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조금 특별한 미라들이 발견됩니다. 보존 상태가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좋고, 백이면 백 조선시대 미라라고 하는데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잘 보존된 건 독특한 장례 문화 덕분!
우리나라는 사막처럼 건조하거나 극지방처럼 춥지 않고, 토양이 산성이어서 매장된 시신이 빠르게 분해됩니다. 이 때문에 자연적으로 미라가 만들어지기 매우 어려운 환경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미라는 도대체 어떻게 발견되는 걸까요?
수천년 전의 자연 미라가 발견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 미라는 대부분 15세기에서 18세기 사이의 조선시대 무덤에서만 발견됩니다. 그 이유는 조선시대의 장례 문화인 ‘회곽묘’ 때문이에요. 회곽묘는 시신을 나무 관 속에 눕힌 뒤 석회와 모래, 황토 등을 섞은 재료를 관 주변으로 부어 단단하게 굳힌 묘입니다. 시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벽을 만든 거죠. 염기성 물질인 석회는 산성인 토양과 만나면 굳으며 열을 방출하는데, 이 때문에 관 내부의 온도가 100℃ 이상으로 높아집니다. 이 상태가 오랜 시간 유지되면서 시신을 부패시키는 세균이 모두 죽어 멸균상태가 된 거죠. 김한겸 교수는 “석회가 다 굳으면 관 속이 외부와 차단되면서 시신 속에 있던 수분이 유지되었을 것”이라며 “덕분에 일부 미라는 피부에 탄력이 남아 있을 정도로 잘 보존돼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 미라에서는 어떤 사실들을 알아냈을까요? 김 교수는 “예를 들어, 폐 질환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학봉 장군’ 미라를 살펴보면 몸속에서 애기부들 꽃가루가 발견된다”며 “당시 동의보감에 써 있는 치료 방법에 따라 꽃가루를 먹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어요. 홍 교수는 “역사적 사실을 자연과학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미라 연구의 매력”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021년에는 미라와 함께 출토된 의복과 장신구들이 우리나라 장례 문화를 보여주는 국가민속문화재로 등록되기도 했지요.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 살던 선조들이 실제로 어떻게 지냈는지 알기 위해서는 미라를 연구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병리학자와 복식 연구자, 식물학자가 함께 연구합니다”
미라를 연구하다 보면 수많은 전문가들이 필요합니다. 저는 병리학●을 전공해 미라의 사인과 미라의 주인이 생전에 앓던 질병 등을 밝혀냈어요. 하지만 미라가 입고 있던 옷에서 실마리를 얻으려고 한다면 조선시대 복식 연구자의 의견이 필요하죠. 또 미라 옆에서 발견된 옛 문서가 있다면 서체와 종이를 연구하는 분께 물어봐야 할 거예요. 몸속에서 꽃가루가 발견된다면 식물학자와 함께 새로운 사실을 알아낼 수도 있죠. 이렇듯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조언자가 될 수 있다면 자신만의 새로운 관점으로 미라를 연구할 수 있습니다.
용어 설명
●병리학: 질병의 원인이나 진행 과정, 질병으로 인한 몸의 조직이나 기관의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