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체의 몸속에는 유전정보가 담긴 분자● 뭉치, DNA가 있어요. DNA를 이루면서 유전정보를 띠는 각 분자 서열은 유전자, 유전자를 바탕으로 단백질 생산에 관여하는 분자는 RNA라고 하죠. 일반 RNA의 수십~수백 분의 1 크기인 ‘마이크로RNA(miRNA)’를 발견하고 연구한 과학자들이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RNA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단백질을 합성하는 기관인 리보솜을 구성하는 리보솜 RNA(rRNA), 리보솜에게 DNA의 유전정보를 알려주면서 단백질 생산에 직접 관여하는 메신저 RNA(mRNA) 등이죠. 앰브로스, 러브컨 교수가 발견한 마이크로RNA(miRNA)는 끝이 동그랗게 말린 머리핀과 같은 모양으로, RNA에 달라붙어서 유전자의 발현● 정도를 조절합니다.
빅터 앰브로스 교수는 1993년 miRNA의 존재를 최초로 발견했어요. 몸 길이 1mm의 단순한 구조를 가진 동물 ‘예쁜꼬마선충’을 관찰하던 중, mRNA에 살짝 붙어 있던 아주 작은 RNA 조각을 찾았죠. 당시 앰브로스 교수는 이게 예쁜꼬마선충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2000년, 앰브로스 교수와 여러 차례 함께 연구한 개리 러브컨 교수가 예쁜꼬마선충 유충에게서 또다른 RNA 조각을 발견했습니다. 이 두 번째 RNA 조각은 예쁜꼬마선충뿐만 아니라 세균, 곤충, 어류, 파충류, 포유류, 심지어는 인간에게도 있었어요.
러브컨 교수와 동료들이 이 RNA 조각을 mRNA로부터 떼어내자, 예쁜꼬마성충의 몸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어요. 이때부터 miRNA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miRNA의 다양한 역할과 수만 개 이상의 miRNA 종류가 밝혀졌습니다.
miRNA는 수억 년 동안 생물들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왔어요. miRNA가 없다면, 오류가 있는 유전자가 과하게 발현되어 암에 걸리기도 더 쉽고, 청력을 잃는 돌연변이, 안구와 뼈에 장애가 생기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백대현 교수는 “mRNA가 스피커라면 miRNA는 스피커의 음향 볼륨을 줄이는 장치와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전자가 필요한 만큼만 발현되어서 단백질이 과하게 생기지 않도록 정교하게 조절하는 거예요.
miRNA는 암뿐만 아니라 혈관, 신경 등 다양한 부위의 질병 치료 연구에 중요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앰브로스, 러브컨 교수는 이러한 질병들을 막을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발견을 한 공로로 이번 상을 수상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