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하기 힘든 겨울 날씨지만 과학자들 모두 지구온난화는 지속되고 있으며, 겨울이 짧아질 거라고 해요.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이미 1.09℃가 올랐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 수준에서 더 늘어나지 않아도 2040년에는 1.5℃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요. 최악의 경우, 이번 세기말 5.2℃까지 기온이 상승할 수도 있다고 해요. 2080년대 어느 날, 가상의 하루를 그려 봤습니다.
●미래 일기는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새로운 기후변화 시나리오 4종 중 최악의 시나리오(SSP5-8.5)를 토대로 상상하여 작성되었습니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2021)
208X년 2월 XX일, 날씨 엄청 추움
“으으~, 추워~!”
이불 안까지 스며드는 한기에 몸을 부르르 떨며 잠이 깼다. 외부 온도를 확인해 보니, 영하 0.5℃다.
‘영하라니…, 정말 오랜만에 겨울다운 날씨군!’
이렇게 추운 날엔 이불 밖은 위험하다. 과거에는 서울의 기온이 영하 20℃까지도 떨어졌다고 하던데…, 그땐 어떻게 살았을까?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의 겨울은 매우 짧아졌다. 인류는 탄소중립을 외치며 온실가스를 줄이며 기후변화를 막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 결과, 여름철 폭염이 늘어나 최고기온이 40℃가 넘는 일수가 증가하고 5월부터 시작된 여름이 10월까지 이어져 한 해의 반을 더위에 시달려야 했다. 또한 제주도와 같은 남쪽은 이미 겨울이 없어지고 중부지방과 산간 지역 정도에만 한두 달 남짓한 겨울이 남아 있을 뿐이다.
더욱이 겨울이면 생각나는 어마어마한 한파는 과거에 비해 그 맹위가 약해져 지금은 한파일수가 과거의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일년에 겨우 하루 이틀 정도다. 하지만 북극에서 갑자기 내려오는 찬 공기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 바다를 건너오는 날은 여지없이 폭설이 내린다. 이 때문에 며칠 되지 않는 한파가 오는 날은 국가 지정 긴급 공휴일로 아무도 집 밖에 나서지 않는다.
창밖으로 한강의 물이 넘실대고 있다. 이러다가 한강 주변도 물에 잠기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20여 년 전 북극의 빙하는 완전히 녹아내렸고, 남극의 빙하도 50% 이상 없어졌다. 그 결과 뉴욕, 도쿄, 상하이 등의 도시들이 물에 잠기기 시작했고, 투발루와 키리바시 등의 태평양 섬들은 완전히 지도에서 사라졌다. 우리나라에도 슈퍼 태풍이 매년 찾아온다.
다행히 70% 이상이 산지인 우리나라는 완전히 물에 잠긴 된 곳은 없었으나, 여름이면 하루 수백 밀리미터 이상 내리는 장마가 한 달 넘게 지속되어 인천과 부산, 남해안 등 침수가 빈번한 해안가에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다.
온종일 나갈 수 없으니 심심해 홀로그램 TV를 켠다. 그곳에선 AI 아나운서가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국회에서는 수도를 설악산이 위치한 강원도 인제로 옮길 지에 대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최다솜(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 주무관)
전 지구는 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가 1.09℃ 상승했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1912~1940년 대비 최근 30년 동안 약 1.6℃ 올라 상승 폭이 더 컸습니다. 작은 변화인 것 같지만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폭염, 한파, 호우, 가뭄 등의 기상 이변이 잦아지고 있으며, 온실가스를 이대로 배출하면 미래에는 더 자주, 더 강하게 기상 이변이 찾아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 4종 중 최악의 시나리오(SSP5-8.5)에 따르면, 2081~2100년대 서울에서는 봄꽃이 2월에 피어나, 일최고기온이 33℃ 이상인 폭염은 109.8일, 혹한은 3.4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변영화(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팀 팀장)
이대로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 증가한다면 2100년 정도에는 지금보다 훨씬 여름이 늘어나고, 겨울은 줄어들 것입니다. 현재보다 짧아지긴 하겠지만 영하 10℃ 이하의 혹한 역시 여전히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상 기후로 인한 폭염과 혹한이 동시에 찾아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