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난 여행을 사랑하는 겨울 철새, 흑두루미야.
난 지금 전라남도 순천만에 있어. 내 이웃과 친구 약 8600마리도 함께지.
우리가 이곳에서 얼마나 행복한 겨울 휴가를 보내는지 자랑해 볼게!
전라남도 순천은 내게 추억이 많은 곳이야. 어릴 적 겨울마다 부모님을 따라와서 놀았거든.
이번엔 내 친구의 친구, 그 친구의 친구까지 순천에 같이 왔어!
논에서 먹이 먹고, 갯벌에서 잠 잔다
“뚜루룩~, 뚜루루룩~!”
벼 수확을 마친 빈 논에 바람을 타고 새들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쳤어요. 순천만 들판 위 탐조대에 있는 사람들은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죠. 잿빛 몸에 하얗고 긴 목, 기러기나 오리와 확연히 구분되는 생김새의 흑두루미 떼를 보는 것이었어요.
흑두루미는 봄여름에 러시아와 중국 북부에서 번식하고,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월동하러 우리나라 등 남쪽 지역을 찾는 겨울 철새예요. 월동은 동물이 추운 겨울을 버티기 위해 겨울잠을 자거나 장소를 옮기는 행동이죠. 순천시는 일본 이즈미시와 함께 대표적인 흑두루미 월동지예요.
특히 이번 겨울엔 지금까지 중 가장 많은 8606마리의 흑두루미가 순천을 찾았습니다. 멸종위기종으로 전 세계에 약 1만 5000마리만 남은 흑두루미 중 절반 이상이 순천에 모인 셈이죠.
흑두루미가 순천을 찾는 이유는 순천만의 독특한 환경 때문이에요. 순천만은 바닷물이 육지로 들어오는 ‘만’이자 두 개의 하천이 바다로 흘러드는 강 하구입니다. 물의 흐름을 타고 흙이 쌓여 넓은 갯벌이 만들어졌죠. 갯벌처럼 늘 물기가 있는 땅을 습지라고 해요. 습지는 미세조류나 갯지렁이, 작은 게 등 바다와 강 바닥에 사는 저서생물이 풍부하고, 땅이 질퍽하고 물로 둘러싸여 들짐승이 접근하기 힘듭니다. 철새가 먹이를 찾고 휴식하기에 알맞은 곳이죠.
순천만습지엔 흑두루미의 먹이인 볍씨를 얻을 수 있는 논도 맞닿아 있어요. 흑두루미는 낮 동안 논에서 먹이를 먹고, 밤에는 갯벌로 이동해 잠을 자죠. 이처럼 논과 갯벌, 하천과 습지가 넓게 연결된 순천만은 흑두루미가 다양한 공간에 퍼져 먹이 활동과 휴식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원래 순천만은 흑두루미가 지내기 좋은 곳이 아니었어요. 1990년대 순천만은 갈대밭에서 건설용 모래를 파내고, 습지에 식당이 들어서는 등 개발로 몸살을 앓았어요. 서식지를 위협받으니 흑두루미의 발길도 뜸했죠. 1996년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는 75마리에 불과했습니다. 20년간 매년 흑두루미 사진을 찍으러 순천만에 간 도성만 사진작가는 “흑두루미 개체 수가 늘어난 것도 큰 변화지만, 20년 동안 순천만 일대 환경도 흑두루미가 살기 좋게 바뀌었다”고 말했어요. 순천만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