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강릉에서 일어난 가뭄은 봄도, 가을도 아닌 여름에 찾아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장마가 찾아오는 여름에 오히려 가뭄이 일어난 원인은 무엇일까요?
물이 열에 말라버렸다
올해 여름은 다른 해에 비해 장마가 일찍 끝나고 무더위가 빨리 찾아왔어요. 여름에는 뜨거운 공기 덩어리인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로 올라 오다가 북쪽의 차가운 공기와 충돌하면서 장마가 와요. 장마가 끝나면 북태평양고기압의 열기에 기온이 높아지지요. 올해 우리나라 근처 서태평양 대기에서 공기가 움직이는 대류가 다른 해보다 활발히 일어났어요.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쪽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이 더 일찍 크게 퍼졌습니다. 장마가 일찍 시작하고 끝났어요. 더위는 빨리 찾아왔고요.
올해 여름 우리나라에 비가 온 날은 29.3일로 다른 해보다 9.2일 적고, 강수량은 619.7mm로 다른 해의 85.1%였어요. 특히 강릉과 삼척을 포함한 영동 지역에는, 1973년 기상청에서 기상을 관측하기 시작한 뒤로 가장 적은 양인 232.5mm의 비가 내렸어요. 영동 지역은 태백산맥의 오른쪽에 있는데,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던 비가 태백산맥을 뛰어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영동 지역에 도달하기 전에 사라졌지요. 태백산맥의 경사가 가팔라 영동 지역에 흘러온 빗물은 땅에 고이지 못하고 영동 지역과 맞닿은 동해로 빠져 버렸습니다.
7월 말에는 서쪽에서 덥고 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우리나라로 오면서 더위가 더 심해졌어요. 티베트고기압은 여름철 티베트고원이 달궈지면서 그 위에 있는 공기가 팽창해 생기는 고기압이에요.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티베트고원의 눈이 녹으면서 티베트고기압 세력이 강해졌어요. 햇빛이 흰 눈에 반사되지 않고 땅을 그대로 데우기 때문이에요.
북태평양고기압에 티베트고기압까지 겹쳐 기온이 더 올라가 우리나라에 있는 물은 빠르게 증발했습니다. 강수량 자체가 적었던 영동 지역에서는 특히 물이 더 부족해졌지요. 영동 지역 중에서도 유독 가뭄에 대한 대비가 덜 되어 있던 강릉에서 결국 저수지의 물이 말라붙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겹쳐 강릉에서는 한두 달 만에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어요. 일반 가뭄이 3개월에서 2년 정도 서서히 발달하다가 봄이나 가을에 정점을 찍는 것과 비교하면 여름에 갑작스럽게 발생한 급성 가뭄이라는 차이가 있어요.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급성 가뭄은 전 세계에서 더 잘 일어날 수 있어요. 지난 5월 세종대학교 환경융합공학과 정지훈 교수팀이 이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어요.
아프리카 대륙 근처 북서대서양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제트기류가 흘러요. 제트기류는 차가운 북쪽 공기와 따뜻한 남쪽 공기의 온도 차이로 만들어진 공기 흐름이에요. 지구온난화로 북서대서양이 뜨거워지면서 대기에 거대한 고기압이 생기고 있어요. 고기압의 영향으로 제트기류가 흔들리면 파동●이 생겨요. 뜨거운 고기압은 파동을 따라 동유럽을 지나 유라시아 동쪽, 티베트-몽골 북쪽까지 퍼져요. 그러면 여름철 강한 폭염이 발생하고 대륙의 물이 증발해 급성 가뭄이 일어나죠.
정지훈 교수는 “급성 가뭄이 일어나면 여름철에 급속도로 지표면과 식물이 말라 산불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물을 흡수하지 못한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아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어요.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아이소프렌 등의 기체예요.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오존의 농도를 더 짙게 만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