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라는 말이 실감 나게 지난해 11월 말까지 북반구는 따뜻한 날들이 이어졌어요. 그러다 12월 초 갑자기 강추위가 몰아쳤어요. 북반구를 얼려버린 강추위의 원인은 약해진 ‘북극진동’이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하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지난 12월 22일(현지 시각) ‘생명을 위협하는 한파 경보’를 내리며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미국 중북부의 몬태나주와 노스다코타주의 기온이 영하 40℃까지 떨어지며,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거든요. 캐나다의 사정은 더 좋지 않아 북서부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영하 53℃를 기록했어요. 강추위가 시작된 것은 ‘음의 북극진동’ 때문이에요.
북극진동은 북극 지역에 존재하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주기적으로 강해졌다 약해졌다 되풀이하는 현상이에요. 양의 북극진동 주기에는 북극의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제트기류●에 갇혀서 한기가 극지에 머물지만,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약해지는 음의 북극진동 주기에는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와 북반구 중위도까지 얼려버려요. 그동안 북극진동은 자연적으로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강약을 되풀이해왔어요.
그런데 최근 지구온난화로 이 흐름이 달라지고 있어요. 북극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북극과 중위도의 온도 차가 줄어 제트기류가 눈에 띄게 약해졌거든요. 그 결과 북극 주변(고위도)에 머물던 찬 공기가 북반구 중위도에 위치한 여러 나라에까지 내려온 거예요.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해 이례적으로 한반도의 동서로 두 개의 고기압이 벽처럼 발달하며 바람길을 막는 ‘더블블로킹’ 현상이 발생해, 북극의 찬 공기가 약 2주간 머물러 한파가 이어졌죠.
●제트기류: 지구 약 10km 상공에서 지구의 자전과 남북의 기온차로 발생하는 초속 25m 이상의 강한 바람대.
●인터뷰
우진규
(기상청 예보국 예보분석관)
북극진동은 예보가 어렵다!
Q북극진동으로 한파가 왔는데 미리 예보할 수 없나요?
북극진동은 대기의 순환, 지구의 자전 등 다양한 요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최고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시뮬레이션하더라도 현재 정확한 예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Q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북극진동이 사라져 더 큰 한파가 찾아올 수도 있나요?
지구온난화가 북극진동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극진동이 아예 사라진다는 과학적인 예측은 없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북극진동은 대기의 순환, 자전과 관련이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지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거든요. 지구온난화로 지구 전체가 점점 더 따뜻해지면서 곳곳에 폭염 현상이 강해지겠지만, 강추위의 기간이 짧아지는 대신 더욱 강력해진 추위도 함께 찾아올 것으로 예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