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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흑두루미 위해 전봇대 뽑았다?

    ▲순천시청

     

    순천만의 타고난 자연 환경도 좋지만, 우리를 정성껏 맞이해 준 사람들도 잊을 수 없지. 
    순천시는 20년에 걸쳐 흑두루미의 눈높이에 맞춰 순천만을 바꿨어. 심지어 전깃줄도 땅속으로 묻었단다.   

     

    갈대로 울타리 엮어 불빛 가렸다

     

    차량 불빛과 사람의 인기척에서 흑두루미를 보호하는 갈대 울타리.


    탁 트인 들판에는 논두렁길을 따라 늘어선 전봇대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흑두루미 서식지인 순천만습지 인근 논의 특징입니다.


    전봇대는 새가 날아오르거나 내려앉을 때 걸리기 좋은 장애물이에요. 2008년쯤 순천에선 흑두루미 등 철새들이 전깃줄에 걸려 다치거나 감전되는 사고가 잇따랐죠. 그러자 2009년, 순천시는 전봇대 282개를 뽑아내고 전깃줄과 함께 땅속에 묻었어요. 이를 시작으로 순천시는 흑두루미를 위해 순천만의 환경을 차근차근 바꿔 왔어요.


    전봇대를 없앤 순천만 일대의 논을 희망농업단지라고 불러요. 이곳은 흑두루미 먹이가 될 쌀을 생산하는 곳이자 겨울철 흑두루미의 먹이터예요. 흑두루미가 먹기 때문에 농약도, 제초제도 쓰지 않고 벼를 기르죠. 가을에 수확한 벼의 일부는 겨울에 희망농업단지 안에 흑두루미의 먹이로 뿌려 줘요. 불편을 감수하고 흑두루미 보전에 참여한 농민에겐 ‘생태계서비스지불제’라는 제도를 통해 보상하죠. 

     

    ▲순천시청
    순천만 갯벌에 바닷물이 들어올 때 갯벌 대신 쉼터가 되는 무논.

     

    ▲순천시청
    흑두루미에 위치추적기를 다는 모습.

     

     

    흑두루미 월동기가 되면 순천시는 희망농업단지 주변에 갈대 울타리를 설치해요. 주민들이 손수 엮어 만든 울타리로, 사람의 통행과 차량 불빛을 막아 주지요. 덕분에 사람의 인기척에 민감한 흑두루미가 안심하고 머물 수 있어요. 


     순천시는 꾸준히 농경지를 매입해 흑두루미의 먹이터와 잠자리를 넓히고 있어요. 오래전 간척되어 다른 용도로 쓰이던 땅도 다시 갯벌로 되돌렸죠. 2023년 전남대학교 생물학과 성하철 교수팀이 흑두루미들의 잠자리를 파악한 결과, 순천시가 2010년 복원한 순천만 농주리 갯벌은 물론 전라남도 보성, 고흥, 광양의 습지까지 흑두루미가 가서 잠자고 있었어요. 순천시는 습지 인근 농경지 곳곳에 무논도 만들었어요. 무논은 벼를 심지 않고 물을 채운 논이에요. 갯벌에 바닷물이 들어왔을 때 갯벌 대신 쉴 수 있는 인공 습지 역할을 합니다.  


    지난해 희망농업단지 인근에선 전봇대 49개가 추가로 제거됐어요. 새로 전봇대를 없앤 지역을 합하면 흑두루미의 먹이터는 기존 62ha(헥타르)●에서 112ha로, 약 2배 넓어졌습니다. 성하철 교수는 “흑두루미가 한 장소에 너무 많이 모이면 조류독감 등 질병이 퍼지기 쉽다”고 지적했어요. 그러면서 “먹이터 등을 조절해 흑두루미를 다양한 장소에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죠. 순천시청 순천만보전과 박지철 주무관은 “역대 가장 많은 흑두루미가 찾아온 만큼 책임감도 커졌다”며 “흑두루미가 여러 지역에 퍼져 머물 수 있도록 과학적인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순천시청
    흑두루미 서식지의 전봇대를 제거하는 모습.

     

    ▲순천시청
    논에서 먹이 활동하는 흑두루미의 모습.

     

     

    용어 설명
    ●ha(헥타르): 산이나 땅의 넓이를 표현하는 단위. 1ha=1만 m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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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1월 15일 어린이과학동아(2호)  정보

    •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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