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록 탐정, 제 억울함을 풀어주시오!”
한 어부가 분한 표정으로 꿀록 탐정 사무소에 들이닥쳤어요.
“도대체 무엇이 억울해서 사무소에 찾아오셨나요?”
“이웃집에 사는 동료 어부가 부자가 되었는데,
저는 왜 부자가 될 수 없는 게지요?”
개코 조수가 어부를 어르고 달래 진정시키자,
어부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
친구 따라 용궁 간다?! 영문 모를 작전 실패!
“자네 어찌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었나?”
“아니, 글쎄….”
갑자기 부자가 된 이웃집을 보고 어부가 깜짝 놀라 그 연유를 물었어요. 엊그제만 해도 분명 이웃집은 자신의 집과 비슷한 초가집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으리으리한 기와집으로 변했기 때문이에요.
“내가 며칠 전 잉어를 잡았는데 애원하는 듯한 잉어의 눈을 보고는 마음이 아파 도로 놓아주었다네. 그러자 꿈속에 웬 사람이 나타나, 자신이 그때 살려 준 잉어라고 하더군.
알고 보니 용왕의 아들이었지. 그리하여 용궁에 초대를 받아 크나큰 환대를 받은 뒤,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려는데…. 글쎄,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이뤄주는 구슬을 선물로 주더라고! 그 구슬 덕에 어마어마한 부자가 된 거라네.”
어부는 부자가 된 이웃이 부러워 자신도 잉어를 잡았다 풀어준 뒤 구슬을 선물로 받기로 결심했어요. 그리곤 부리나케 바닷가로 달려가 낚시를 시작했으나, 좀처럼 잉어는 잡히지 않았어요.
“입질이 온다!”
그런데 웬걸? 생전 처음 보는 물고기가 잡혔어요. 긴가민가했지만 어부는 물고기를 놔주고 부자가 될 생각에 신이 났어요. 그러자 잠든 어부의 꿈속에 용왕이 나타났지요.
“당신이 살려 준 분은 실러캔스 형님이오. 제가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분인지라 주제넘게 나서서 선물을 준다고 하기가 곤란하오. 그럼 이만….”
“예?! 그게 무슨 소리요? 잠깐, 용왕님! 용왕님!”
사연을 말한 어부는 또다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어요.
“실러캔스가 대체 어떤 물고기길래 용왕님이 상도 안 주고 도망가는 것이오?”
“흐음~, 고생대에 나타난 실러캔스 형님 아니우?!”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
지구 생명체의 첫 전성기, 고생대!
고생대는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화석이 많이 발견된 지질시대예요. 약 5억 4100만 년부터 2억 5200만 년 전으로 추정되지요. 그전까지는 미생물이나 부드러운 형태로 살던 생물이 고생대부터 폭발적으로 진화해 늘어나기 시작했죠. 고생대에는 얕은 바다가 넓게 발달했어요. 덕분에 삼엽충이나 바다전갈 같은 해양생물이 크게 번성했어요. 또한, 일부 원핵생물*이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방출하면서 대기 중 산소 농도가 높아졌어요. 이로 인해 오존층이 두꺼워지며 지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량이 줄어들었어요. 해로운 자외선을 막아줄 오존층과 대기 중에 산소가 갖춰진 덕에 해양 생물 일부가 최초로 육지로 올라와 생활하기 시작했지요.
화석 기록에 따르면 고생대 초기 무렵 단단한 껍질과 뼈를 가진 해양 생물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어요. 고생대 초기에 삼엽충과 같은 무척추 생물이 대부분이었으나, 중기로 넘어가면서 척추동물인 어류가 크게 늘었고, 후기에는 파충류가 출현했지요. 하지만 고생대의 역사는 페름기 대멸종과 함께 저물었어요. 페름기 대멸종이 왜 일어났는지 아직 그 원인을 명확히 밝혀 내지 못했지만, 화산 분화에 따른 온실 기체의 증가, 해수면 높이의 급변 등 여러 가지 환경 변화가 순서대로 발생하거나 거의 동시에 발생했던 것으로 추정해요.
통합과학 넓히기 │
삼엽충 귀는 토끼 귀?! 고생대 새로운 화석 발견
고생대 캄브리아기, 여러 생명이 등장한 시기인 만큼 다양한 종의 조상이 발견됐어요. 10월 26일, 중국과학원 난징지질학및고생물학연구소(NIGPAS) 연구팀은 중국 동부 산둥성에서 약 5억 700만 년 전 캄브리아기에 살았던 토끼 귀 모양의 삼엽충 화석 수십 개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어요.
30~40mm 크기의 이 삼엽충은 머리가 성장할수록 토끼 귀처럼 양 끝이 길쭉한 모양으로 자라서, 전체 몸통의 절반가량을 차지했어요. 그래서 라틴어로 ‘긴 귀’를 뜻하는 ‘아우리투스(auritus)’ 단어를 넣어 ‘판타스피스 아우리투스(Phantaspis auritus)’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연구팀은 이 삼엽충의 머리가 토끼 귀 모양인 이유를 세 가지로 추측했어요. 주로 바다 밑에서 먹이를 찾는 삼엽충이 모래 밑 깊은 곳까지 탐색하거나, 짝짓기에서 수컷이 자신을 과시하는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어요. 또는 몸집이 더 커 보이고, 포식자가 삼키기도 어렵게 만들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일 수 있어요. 이번 연구를 이끈 NIGPAS 지신 선 연구원은 “삼엽충의 머리는 대부분 오르도비스기부터 여러 형태로 분화됐다”며, “그런데 판타스피스 아우리투스는 캄브리아기부터 삼엽충이 다양한 모습으로 번성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답니다.
기생동물의 조상도 캄브리아기에 탄생했어요. 6월 2일에는 중국 남부 윈난성에서 고생대에 살던 기생동물 화석 수천 개가 발견됐어요. 중국 서북대학교 고생물학과 지페이 장 연구팀이 발견한 이번 화석은 약 5억 1200만 년 전 캄브리아기에 살던 것으로 추정돼요. 지금까지 발견된 기생동물 화석 중 가장 오래됐죠. 이 기생동물은 몸통 길이가 약 2mm에 긴 털은 최대 4.6mm로, 조개껍데기에 붙어 기생했어요. 그래서 조개가 먹이를 먹을 때마다 껍질 가장자리에서 입을 내밀고 조개의 먹이를 훔쳐 먹었지요. 이처럼 다른 동물이 먹다가 흘린 먹이를 훔쳐 먹고사는 생물을 ‘절취기생동물’이라고 해요. 이번 발견을 통해 기생동물의 시작이 절취기생동물 형태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답니다.
에필로그
“당신이 살려준 실러캔스는 용왕님의 대선배입니다. 나이가 수억 살이나 많아서 용왕님도
큰절을 올려야 하는 분이죠.” 꿀록 탐정이 상황을 설명해도 어부는 여전히 억울했어요. 그런데 그날 밤, 펑! 어부의 꿈속에 갑자기 실러캔스가 나타났어요.
“그렇다면 나도 자네에게 구슬을 하나
주겠네.”
이 구슬은 들여다볼 때마다 고생대의 모습을 보여줬어요. 어부는 신기한 고생대의 모습을 살펴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죠. 매일 고생대의 모습을 탐구하던 어부는 당대 최고의 고생물학자가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