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즐거운 설 연휴가 돌아왔어. 할머니댁에 가서 떡국도 먹고 어른들께 세뱃돈을 받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신이 나.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라면 주차장 같은 도로 위에서 몇 시간이나 보내야 한다는 거야. 좁은 차 속에서 지루하게 온 몸을 비비 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답답해져. 뻥뻥 뚫리는 길만 찾아서 슝슝 달릴 수는 없는 걸까?
✚ 뻥뻥 뚫리는 길을 찾아 달릴 수 있냐고? 물론 가능하지~! 도로를 달리고 있는 수 많은 자동차의 위치와 속도 등을 계산하면 안 막히는 도로를 찾아서 정보를 보내 줄 수 있어. 현재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해. 도로를 달릴 때 어디어디까지 몇분 걸린다고 알려 주는 전광판을 본 적이 있지? 요즘 나오는 내비게이션은 도로 상황까지 고려해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알려 주기도 해.
놀랍게도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수학이라는 사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공부한 뒤 교통공학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단다. 오늘 만나 볼 분도 수학을 전공한 뒤 지능형교통체계를 연구하고 계신 분이야. 일산의 한국교통연구원에서 만난 강연수 박사님에게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여쭤 봤어.
“저희는 지능형교통체계를 연구해요. 도로를 늘리는 건 어려우니까 도로를 그대로 두면서 최대한 교통을 원활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죠. 말은 어려워 보여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버스정보시스템이라고 있지요? 몇 번 버스가 어디쯤 와 있는지, 몇 분 간격으로 오는지 등을 알려 주는 시스템이에요. 도로의 신호등을 언제 얼마나 오래켜야 하는지, 어디까지 가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등을 계산해 운전자에게 알려 주는 일 등도 여기에 포함돼죠.”
지능형교통체계란 한 마디로 말해 똑똑한 도로라고 할 수 있어. 도로 위의 교통량이나 속도 등을 측정해 자동차가 막히지 않고 움직일 수 있도록 신호를 조절하거나 다른 길로 유도하는 거야.
“보통은 눈치 채지 못하고 다니지만, 도로 아래에는 여러 가지 감지기가 있어요. 감지기는 교통량과 속도를 측정해 도로공사와 서울시 등에 있는 정보센터로 보내요. 그러면 거기서 다시 도로에 있는 가변정보표지판에 결과를 보내 여기는 소통이 어떤지, 어디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를 표시해 주죠.”
강 박사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우리가 차를 타고 가며 무심코 지나쳤던 신호등이나 표지판이 다 그냥 있는 게 아니더라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뻥뻥 뚫리는 도로를 위해 열심히 연구하는 교통공학자들의 노력이 새삼 느껴졌어.
그러면 강 박사님은 어떻게 수학을 공부하다가 교통공학의 길로 들어섰을까? 강 박사님의 학창 시절에 대해 여쭤 봤어.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솔직히 수학에 별 흥미가 없었어요. 그냥 공식을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했죠. 수학에 재미를 느낀 건 대학원에서였어요. 석사 과정에서 어려운 수학을 공부하다 보니 문제를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죠. 그 이후로는 무슨 공부를 해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지요.”
학창 시절에는 수학을 암기 과목처럼 공부했다는 의외의 답변이 나왔어. 그래도 대학원에서 수학을 좀 더 자세히 공부하면서 재미를 깨달았다니 수학을 배우는 데 있어 조금의 늦고 빠름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혹시라도 수학이 재미없는 친구가 있다면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히 공부해 봐. 곧 재미를 느끼게 될 테니까.
“석사 과정에서 네트워크 이론과 알고리즘을 비롯한 산업공학을 배웠을 때 교통공학과 학생들을 만났어요. 그 때 처음으로 교통공학에 대해 알게 됐고, 전공을 그 쪽으로 택했죠. 갑자기 웬 교통공학이냐 싶지만, 미국과 우리나라는 제도가 좀 달라요. 우리나라에서는 교통공학과가 토목공학부에 속해 있지만, 미국은 다양한 전공을 한 사람들이 석사 과정에서 교통공학을 전공해요. 물리, 수학, 경제, 인문,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이 모이죠.”
