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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 운하 ‘길막’도 기후위기 탓?

 

 2021년 3월, 거대한 선박 하나가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를 막아섰어요. 선박의 정체는 대만의 해운 업체 에버그린이 운영하는 ‘에버기븐호’로, 수에즈 운하 한가운데를 일주일가량 막았습니다. 사고의 원인 중 하나는 당시 불었던 시속 74km의 강한 모래폭풍입니다. 당시 에버기븐호로 수에즈 운하가 막히며 400척이 넘는 선박의 운항이 지체되었어요. 스페인 카밀로호세대학교의 마르타 세라노 페레스 환경공학박사는 “수에즈 운하 봉쇄 당시 첫날에만 96억 달러(약 12조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분석했습니다.

 

2022년, 사이프로스연구소의 조지 지티스 박사는 1981년부터 2019년까지 유럽, 미국, 아프리카 등 세계 여섯 곳의 평균 기온을 분석했어요. 그 결과, 중동의 평균 기온이 0.45℃ 올라 같은 기간 기온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티스 박사는 “기온이 빠르게 오르면 중동에서 매년 반복되는 모래폭풍의 주기와 강도가 더욱 세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후위기가 항로를 방해한 건 이번만이 아니었어요. 2021년에는 이집트에 위치한 수에즈 운하에서 거대한 선박이 모래폭풍으로 멈추기도 했죠. 기후위기가 계속 되면 이런 일은 더 빈번해질지도 몰라요.

 

기후위기로 북극길 열린다?!

 

기후위기의 영향은 원래 있던 뱃길에만 한정되지 않아요. 북극 얼음이 녹으며 북극 바다가 새로운 항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1년 미국국립빙설자료센터는 1979년부터 2021년까지의 해빙 면적을 비교한 결과, 북극 해빙의 면적이 645만 km에서 2021년 413만 km까지 줄었다고 발표했어요.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40년이 넘는 기간 한반도 면적 10배 이상의 얼음이 사라진 셈이죠.

 

 

러시아처럼 북극과 맞닿은 나라는 북극의 해빙을 반기기도 합니다. 러시아에는 추운 날씨로 인해 부동항이 없는데,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 북극으로도 배가 지나다닐 수 있기 때문이에요. 2022년 미국 브라운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아만다 린치 교수는 “북극 노선은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 노선보다 30~50% 짧고, 통과 시간을 약 14~20일 단축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북극 해역이 따뜻해지면 선박이 배출하는 탄소를 약 24%까지 줄이는 동시에 비용과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후 전문가는 북극이 녹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어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권민호 해양기후예측센터장은 “2015년 이후로 남극과 북극의 빙하는 우리가 예상한 속도보다 50% 이상 빠르게 녹고 있다”며 “북극항로 개척은 일부 국가에게 경제적으로 이득을 줄지 몰라도, 기후적으로는 전 세계에 예측 불가능한 이상기후를 가져다 주기 때문에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부동항: 1년 내내 얼지 않는 항구.

2024년 1월 1일 어린이과학동아(1호) 정보

  • 박동현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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