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이 걸릴 수 있는 질환도 어른과 차이가 있어요. 어른은 대부분 환경적인 요인이나 생활 습관으로 몸의 기능이 떨어져 병이 발생하지만, 소아청소년은 선천적인 이유로 병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질병의 종류와 원인이 다른 만큼 어른과 소아청소년의 치료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어른이 많이 걸리는 암은 폐암, 대장암, 유방암, 위암 등이에요. 그런데 이 암들은 소아청소년에게서 거의 발생하지 않아요. 대신 신경모세포종, 림프종, 소아뇌종양 등이 자주 발생하지요. 이 병들은 진행이 빠른 경우가 많아 치료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암 종류의 차이뿐 아니라 소아청소년은 성인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특정 질병이 나타나기도 해요. 예를 들어 미숙아는 태아 시기에만 있는 태아순환구조물을 갖고 태어나 혈액 순환에 어려움을 겪는 질병을 앓기도 합니다. 김찬 전문의는 “배가 아픈 증상이 나타나면 어른은 바이러스성 장염, 소위 배탈을 생각하기 쉽지만, 신생아나 미숙아는 장 자체가 미숙해서 걸리는 ‘괴사성장염’, 조금 더 큰 영아는 ‘장중첩증’ 등을 의심해 봐야 한다”며, “소아에게서 특징적인 질병은 소아청소년과에 특화돼 있다”고 말했어요. 이어 “어른들의 결혼 시기가 늦는 사회적 현상으로 출산율이 줄고 중증질환이나 장애를 갖는 아이, 미숙아로 태어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소아청소년과에서 추적관찰이 필요한 사례가 느는 만큼 이들의 안전망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아청소년에 특화된 의료 체계를 지켜주세요.”
Q. 수도권에 병원이 몰리면 어떤 문제가 있나요?
저는 소아암 환아를 치료하는 의사예요. 제 환아는 지방에 내려갔다가, 갑자기 패혈증이 왔습니다. 패혈증은 몸의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세균 감염에 의해 쇼크가 오는 질환입니다. 생명을 위협할 수 있죠. 4~5시간도 버티기 어려워 증상 발현 후 1~2시간 내에 빠르게 수액과 항생제를 투여하는 응급처치가 필요해요. 그런데 소아 응급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이 환자는 도로 위를 헤매야 했습니다. 다행히 응급구조원들이 소아를 받아주는 2차 병원을 찾아 응급처치 후 서울에 있는 저희 병원 중환자실로 왔기 때문에 잘 회복이 되었어요.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줄면 응급처치가 지연되는 위험 상황이 반복될 확률이 높아질 거예요.
Q. 소아를 일반 응급실에서 치료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전문의가 없으면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소아청소년과 성인의 신체 특성과 치료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소아청소년 전문의료진이 없는 병원에서 의료사고 등을 우려해 부담스러워하는 거예요.
Q. 다른 선진국의 제도는 어떤가요?
일본은 이미 10년 전 우리와 비슷한 위기가 지나갔어요. 어린이의 건강을 국가가 모두 책임지고 지원하도록 법을 만들고, 출산율과 상관 없이 지역별로 어린이 병원이 유지되도록 제도적 보완을 했어요.
우리나라는 현재 대형병원, 상급병원에서 수련의사인 전공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진료체계를 전문의 위주로 바꿔야 해요. 병원에서 전문의를 고용하면 반드시 해당 과목 의료진이있으니 안정적이라는 점이 좋아요. 지금 병원들은 환자의 수에 따라 의사, 간호사 등의 의료 인력을 책정하고 있는데, 소아청소년과 같은 필수 의료는 정책을 통해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도록 지원해줘야 해요. 대전 충남대학교병원 등 일부 지역은 최근 시도에서 직접 지원해 응급실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고용했어요. 아주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