하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SD 캐릭터는 귀엽고 사랑스럽고 연민을 자아내는 표정이 강력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캐릭터들이 짓는 표정은 잘못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용서를할 때 고개를 숙였다가 상대방을 올려다보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 오히려 용서를 비는 사람을 무기력한 아이처럼보이게 만듦으로써 연민을 자아내게 한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8등신의 신체비율 대신 2~3등신의 캐릭터를 고집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도 쭈욱~ 만화, 애니 속에서앙증맞은 꼬마아이의 표정을 보게 되지 않을까?


황금비는 황금과 관계가 있을까?

놀라운 일은 5000년에 가까운 황금비의 긴 역사에 비해‘황금비’라는 이름을 갖게 된 시기가 1835년으로, 불과 200여 년 전이라는 것이다. 그 전에는‘외중비’‘신성비율’‘섹티오 아우레아’등의 이름으로 불렸다.

또 황금비라는 이름은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황금비가 본명을 갖기 100여 년 전에 그는 기하학에는 두 가지 보물이 있는데, 하나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이고 또 하나는 황금비라고 이야기하며, 첫 번째는 금, 두 번째는 보석에 비유할 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것이 바로 마르틴 옴이 황금비라는 이름을 붙일 때 참고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1년 05월 수학동아 정보

  • 윤장로 수학교사
  • 배수경 수학교사
  • 오혜정 수학교사
  • 진행

    염지현 기자

🎓️ 진로 추천

  • 문화콘텐츠학
  • 미술·디자인
  • 연극·영화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