그렇게 교통공학과 인연을 맺은 강 박사님은 2002년부터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사람들이 빠르고 편안하게 도로를 다닐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어. 최근에는 ‘U-트랜스포테이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U-트랜스포테이션이 뭐냐고? 직접 설명을 들어 보자.
“유비쿼터스라는 말 들어 봤죠? 언제 어디서나 정보통신망에 접속해 통신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해요. U-트랜스포테이션은 유비쿼터스 개념을 가져와 앞쪽의 도로상황을 실시간으로 받는 시스템이에요. 도로 위를 달리는 모든 차량의 내비게이션 정보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몇 분 뒤 어느 도로가 소통이 잘 될지 예측해서 운전자에게 알려 줄 수도 있는 거죠.”
설이나 추석처럼 도로에 차가 많아지는 때면 24시간 비상 근무를 한다는 강 박사님은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책을 바꾸고 기술을 개발한 일을 보람있었던 일로 꼽았어. 보통 교통공학은 운전자를 중심으로 생각하지만, 반대로 보행자를 위한 차량을 개발한 거야. 예를 들어, 사람을 치었을 때 자동차 밖으로 터지는 에어백이 있다면 치인 사람의 부상이 줄어들 거야.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나라 중 교통사고 사망률이 1위예요. 기업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안전장치를 잘 하려고 하지 않죠. 그래서 정부와 국회에 그런 내용을 제안해 법을 개정하고 기업에 압력을 가해 자동차의 구조를 바꾸게 했어요.”
교통공학자로서의 전망
“공간 이동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이상 교통이라는 분야는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특히 선진국에서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비행기, 배 등이 모두 교통공학의 대상이 되고 있지요. 우리나라도 여러 도시에서 지능형교통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지금은 사람이 부족해요. 일은 많은데 교통공학을 하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거든요.”
현재 교통연구원에서 일하는 전체 연구원 수는 약 270명이야. 지능형교통체계 분야에는 그 중 30명 정도가 연구하고 있지. 강 박사님은 교통공학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사회 현상을 눈여겨보라고 충고했어.
“교통은 단순히 이동 수단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교통과 다른 분야의 융합도 신경 써야하지요. 교통과 IT, 교통과 물리, 교통과 환경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생각하고 그에 대응하는 게 중요해요. 주변의 상황을 보고 원인을 파악해 보는 습관을 키워 보세요. 그러면 보이지 않던 일들을 볼 수 있게 된답니다.”
똑똑한 도로를 만드는 지능형교통체계
지능형교통체계가 완성되면 도로는 어떤 일을할 수 있을까? 안전함부터 편리함까지 보장해 주는 도로의 비밀을 알아보자.
교통 자료 수집
도로가 똑똑해지려면 도로의 상황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 아스팔트 바닥 아래 깔린 마그네틱루프 검지기, 스캐닝 검지기 등으로 지나가는 자동차의 수와 속도를 측정한다.
지능형 신호등
자료를 통해 도로의 상황을 파악하면 그에 맞게 흐름을 관리해야 한다. 자동차의 속도와 수를 토대로 계산해 신호에 막혀 기다리는 자동차가 가장 적도록 신호등을 자동으로 켜고 끈다.
차량 인식
앞으로는 자동차의 종류에 따라 신호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위급한 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달려올 경우 자동으로 옆에서 들어오는 자동차를 막으면서 구급차에게 녹색불을 켜줄 수 있다.
첨단 정보 시스템
자동차와 정보센터가 자유롭게 정보를 주고받으면 운전하는 사람은 도로 상태와 여행지 정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편안하고 빠르게 길을 찾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