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다가오면 수많은 사람들이 우승은 어느 나라가 할지, 우리나라는 어떤 성적을 거둘지 궁금해한다. 맞붙을 선수나 팀을 나름대로 비교해 보기도 하고, 4강 또는 우승팀을 점쳐 보기도 한다. 하지만 축구는 너무 많은 요소가 얽혀 있기 때문에 두 팀, 혹은 두 선수조차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서 수학의 힘을 빌려 보자.
비교하기 위해서는 비교할 대상을 먼저 수치로 바꿔야 한다. 두 선수를 비교한다면 축구선수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능력을 수치로 바꾸면 된다. 예를 들어 능력을 힘, 속도, 슈팅, 패스, 지구력, 헤딩, 드리블, 태클로 나눠 각 항목마다 0~10점 사이의 점수를 매긴다고 하자. 다음은 기자가 매겨 본 박지성 선수와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의 점수다.
박지성과 리오넬 메시 전격 비교!
그러면 두 팀을 비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팀의 경기 결과를 비교하려면 22명의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팀의 포메이션 및 전술 등의 자료를 분석해야 한다. 게다가 언제 누가 부상을 당할지, 교체 선수는 누가 들어올지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다.
그래서 보통은 팀의 지난 전적이 어땠는지, 최근 대회에서 성적이 어땠는지 등을 바탕으로 어느 팀이 더 유리할지 추측한다. 이 때 이용할 수 있는 자료가 피파(FIFA, 국제축구연맹)가 발표하는 피파랭킹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피파랭킹은 47위다. (2010년 4월 28일 기준)
피파랭킹은 1993년부터 시작됐는데, 처음에는 랭킹 계산 공식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바뀌었다. 피파랭킹은 경기 결과, 경기 종류, 상대 점수, 지역 점수를 바탕으로 점수로 매겨 평균을 낸 뒤 등수를 매긴다.
피파랭킹 계산법
1. 경기 결과
2. 경기 종류
3. 상대점수
4. 지역점수
대륙에 따라 0.85~1 사이의 수가 배정되는데, 서로 대결하는 두 팀이 해당하는 수의 평균을 계산한다.
피파랭킹 점수 = 100×(경기결과×경기종류×상대점수×지역점수)
즉, 공식에 따르면 중요한 경기에서 랭킹이 낮은 나라가 높은 나라를 이길수록 점수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이 점수에 경기가 일어난 시기를 따져 일정한 수를 곱한다. 1년 이내의 경기는 그대로 점수를 인정하고, 1~2년 전의 경기는 0.5를, 2~3년 전의 경기는 0.3을, 3~4년 전의 경기는 0.2를 곱한다.
공은 둥글다!
축구를 보다 보면 모두의 예상을 깨고 브라질이나 스페인 같은 강팀이 약한 팀에게 어이없게 지는 경우가 생긴다. 사람들은 이런 의외의 결과에 충격을 받거나 열광한다. 그 날의 선수 상태나 잔디, 기온, 습도, 심판의 성향은 물론 그 외에 일일이 측정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미세한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에 경기 결과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축구 경기 결과를 예측하려고 애쓴다. 합법적인 축구 도박을 주선하는 도박회사는 경기가 있을 때마다 각 팀이 우승할 확률과 배당률을 계산해서 발표한다. 축구팬은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을 이용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아보기도 한다. 수학자와 과학자는 경기 결과를 알아맞힐 수 있는 공식을 만들 수 있을지 연구하기도 한다.
지난 4월 독일 도르트문트대학교의 물리학 교수인 메틴 톨란은 *삼각법을 이용한 공식을 만들어 2010년 월드컵을 예측해 본 결과 독일이 우승한다고 주장했다. 톨란 교수는 지난 월드컵 결과를 분석해 독일이 월드컵에서 거두는 성적에 일정한 주기가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하지만 독일 과학자가 독일의 우승을 예상했다는 점에서 연구 결과가 애국심(?)의 결과라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경기 결과를 예측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축구팬들은 여전히 “공은 둥글다!”라고 외친다. 경기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며 그래서 축구가 더 재미있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날이 갈수록 축구공은 더욱 둥글어지고 있다. 2010년 월드컵 공인구인 ‘자불라니’(줄루어로 ‘축하하다’라는 뜻)는 지금까지 나온 축구공 중에서 가장 구에 가깝다고 한다.
축구공 하면 흔히 떠오르는 5각형과 6각형으로 이뤄진 축구공은 1970년 월드컵 공인구부터 사용됐다. 그 뒤 2002년 월드컵 공인구인 ‘피버노바’까지는 구조가 똑같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정오각형 12개, 정육각형 20개로 이뤄진 축구공은 구가 아니라 다면체다.
2006년 월드컵 공인구 ‘팀가이스트’는 다면체 구조에서 벗어났다. 총 32개의 정오각형, 정육각형 조각을 버리고 곡선으로 이뤄진 14개의 조각을 이어 붙여 구에 가까운 모양을 만들었다. 자불라니는 조각의 수를 더 줄였다. 3차원 곡선 형태의 조각 8개를 붙여 더욱 구에 가까워졌다. 자불라니는 지름이 가장 큰 곳과 작은 곳의 차이가 1%에 불과하다. 공이 둥글수록 날아가는 동안 균형을 유지해 목표 지점으로 정확히 날아간다.
축구공은 앞으로도 더욱 둥글어질 것이다. 점점 구에 가까워지는 축구공이 얼마나 더 예측 불가능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만들지 지켜보자.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어떤 활약을 펼칠까? 축구를 수학으로 계산하기 어렵게 만드는 수많은 요소 중에는 팀을 뒷받침하는 응원도 있다. 우리나라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어렵다는 계산이 나와도 우리의 뜨거운 응원으로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다함께 외쳐보자. “대~한민국!”
게임으로 경기를 예측한다?
FOOTBALL MANAGER와 같은 게임은 일반인이 보기에 독특한 축구 게임이다. 화면 속의 선수를 조작해 축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감독이 돼 선수를 영입하고, 훈련시키고, 포메이션을 짜고, 전술을 만든다. 경기도 감독처럼 앉아서 지켜보다 선수 교체를 하거나 전술을 바꾸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런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에는 선수의 능력은 물론 성격, 습관까지 입력돼 있어 이를 바탕으로 경기 결과를 계산한다. 특히 요즘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데이터를 만들기 때문에 때로는 깜짝 놀랄 정도로 실제와 비슷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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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알면 축구가 보인다
PARTⅠ 수학을 알아야 축구를 잘 한다 : 축구는 수학이다
PART Ⅱ 수학으로 월드컵을 예측한다 : 누가누가 이길까?
전쟁에서 꽃 피운 수학
작전명령 ① 대포를 정확하게 쏴라!
작전명령 ② 정확한 지도를 만들어라!
작전명령 ③ 최선의 방법을 찾아라!
작전명령 ④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