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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과학] 제비 몰러 나간다~! 정다미 연구원

“제비 몰러 나간다~!”
TV 광고에 나오며 너무나 유명해진 판소리 ‘흥보가’의 한 대목이죠? 심술궂은 놀부가 제비를 잡으러 나서는 내용을 담고 있지요. 그런데 진짜 제비 몰러 다니는 연구자가 있대요! 바로 흥부처럼 제비를 구하기 위해 앞장서는 정다미 연구원이지요. 새에 대한 사랑이 잔뜩 묻어 있는 꾸룩새연구소에서 정다미 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 봤어요.

 

 

수리부엉이는 내가 지킨다!
“어릴 적부터 이곳은 동네 친구들보다 새를 더 자주 볼 수 있는 곳이었어요. 식사를 하다가 창문 너머로 시선을 돌리면 옹달샘에서 목을 축이는 새와 눈이 마주쳐요. 제가 새 연구자가 된 것도 다 이런 자연환경 덕분이죠.”


‘꾸룩새’는 소쩍새와 수리부엉이 같은 올빼미과 새들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에요. 꾸룩새연구소 뒷산에는 몸길이가 68cm나 되는 아주 큰 수리부엉이도 살고 있어요. 70세가 넘으신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 이곳의 부엉이 알을 꺼내 드신 적도 있다고 하니, 정말 오래된 수리부엉이 서식지죠?
그런데 지난 해 파주 법흥리의 수리부엉이 서식지가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정다미 연구원은 수리부엉이 보호 활동에 직접 나섰어요. 


“개발로부터 생물의 서식지를 보호하려면 그곳에 생물이 살고 있다는 증거자료가 꼭 필요해요. 파주 법흥리의 수리부엉이 서식지는 제가 2002년 즈음부터 조사를 해온 곳이라, 증거자료가 충분히 마련돼 있었어요. 많은 분들과 함께 서식지 보호 활동을 하면서 생물의 서식지를 지켰을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효과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어졌답니다.”


정다미 연구원은 어릴 적부터 수리부엉이뿐만 아니라 모든 새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 대학원에 입학한 뒤로는 쭉 제비 연구만 하고 있지요. 제비 연구를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대학원 입학하고 슬럼프가 찾아왔어요. 그 시기에 이웃 할머니 댁을 방문했는데, 할머니께서 대뜸 ‘그때 걔 아직도 여길 찾아와’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고등학생 때 제가 가락지를 채운 제비를 말씀하시는 거였지요. 그날 밤 둥지를 확인해 봤더니, 정말 그 제비가 맞았어요. 그때 제비와 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라고 느껴 제비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답니다.”  

 

폐가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는 이유는?


“제비는 사람이 사는 집에만 둥지를 튼다고 알려져 있는데, 몇 년 전엔 그 사실이 맞는지 확인해 보려고 전국의 폐가를 찾아다녔어요. 가옥의 구조와 파손 정도, 제비가 번식했던 흔적 등을 꼼꼼히 기록하기 위해 으스스한 폐가 안을 샅샅이 뒤졌지요. 어두컴컴하고 곳곳에 거미줄이 걸려있는 데다, 갑자기 고양이가 나타나 소스라치게 놀란 적도 많았어요. 이럴 땐 속으로 ‘제비 연구를 위해 정말 별걸 다 하는구나’라고 푸념했답니다.”

 


정다미 연구원이 직접 조사한 우리나라의 폐가와 프랑스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114곳 중 단 두 곳에만 제비가 살았어요. 두 곳도 양옆엔 사람이 사는 가게였고, 둥지는 집 밖에 있었지요. 즉, 대부분의 제비는 사람이 드나드는 곳에만 집을 짓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거예요.
“전 제비가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사람과 산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폐가에 제비 소리, 배설물, 둥지, 새끼 모형을 두고 핫팩을 붙여 제비가 사는 것처럼 만든 후, 카메라를 설치했지요. 사진을 분석한 결과, 고양이가 자주 보였답니다.”

 

제비 덕을 톡톡히 봤죠!
올해는 파주 지역에서 제비가 사는 가옥을 300곳 이상 돌아다니며 설문 조사를 했어요. 주민분들에게 제비의 포식자인 고양이가 얼마나 드나드는지 확인하고, 제비에 대한 인식을 물었지요. 직접 발로 뛰는 연구가 힘들진 않았을까요?


“전혀요. 한 달 동안 일찍 일어나 여러 집을 다니니 오히려 건강해졌어요. 제비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매일 보니 흐뭇했고, 귀찮으실 텐데 많은 분들이 호의를 베풀어 주셔서 감동도 받았지요. 음료수, 감자샐러드, 쑥개떡 등 주민분들께 얻어먹은 음식만 해도 셀 수 없답니다. 이렇게 사람과 함께 사는 제비 연구를 쭉 하다 보니 사람과 만나는 것이 즐거워지고, 성격도 더 밝아졌어요. 한마디로 제비 덕 좀 본 거죠!”

 

 

하지만 낯선 사람이 대뜸 제비집을 조사한다고 하면 반기지 않는 분도 많다고 해요.


“몇 년째 찾아가던 할머니께서는 늘 저를 싫어하셨어요. 그래서인지 얼마 전엔 제비 둥지를 다 허물어 버리셨더라고요. 혹시 제가 자꾸 찾아가서 그러신 건 아닐까하는 마음에 안타까웠답니다. 하지만 삼월삼짇날 즈음부터 제비를 기다리고, 반려동물처럼 아끼시는 분도 많아요.”


지금은 모든 조사를 끝내고 캐나다에서 열리는 국제조류학회를 준비 중이라고 해요. 필드에서 얻은 데이터를 정리하고 분석해 만든 포스터를 청중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발표 준비로 바쁘지요.   
“이곳저곳 다니며 고생해서 얻은 데이터가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사실 많이 어렵고 결과가 어떨지 몰라 두렵지만, 부딪혀 보려고요!”


꼬마 새 박사에서 제비 연구자로, 다시 꾸룩새연구소 소장으로 발전하고 있는 정다미 연구원의 꿈은 무엇일까요?


“제비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논이 펼쳐져 있고 하천이 흐르는 곳에 우리나라 전통가옥을 지어 사람과 제비가 함께 어울려 사는 제비 마을을 꿈꾸고 있답니다.” 

 

 

※지구를 위한 과학은 [어린이과학동아]와 C_program이 함께합니다. 

2018 지구를 위한 과학은 남방큰돌고래, 제비, 매미, 민물고기를 연구하는 젊은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C_program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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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6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박영경 기자 기자
  • 도움

    정다미
  • 도움

    임봉희
  • 사진

    현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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