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아주 작은 입자들이 우리 몸과 지구를 쉴 새 없이 통과하고 있어요. 입자의 이름은 ‘중성미자’예요. 중성미자의 비밀을 밝혀 201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가지타 다카아키 일본 도쿄대 특별명예교수에게 보이지 않는 입자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열쇠, 중성미자
“앞으로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내고, 우주에 물질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도 밝히고 싶어요.”
중성미자는 아주 작고 찾기 어려운 입자예요. 전기를 띠지 않고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아 관측하기 매우 어렵죠. 중성미자는 태양과 같은 별에서 핵융합이 일어날 때, 초신성이 폭발할 때, 우주에서 날아온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 대기에 부딪힐 때 등 여러 과정에서 만들어져요. 중성미자를 관측하면 직접 보기 어려운 우주 현상을 알아내는 데 도움이 돼요.
중성미자를 더 많이 관측하려면 검출기의 크기를 키우고 관측을 방해하는 다른 입자를 차단해야 해요. 일본의 중성미자 검출기 ‘슈퍼카미오칸데’가 산 정상에서 약 1000m 아래에 자리한 이유예요. 슈퍼카미오칸데는 기존의 1세대 카미오칸데보다 부피가 약 20배 크지만, 하루에 관측하는 중성미자는 30개 정도에 불과해요. 중성미자가 얼마나 관측하기 어려운 입자인지 알 수 있죠.
중성미자에는 전자 중성미자, 뮤온 중성미자, 타우 중성미자 세 종류가 있어요. 중성미자가 이동하면서 다른 종류로 바뀌는 현상을 ‘중성미자 진동’이라고 해요. 중성미자 진동은 중성미자의 종류마다 질량 상태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요. 즉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다는 증거죠.
가지타 교수는 대기 중성미자에서, 아서 맥도널드 캐나다 퀸즈대 명예교수는 태양 중성미자에서 중성미자 진동을 확인했어요. 두 과학자는 이 공로로 2015년 노벨물리학상을 함께 받았어요.
가지타 교수는 지금도 도쿄대 우주선연구소(ICRR)에서 물리학자로 활동하고 있어요. 과학이란 무엇이냐고 묻자 가지타 교수는 “이미 아는 답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라 아직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일”이라고 답했어요. 이어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이야말로 과학에 뛰어들 이유”라고 강조했어요.
가지타 교수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논과 자연을 둘러보며 자랐고, 과학과 수학뿐 아니라 역사처럼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좋아했다”고 설명했어요. 처음부터 물리학자를 꿈꾼 것은 아니지만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배우며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됐죠. 가지타 교수는 어떻게 물리학자가 됐을까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가지타 교수의 ‘중성미자 진동’ 발견 과정


모르는 답을 찾아, 중성미자를 쫓다!
Q.물리학자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등학생 때 물리 선생님이 천문학에 관한 얘기를 들려주셨어요. 이때 ‘우주에는 우리가 아직 모르는 비밀이 정말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물리학에 관심을 가진 중요한 계기였죠.
물리학과에 진학한 뒤 박사 과정 첫해에 1세대 카미오칸데 건설에 참여했어요. 처음 현장을 찾았을 때는 검출기가 들어설 지하 공간조차 없었어요. 굴착과 물탱크 건설을 마친 뒤에는 거의 매일 현장에 나가 광검출기를 설치했죠. 검출기가 하루하루 완성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완성된 검출기로 새로운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렜습니다.
카미오칸데에서는 지구 대기에서 만들어진 중성미자를 관찰했어요. 그중 뮤온 중성미자의 수가 예상한 것과 다르게 나왔어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점점 중성미자 연구 자체가 아주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Q.중성미자는 어떻게 연구했나요?
카미오칸데보다 20배 큰 슈퍼카미오칸데를 지었어요. 여기서 지구의 대기에서 생긴 많은 중성미자를 관측했죠. 그런데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에 따라 중성미자의 수가 달랐어요. 대기 위쪽에서 곧바로 내려오는 중성미자의 관측 수는 예상과 같았어요. 그런데 지구를 통과해서 오는 중성미자는 예상한 수의 약 50%에 불과했죠. 여러 자료를 살펴본 후 중성미자가 지구를 통과하는 동안 다른 종류의 중성미자로 바뀌는 중성미자 진동이 일어났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이 연구로 201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어요.
중성미자 진동은 중성미자가 질량을 지녔다는 사실을 보여줘요. 중성미자의 질량은 전자 같은 다른 입자에 비해서도 매우 적어요. 왜 이렇게 적은 질량을 갖는지 알아내면 입자물리학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어요.
Q.또 어떤 비밀이 남아 있나요?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이 많아요! 중성미자에는 질량이 서로 다른 세 가지 ‘질량 상태’가 있어요. 세 번째 질량 상태가 가장 무거운지 가장 가벼운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요. 몇 년 안에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중성미자와 일부 성질이 반대인 짝입자 ‘반중성미자’가 진동하는 방식에 작은 차이가 있는지도 알고 싶어요. 현재까지 차이는 관측되지 않았어요. 앞으로 5~10년 안에는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요.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의 차이는 우주의 비밀과도 연결돼 있어요. 빅뱅 직후에는 물질과 반물질이 같은 양으로 존재했을 것으로 예상해요.
물질과 반물질은 만나면 서로 소멸해 에너지로 바뀌어요. 그런데 현재 우주에는 물질이 남아 별과 행성, 우리를 이루고 있죠.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의 차이를 밝히면 우주에 왜 물질이 남았는지 이해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어요.
Q. 과학자를 꿈꾸는 독자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과학자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어린이가 많을 거예요. 제가 생각하는 과학자는 오히려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제가 과학 연구를 하는 원동력은 자연과 우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더 잘 알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과학자가 되려면 자연에 대한 흥미를 계속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과학에 대한 순수한 기대를 갖고 연구에 참여하길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