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지만 정확하지 않다?!
개인용 자가검사키트의 가장 큰 장점은 검사 결과를 15~20분이면 확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선별진료소에서 전문 의료인이 하는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24~48시간 뒤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아주 빠르죠. 또 의료진 도움 없이 혼자서도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어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자가검사키트는 직접 코 안의 검체를 채취한 다음 테스터에 반응시켜 확인하는 방식으로, 항원-항체 원리를 이용한 ‘신속 항원 검사’입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항원)가 몸에 들어오면 면역세포들은 이에 맞서기 위해 항체를 만듭니다. 검사키트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원을 인식할 수 있는 항체가 담겨 있어서, 코에서 채취한 검체 물질(항원)과 반응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요.
문제는 검체를 정확하게 채취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전문 의료인은 면봉을 깊게 넣어 비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합니다. 비인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전염되는 특성상 바이러스의 농도가 가장 높고, 콧물이 활발하게 만들어지는 부위이기 때문이지요. 반면 자가검사키트는 비강에서 채취합니다. 분비물과 바이러스의 농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위치이다 보니 민감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바이러스의 수를 크게 증폭시켜 검사하는 중합효소 연쇄반응(PCR)과 달리 검체의 양 자체가 적기 때문에 정확하게 잡아내기 어려운 거죠.
●민감도 : 질병이 있는 환자 중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타날 확률.
실제로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가 17.5%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연구진은 지난 1월 5일부터 11일까지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환자 98명을 대상으로 전문 의료인 검사 방식(PCR)과 자가검사키트를 모두 실시해 비교했어요. 그 결과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는 PCR대비 17.5%였습니다.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가 80~90%라던 발표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개인용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가 낮은 만큼 보조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증상이 의심되는 경우 반드시 전문가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가검사키트 체험기
면봉 깊게 넣기, 너무 어려워요!
기사를 준비하던 중 마침 편집부에 자가검사키트가 생겼습니다. 호기심이 생긴 기자는 이미 선별진료소 검사 경험이 있던 이다솔 기자와 체험해 보았습니다.
우선 자가검사키트 구성품을 보니, 기다란 면봉과 테스터기, 추출액튜브, 비닐 봉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설명서에 따라 추출액튜브를 준비해 놓고, 면봉을 집어들었습니다. 심호흡을 한 번 크게 들이쉰 이다솔 기자는 면봉을 콧속으로 넣고는 분비물이 잘 묻도록 회전시켰죠. 왼쪽 콧구멍 다섯 번, 오른쪽 콧구멍 다섯 번. 이내 ‘엣취!’하고 재채기가 튀어 나옵니다. 이후 면봉을 튜브에 넣어 섞어준 뒤, 네모난 테스터에 총 3방울을 떨어뜨렸습니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소감을 묻자, 이다솔 기자는 “전문 의료진은 마치 면봉이 눈에 닿을 것처럼 면봉을 깊게 넣던데, 혼자서 채취하려니 무서워서 면봉을 깊게 넣지는 못했다”며, “결과가 얼마나 정확할지는 잘 모르겟다”고 말했어요. 이어 “다만 키트 사용 과정이 간단해서 누구나 쉽게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지요. 그래서 결과는 어땠냐고요? 빨간 줄 하나! 음성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