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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내가 주워온 아이라고?

“우, 우리 아이를 찾아 주세요~!”
서늘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보름달에게 소원을 빌고 있던 닥터고글의 귀에 절박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려 보니 한 부부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집을 나간 아들을 찾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아들을 찾아달라는 이들부부의 이름은 오진실 씨와 당연한 씨. 온 가족이 모여 단란한 명절을 보내야 할 시기에 아들인 당돌한 군이 쪽지 하나만을 남기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사건 의뢰 - 아들이 사라졌다?

부부의 간곡한 청에 닥터고글은 연휴도 포기한채 냥냥과 함께 제트를 타고 부부의 집으로 향한다. 당
돌한 군의 방을 둘러보는 닥터고글.‘그 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쓰여 있는 쪽지가 눈에 띈
다. 닥터고글에게 하소연하는 당연한 씨.
“평소에 공부도 열심히 하고 말도잘듣는 착한아이였어요. 가출 같은 걸 할 리 없어요.”
부부는 아들의 가출 사실이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눈치다.
“하지만쪽지를보면제발로나간건분명한데요.”
그러자 오진실 씨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얼마 전에 성적이 떨어졌기에 야단치면서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흠~. 그정도로가출을하다니정말당돌하군요.”
그 때 냥냥이 닥터고글에게 뭔가를 가져온다.
“아, 이건 당돌한 군의 일기장이군요! 원래 남의 일기장을 보면 안 되지만 지금은 비상사태니….”
닥터고글이 펼친 가장 최근의 날짜에는 이렇게쓰여 있었다.
“흑흑~! 오늘 혈액형 검사를 했는데 AB형이 나왔다. AB형이라니! 이건 말도 안 돼~!”
오진실 씨가 의아한 말투로 중얼거린다. “AB형이 어쨌다고 그러는 걸까? 도대체 무슨 소리지?

사건 분석 ➊ 혈액형으로 부모를 알 수 있다?

생각에 잠긴 닥터고글. 잠시후뭔가 떠오른듯 부부에게 묻는다.
“실례지만, 혈액형이…?”
“AB형인데요.”
“전 O형….”
“이게 문제였군요! 부모가O형과AB형일 경우 자녀의 혈액형은 AB형이 나올 수 없답니다.”
닥터고글은 부부에게 혈액형의 유전 원리에 대해 설명한다.
“혈액형은 적혈구에 있는 항원의 종류에 따라 구분돼요. A형, B형, O형 등으로 구분되는 ABO식 혈액형이 가장 널리 쓰이고, 부모에게서 자녀에게 유전돼죠. 사람은 각각 A, B, O형 유전자를 두 개씩 갖고 있는데, 양쪽 부모에게서 각각 하나씩 받는 거예요.”
“유전자가 두 개라고요?”
“맞아요. O형은 유전자형으로 치면 OO형이에요. A형에는AA와 AO형이,  B형에는 BB와 BO형이 있고요. AB형은 유전자형도 AB형이지요.”
당연한 씨가 이해했다는 듯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 돌한이는 저에게서 A 또는 B, 엄마에게서 O형을 물려받으니까 당연히 A형이나 B형이 나와야 하는군요!”
하지만 오진실 씨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외친다.
“말도 안 돼요. 돌한이는 우리 아이라고요!”
난감한 닥터고글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음. 일단 당돌한 군을 찾는게급한것같군요. 혹시 어디 갈 만한 곳이 없을까요?”
그 때 냥냥이 닥터고글에게 말한다.
“냐~ 냥냥 야냥~!(아까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고했잖아!)”
“그건 원래 엄마들이 혼낼때장난으로 하는 소리지~. 설마….”
 



사건 분석 ❷ 혈액형 유전에도 예외가 있다?

그러나 설마가 정말로 사람을 잡을 줄이야! 혹시나 해서 가 본 다리밑에 꼬질꼬질한 아이하나가 ‘부모님을 찾습니다!’라고 쓰인 푯말을 들고 앉아 있는 게 아닌가.
“돌한아~!”부부가 아들을 얼싸안는다. 하지만 당돌한 군의 당돌한 한 마디.
“키워 주신 건 고맙지만 전 제 진짜 부모님을 찾고 싶어요.”
또다시 울음을 터뜨리는 부부. 그 때 닥터고글이 당돌한 군에게 혹시 검사가 잘못됐을 수 있으니 혈액형 검사를 다시 해 보자고 한다. 당돌한 군의 피를 뽑아서 제트로 분석하는 닥터고글.
“흠~. 다시 검사를 해도 당돌한군의 혈액형은 AB형이 맞군요.”
말도 안 된다고 아우성치는 부부를 말리며 닥터고글이 말을 잇는다.
“실례지만 당연한 씨의 혈액형도 검사해 볼 수 있을까요?”
당연한씨의 검사 결과를 본 닥터고글의 눈빛이 반짝인다.

