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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한 외모로 나를 속이다니! 네 정체를 밝혀랏!
흠흠, 제 이름은 담비. 늘씬하게 잘 빠진 몸과 긴 꼬리를 자랑하는 귀여운 동물이랍니다. 이래봬도 사냥 능력이 뛰어난 잡식동물이에요. 나무도 잘 타고 땅 위에서도 잘 달리지요. 족제비와 같은 과에 속해 있고요.
반지르르 아름다운 털 때문에 마구잡이 사냥을 당해 한 때는 멸종 당할 뻔 했지만, 최근 멸종위기 2급 동물로 지정돼 귀한 대접을 받고 있지요. 현재 우리나라에 약 2000마리 정도 되는 담비 친구들이 있답니다. 대부분 나무가 우거진 침엽수림 깊은 곳에서 살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만나기는 어렵지요.
아무리 사냥 능력이 뛰어나다지만 멧돼지까지 쓰러뜨리다니….
여러 마리가 뭉쳐서 사냥을 하기 때문에 가능해요. 보통 세 마리에서 다섯 마리 정도가 한 팀을 이뤄서 서로 역할을 분담하지요. 다 커도 몸길이는 50~55㎝, 몸무게도 3㎏ 밖에 나가지 않는 저희가 멧돼지 뿐 아니라 무게 10㎏이나 나가는 다 큰 고라니까지 거뜬히 쓰러뜨리는 비결이지요. 사실 잡아먹은 멧돼지 중 90%는 아직 덜 자란 어린 개체지만요. 하지만 보통 때는 청설모나 쥐 같은 작은 동물을 사냥해 먹어요. 먹이의 반은 다래, 버찌 같은 열매고요.
하지만 호랑이가 나타나면 꼼짝도 못하겠지? 히히.
남한의 산에는 더 이상 호랑이가 살지 않아요. 덕분에저희가 ‘동물의 왕’인 최강 포식자로 등장했지요, 에헴. 국립환경과학원이 최근 4년간 무인추적기와 무인센서카메라로 저희를 관찰하고, 저희가 남긴 배설물 414점까지 분석한 결과, 아까 말씀드린 ‘대형동물’까지 척척 사냥하는 저희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담비 한 마리가 1년 동안 청설모 약 75마리, 멧돼지와 고라니 9마리 정도를 잡아먹는다는 사실도 드러났지요. 동물성 먹이 가운데 저희가 좋아하는 순서는 포유류, 조류, 곤충, 양서류나 파충류 순이라는 것도요. 게다가 저희가 달콤한 꿀을 좋아한다는 사실까지 알아냈답니다.
‘동물의 왕’이라고? 오호라, 너희만 없애면 다른 동물들이 더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로구나?
무슨 소리예요. 저흰 ‘생태계 우산종’이라고요. 생태계 우산종은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중에서도 행동권이 아주 넓은 종으로,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귀히 여겨야 한답니다. 게다가 농작물을 파헤치는 고라니나 민가를 습격하는 멧돼지를 잡아먹어 개체수를 조절하는 저희의 힘은 오히려 사람 친화적이지요. 지구에 민폐만 끼치는 닥터 그랜마야말로 저흴 좀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