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스타 발굴 프로그램이 다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수학스타를 발굴하는 한국수학올림피아드는 오히려 응시자 수가 줄고 있다. 자칫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성적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 까?
정부의 엇갈린 정책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응시자 수가 2010년 급격히 줄어들었다. 1차 시험이 서류 심사로 바뀐 첫해, 고등부 1차 전형에 접수한 학생수는 1100여 명에 그쳤다. 2009년 1차 시험 접수자가 2839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0% 넘게 줄었다. 중등부 1차 시험 응시자 수도 2009년 1만 4736명에서 2010년 9247명으로 37%가 줄었다.
정부가 2009년,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올림피아드를 축소하는 방침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더는 특목고나 대학 입시에 올림피아드 성적을 쓸 수 없게 한 것이다. 그 결과 수학영재들이 올림피아드에 거는 기대가 줄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수학영재의 부모가 입시 전략에서 올림피아드 카드를 버리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림피아드에 대한 관심이 줄었으니 정부의 정책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사교육비를 줄이려던 원래의 목적과는 큰 상관이 없어 보인다. 학원에서 홍보를 위해 수강생이 올림피아드에서 거둔 성적을 사용하긴 하지만, 학원의 주된 수입원은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학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학영재가 더 높은 수준의 수학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현상은 우리나라 수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지난 12월 7일 발표된 ‘2009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연구(PISA)’에서도 우리나라 수학 과목은 최상위권 학생의 비율이 줄고 있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06년 전체의 9.1%에 달하던 최상위권 학생의 비율이 3년 만에 7.8%로 줄어든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현상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최상위권 학생을 위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정작 수학영재를 발굴하는 수학올림피아드는 축소하면서, 최상위권 학생을 위한 정책은 어떻게 펼치려는 것일까?
매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 참가한 한국 대표단이 몇 위를 차지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지만, 앞으로는 잘했다는 기사보다 성적이 떨어졌다는 기사가 나올 우려가 크다.
수학올림피아드를 수학계의 잔치로
수학올림피아드의 역할을 바로 이해하려면 그저 특별한 시험 정도로 여기는 생각을 벗을 필요가 있다. 2010년 IMO는 총 일주일간 열렸다. 시험일은 이틀에 불과했고, 나머지 일정은 수학계의 잔치가 펼쳐졌다. 각 나라의 수학영재들이 모여 자신의 미래와 수학의 발전을 그려볼 수 있는 장인 셈이다. 실제로 외국의 수학올림피아드는 시험 외에도 특별강연을 통해 선배 수학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금종해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위원장은 지난 12월 11일 대한수학회가 주최한 간담회에서“한국수학올림피아드는 아직 시험의 성격이 전부지만, 앞으로 수학계의 잔치로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여름·겨울학교에 참가한 수학영재들은 이 시간을 통해 수학의 매력과 수학계의 동반자를 만나는 계기로 삼고 있다.
수학올림피아드 수상자는 수학계의 버팀목
2010년 필즈상을 받은 4명 중 3명은 IMO 수상자 출신이다. 러시아의 스타니슬라프 스미르노프 교수와 베트남의 응오바오쩌우 교수는 만점으로 금메달을 받았다. 수학올림피아드 출신이 수학계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잘 나타나는 대목이다.
한국에서도 IMO 수상자가 수학계에 끼치는 영향은 크다. 송용진 교수는 “한국 대표로 참가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수학과로 진학하면서 명문대 수학과는 의예과를 제외한 자연계에서 합격점수가 가장 높은 학과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수학영재라면 수학과를 간다는 이미지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신석우, 한린, 최서현과 같은 선배들이 세운 전통이 한국 수학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더블악셀을 아는 이유는 피겨스케이팅에 김연아가 있기 때문이다. 수학을 친숙하게 만드는 방법도 어쩌면 수학스타에 있지 않을까. 2012년 국제수학교육대회와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를 서울에서 치르기에 앞서 우리 안에 진정한 수학스타가 탄생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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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수학스타 M 선발대회
Part 1. 수학천재 H군, 올림피아드를 만나다
Part 2. 수학올림피아드와 슈퍼스타K는 닮았다
Part 3. 수학올림피아드와 슈퍼스타K는 다르다?
Part 4. 진정한 수학스타 탄생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