희망에 가득한 표정으로 닥터고글을 바라보는 부부.
닥터고글이 드디어 입을 연다.
“비밀은 바로 이겁니다! 당연한 씨는 평범한 AB형이 아니라 희귀혈액형인 시스(cis)-AB형이에요. 일반 AB형과 달리 시스-AB형은 A형과 B형 유전자가 한 염색체 위에 있어요. 그래서 A형과 B형 유전자가 모두 당돌한 군에게 유전되었고, 그 결과 당돌한 군의 혈액형이 AB형이 된 거죠! 시스-AB형은 서양에는 거의 없고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확률은 100만분의 1이 채 안 돼요. 학교에서 하는 간단한 검사로는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당연한 씨나 당돌한 군이 몰랐던 거죠.”
닥터고글의 설명을 들은 당돌한 군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그럼 제 진짜 부모님이 맞는 건가요?”
“물론이죠.”

 




혈액에 항체를 섞어 응고하는지를 보면 혈액형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드물게 생기는 예외나 자세한 혈액형을 알려면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

사건 분석 ❸ 혈액형의 종류는 많다?

닥터고글의 설명에 세식구가 얼싸안고 기뻐한다.
닥터고글도 뜻깊은 명절에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한데…. 잠시후, 눈물을 훔치며 이야기하
는 당돌한 군.
“전 혈액형만 보고 제가 주워 온 자식인 줄 알았어요.”
“하하. ABO형 혈액형에는 이렇듯 예외가 있지요. 예를 들어, A형이나 B형이라도 특성이 약하게 드러나는 약A형과 약B형이 있어요. 이 경우 혈액형은 A, B형이지만 간단한 검사만으로는 O형으로 나와 혼동하기 쉬워요.”
신기해하는 당돌한 군. 어느 새 눈물은 사라지고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하는데…. 닥터고글은 신이
나 설명을 계속한다.
“또 인도에서 발견된 희귀 혈액형으로는‘봄베이O형’이라는 게 있어요. 실제로는 A형이나 B형 유전자를 지녔지만 검사에서는 O형으로 나오죠. 하지만 봄베이 O형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사례가 없어요.”
 “그렇군요. 전 혈액형은 단순히네종류만 있는줄 알았어요.”
“혈액형은 ABO식 외에도 종류가 다양하답니다. 적혈구를 구성하는 수많은 성분에 따라 혈액형을 나
눌 수 있거든요. 우리가 흔히 쓰는 것은 ABO식과 Rh식이지만 MNS식, 루이스식, 더피식 등 국제수혈학회에서 공인된 주요 혈액형만 해도 30가지예요. 그 외에도 아직 공인되지 않은 혈액형이 250가지가 넘어요.”
당돌한 군이 닥터고글의 설명에 깜짝 놀란다.
“그러면 수혈할때그수많은 혈액형을 모두 맞춰야 하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다른 혈액형은 맞추지 않아도 수혈할때서로 엉기는 비율이 아주 작기 때문에 주로 ABO식과Rh식만 맞추면 되지요. 기본적으로 같은 혈액형끼리 수혈해야 하지만 O형은 모든 혈액형에 줄 수 있고, AB형은 다른 혈액형의 피를 모두 받을 수 있죠. Rh-형은 Rh-형의 피를 받아야 하고요.

 

헌혈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고귀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헌혈이 부족해 수혈해야 하는 환자들이 곤란을 많이 겪는다.

사건 해결 - 헌혈은 사랑의 실천!

그런데 갑자기 당돌한 군이 한숨을 푹 내쉰다.
“전 AB형이라O형인 엄마가 아프시면 제 피를 드릴수가없군요. 흑~. 부모님께효도도못하다니….”
아들의 효성에 감격해 눈물을 흘리는 오진실씨. 닥터고글이 웃으며 당돌한 군을 달랜다.
“걱정 말아요, 당돌한군. 과학자들이 사람에게 쓸 수 있는 인공혈액을 열심히 개발하고 있으니까요. 산소를 운반해줄수있는 화학물질이나 돼지등의 동물 피에서 뽑아 낸헤모글로빈을 이용해 피 속의 적혈구를 대체하는 물질을 개발하려는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요. 최근에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적혈구를 만들어 내는 연구가 성과를 거두기도했지요.”
하지만 당돌한 군은 여전히 서운한 눈치다.
“하지만 인공혈액이 널리 쓰이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요. 그 때까지는 우리가 열심히 헌혈
을해야 해요. 당돌한 군이 직접 어머니에게 피를 드릴 수는 없지만, 다른 누군가가 당돌한 군의 어머니를 도울 수 있으니까요. 물론 당돌한 군은 아직 어리니까 헌혈을 하려면 만 16세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다시 얼굴이 밝아지는 당돌한 군. 이번에는 냥냥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데….
“닥터고글의 설명을 듣다 보니 혈액형에 대해 궁금해졌어요. 저도 연구해 보고 싶어요. 동물도 혈액
형이 있겠죠? 물론 고양이도….”
당돌한 군의 시선에 흠칫 놀라는 냥냥. 순간 당돌한군이 헌혈좀해달라며 주사기를 들고 냥냥을쫓
아가기 시작한다.
“어이, 냥냥. 웬만하면 조금만 주지 그래?”
“냐~ 냐냐냥~!(난 주사기는 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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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8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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