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은 아기의 특징이다
우리가 귀엽다고 느끼는 특징은 모두 아기의 모습과 관련이 있어요. 첫째로 아기는 신체에서 머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커요. 우리가 흔히 쭉 뻗은 팔다리를 가진 미인을 말할 때 ‘팔등신’이라고 하지요. 키에서 머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8분의 1인 거예요. 이런 비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른이에요. 만약 이 비율이 3분의 1, 혹은 4분의 1로 줄어들면 몸에서 머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아져요. 이렇게 머리의 비율이 커지면 아기의 모습과 비슷해지며, 이런 아기의 비율을 가진 사람을 보면 귀엽다고 느낀답니다.
둘째로 아기는 이마가 짱구처럼 튀어나오고, 얼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요. 이마가 넓은 특징은 유아 때 두뇌가 가장 먼저 발달하기 때문이에요. 세 번째 특징은 눈이 얼굴의 중간에서 아래쪽에 있다는 거예요. 이 특징도 두 번째와 같이 넓은 이마를 가진 유아에서 나타나는 특징이지요. 네 번째 특징은 팔다리가 짧아요. 이외에도 우리는 둥근 얼굴형과 부드럽고 탄력있는 피부와 토실토실한 볼, 서투른 몸동작에서 귀여움을 느낀답니다.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만화 캐릭터들도 아기의 특징을 갖고 있어요. 디즈니 만화 캐릭터 중 하나인 미키마우스가 대표적이지요. 그런데 미키마우스는 처음엔 귀엽지 않았어요. 1928년에 처음 태어난 미키마우스는 주둥이가 뾰족하고 귀는 작았으며, 팔다리는 길어서 진짜 생쥐와 비슷했거든요. 그래서인지 지금의 미키마우스만큼 인기를 누리지 못했어요.
이후 디즈니의 작가들은 미키마우스를 바꾸기 시작했어요. 뾰족한 주둥이는 둥글게 하고, 머리는 몸 전체에 비해 좀 더 크게 키우고, 팔다리는 짧게 만들었지요. 이렇게 아기를 닮은 모습이 되면서부터 미키마우스는 점점 인기를 끌기 시작했답니다. 미키마우스뿐만 아니라 스누피, 헬로키티, 올라프, 뽀로로 등 많은 사랑을 받는 만화 캐릭터들은 모두 아기의 특징을 똑 닮은 모습이랍니다.
아기의 귀여움은 진화적인 생존전략이다
태아는 두뇌가 약 25% 정도만 발달된 채로 태어나요. 심각한 미숙아인 셈이에요. 지금으로부터 약 600만 년 전, 인간은 침팬지와의 공통조상으로부터 갈라진 이후 두 발로 걷는 ‘직립보행’과, 두뇌가 점점 커지는 ‘대뇌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진화했어요. 직립보행을 하기 위해서 인간의 두 다리는 몸의 중심으로 모아져야 했기 때문에, 다른 영장류와 다르게 골반이 무한히 커질 수 없었어요. 또한 아기는 골반의 가운데에 있는 구멍을 통과해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두뇌도 무한히 커질 수 없었지요. 그래서 현재 태아의 머리 크기가 정해졌고, 스스로 자라기 어려운 미숙아로 태어나게 됐어요.
하지만 우리 인류는 지금까지 미숙하게 태어나는 아기를 성인으로 온전하게 잘 키웠어요. 바로 아기의 귀여움이 어른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에요.
아기의 귀여움은 어른에게 보내는 강력한 신호예요. 그 증거는 귀여운 모습이 뇌에 주는 자극에서 찾을 수 있어요. 우리 두뇌에는 ‘쾌락중추’가 있어요.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재밌는 게임을 하면 이 쾌락중추가 자극을 받아요. 쾌락중추가 자극을 받으면 우리는 기쁨을 느끼고,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일을 계속 하려고 해요. 특히 뇌는 생존에 필요한 행동을 할 때 쾌락중추를 활성화 시킨답니다. 아기의 귀여운 모습도 쾌락중추를 자극하는 신호이지요. 그 결과 어른들로부터 양육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거랍니다.
어른들은 아기가 보내는 조그마한 신호에도 즉각적으로 반응해요. 아기가 울면 울지 않도록 어르거나 달래고, 웃게 하려고 애써요. 이러한 노력이 소용없을 땐 우유를 먹이거나 기저귀를 살펴보기도 해요. 어른들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기는 오래 생존할 수 없지요. 이렇게 아기의 귀여움은 항상 어른들의 관심을 받고 보살핌을 받도록 이끌어내는 가장 중요한 생존전략이랍니다.
양육행동을 이끌어내는 귀여움
대부분의 새끼 새도 아기처럼 미숙한 상태로 알에서 깨어나요. 새끼 새는 잘 움직이지 못하고, 심지어 눈을 뜨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을 ‘만성성’이라고 해요. 이에 비해 닭이나 오리의 새끼는 태어나면 바로 걸을 수 있는데, 이것을 ‘조성성’이라 해요.
‘뱁새’라고 알려진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새끼들은 만성성이에요. 그래서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새끼들은 둥지에서 오랫동안 어미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지요. 그런데 어미새는 아무 새끼에게나 먹이를 주지는 않아요. 어미새가 다가갔을 때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를 질러 구걸행동을 하는 새끼에게만 먹이를 주지요. 어미새는 새끼 입 안의 색깔을 보고 새끼에게 양육행동을 하는 거랍니다. 마치 엄마가 우는 아기를 달래고 우유를 주는 것처럼요. 새끼 입 안의 색을 이용한 구걸행동과 양육행동은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생존에 아주 중요해서,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본능적인 행동이랍니다.
귀여움에 대한 사람의 양육행동도 본능으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처음 의도한 바와 다르게 사용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는 귀여운 동물을 보면 마치 사람의 아기처럼 돌봐 주려고 하지요. 인간의 아기는 직립보행으로 인해 미숙아로 태어나기 때문에, 양육행동이 일어나는 시작점이 아주 낮게 맞춰져 있어요. 그래서 귀여운 모습이 조금만 있어도 바로 양육행동으로 이어지지요. 그 덕분에 반려동물이나 애완동물은 인간에게 귀엽게 보이기만 하면, 엄청난 노력 없이 먹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거예요.
아기의 귀여움은 어른들로부터 양육행동을 불러일으키는 진화적 메커니즘이고, 인간의 양육행동은 아기와 같은 귀여움이 있다면 동물이나 인형까지도 미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