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
(안녕, 나는 제주도 금오름 분화구에 사는 맹꽁이야.
관광객들이 쌓은 돌탑 때문에 말라죽을 뻔하다가 살아났단다. 우릴 걱정한 인간들이 힘쓴 덕에 돌탑을 전부 허물기로 했거든.)
시민들의 관심, 맹꽁이를 지켜내다
지난 4월 14일, 제주도는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 있는 금오름 분화구의 돌탑을 허물었다고 밝혔어요. 금오름은 해발 427.5m의 화산으로, 꼭대기에 산정 화구호가 있어요. 산정 화구호는 산 정상의 분화구에 있는 습지를 말해요.
금오름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유기물이 풍부하고 습기가 많아 오래전부터 제주도롱뇽, 큰산개구리 등 다양한 양서류가 살아왔던 곳이에요.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맹꽁이가 많이 살고 있지요. 그런데 관광객 사이에서 금오름의 습지가 ‘인생샷’ 명소로 알려지면서 맹꽁이들이 위기에 놓였어요.
금오름에 오는 관광객들은 작은 돌로 돌탑을 쌓으며 소원을 빌곤 했어요. 이 돌들은 맹꽁이들이 숨어 있던 돌무더기였지요. 관광객들이 돌무더기를 파헤치고 쌓아 올리면서 수많은 맹꽁이가 휴식 공간을 빼앗겼습니다. 게다가 돌탑을 쌓기 위해 많은 사람이 분화구 안에 들어가면서 땅속에 숨어 있던 맹꽁이들이 짓밟혀 죽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오랜 시간 금오름을 관찰한 제주대학교 생물교육학과 오홍식 교수는 맹꽁이를 위해 금오름의 생태 환경을 지킬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어요. 제주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 제주환경운동연합도 금오름 분화구 내 돌탑을 원상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제주도는 이를 받아들여 돌탑을 허물고 맹꽁이가 살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정리했어요.
그리고 지난 5월 7일, 금오름 습지에서 맹꽁이 성체 10여 마리와 이들이 낳은 알이 잔뜩 발견됐어요. 맹꽁이가 무사히 번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거예요. 제주도청 기후환경국 강애숙 국장은 “금오름에 관광객이 계속 오는 만큼 정기적으로 환경을 점검할 것”이라고 전했어요. 또 “습지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돌탑을 쌓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인터뷰 오홍식(제주대학교 생물교육과 교수)
금오름의 습지가 돌아오기까지
Q.오랫동안 금오름을 관찰하며 느낀 변화가 있나요?
금오름 습지는 원래 물이 아주 풍부했습니다. 그런데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수위가 낮아지더니 최근에는 강수량이 많아야 습지에 물이 형성되고, 그마저도 며칠 후에는 물이 빠지거나 증발해 습지가 말라버리는 현상이 자주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기후변화와 더불어 돌탑 쌓기 등 사람이 맹꽁이의 서식처를 훼손해 나타나는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Q.습지가 마르면 맹꽁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요?
맹꽁이는 폐호흡과 피부호흡을 둘 다 하는데, 특히 피부호흡이 중요합니다. 피부호흡을 하려면 피부가 항상 젖어 있어야 해요. 물이 있어야 공기 중 산소를 녹여서 흡수할 수 있거든요. 또 맹꽁이는 주로 땅속에서 지내다가 비가 오거나 장마 기간이 되면 밖으로 나와 알을 낳고 다시 땅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니 물이 없으면 숨도 쉬기 어렵고 번식도 할 수 없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