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기후 위기 같은 중요한 문제를 미래의 어른인 어린이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 같아요.”
지난 5월, 헌법재판소에서 정부의 기후 위기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6학년 한제아 어린이였습니다.
기후소송 낸 초등학생?!
사람들끼리 다툼을 해결하기 어려울 때, 법의 도움을 받곤 해요. 이때 법원에 재판으로 판결을 내려 줄 것을 요구하는 제도를 ‘소송’이라고 합니다. 이중 국가 등을 대상으로 기후 문제와 관련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기후소송이라고 하지요. 2013년 네덜란드에서 세계 첫 기후소송이 제기된 뒤 독일, 미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20년 3월 청소년 19명을 필두로 기후소송이 처음 시작됐어요. 이후 아기기후소송, 시민기후소송 등 4건의 기후소송이 제기됐지요. 초등학교 6학년 한제아 어린이를 비롯한 이들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해요. 온실가스는 지구를 뜨겁게 하는 이산화탄소 같은 기체예요. 소송을 낸 어린이들은 기후 위기로 발생하는 피해가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 목표 둘러싸고 ‘옥신각신’
우리나라를 비롯한 영국, 프랑스 등 195개 국가는 지난 2015년 파리협정을 체결했어요.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한 약속이지요.
이에 2021년 우리나라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보다 40%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또, 2050년을 목표로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어요. 탄소 중립은 공기 중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해요.
이번 기후소송의 핵심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입니다. 소송을 낸 어린이들은 정부의 목표로는 지구 온도가 2.9℃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지적했어요. 그러면서 지구가 뜨거워지면 안정된 기후에서 살 권리를 포함한 환경권, 건강권 등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강조했지요.
또 어린이들은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만 있을 뿐 이후 대책이 없다고 전했어요. 목표치만큼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해도 구체적인 대처 방법이 없다는 거예요. 이에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40% 줄이기,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중장기 목표가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연도별 대책도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사촌 동생을 위해 용기를 냈어요.”
한제아 어린이는 언제, 어떻게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걸까요? 기후소송 공개변론의 주인공, 한제아 어린이를 만나봤습니다.
Q.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날씨가 시원했는데, 갑자기 여름이 급격하게 더워졌어요. 엄마한테 이유를 물어봤더니 기후 위기 때문이라고 답하셨지요. 태풍이나 비가 많이 오는 날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등 가족과 함께 기후 위기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며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졌어요.
Q. 기후소송은 어떻게 제기하게 되었나요?
엄마와 집 앞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하루 종일 주운 적이 있어요. 쓰레기만 주워서는 세상을 바꾸기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기후소송을 접했는데, 이 방법으로 환경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요. 또 저에겐 10살 어린 사촌 동생이 있어요. 기후 위기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 사촌동생은 이런 힘든 세상을 저보다 오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났어요.
Q. 공개 변론에서 느낀 점이 있었나요?
헌법재판소에 처음 갔는데, 내부가 굉장히 신기했어요. 그리고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공개 변론 시간이 엄청 길었어요. 첫 번째는 5~6시간 정도, 두 번째는 그것보단 조금 짧았지요.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려니 다리가 많이 떨렸지만, 변론이 끝난 후엔 시원하고 통쾌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Q. 환경을 위해 실천하고 있는 행동이 있나요?
저는 필요 없는 학용품이나 장난감을 굳이 사지 않아요. 제가 사고 싶다고 다 사버리면 그만큼 탄소를 많이 배출하게 되는 거니까요. 그래도 사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집에 있는 실 같은 재료를 이용해 스스로 만들어요.
Q. 꿈이 뭔가요?
저는 되고 싶은 게 많아요. 군인, 프로그래머, 농부가 되고 싶어요. 저희 할아버지께서 특전사 출신 직업 군인이셔서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롤이라는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는 프로그래머도 꿈꿨고, 미래 식량을 기르는 농부도 되고 싶어요.
Q. 어린이과학동아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기후 위기가 무섭고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래서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고 피하는 경우도 종종 보았습니다. 하지만 기후 위기는 우리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일이에요. 어과동 독자들도 기후 위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 직접 만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