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12월 들어 갑자기 북극의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한파가 시작됐어요. 하지만 북미처럼 영하 40℃에 이르는 혹한은 아니었고, 곧 평년 기온을 되찾았어요. 대신 남부지방에는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졌지요. 변덕스러웠던 겨울 날씨의 이유, 무엇일까요?
북극진동과 라니냐 사이에 낀 한반도
지난 12월 26일 우리나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7℃로, 경기, 강원, 충북, 경북 지역에 한파특보가 내려졌어요. 12월 14일~26일 평균기온은 영하 4.2℃로 1973년부터 기상관측을 한 이래 가장 낮은 기온이었지요. 이 때문에 2021년에는 얼지 않았던 한강도 평년보다 16일 빨리 얼었어요.
기상청은 지난 1월 7일 기후 분석 자료를 통해 “12월 말, 2주 동안 지속된 한파는 북극을 둘러싸고 도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는 ‘음의 북극진동’이 원인”이라고 밝혔어요. 여기에 2020년부터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트리플 딥 라니냐’도 한파의 원인으로 지목됐어요. 라니냐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으로, 우리나라가 위치한 서태평양의 수온은 상대적으로 올라가요. 이 때문에 일본의 동쪽에 상승기류가 생기면서 저기압이 발달해(바람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붐), 우리나라에는 북쪽의 차고 건조한 바람이 불어오죠.
이 때문에 그 사이에 끼인 한반도의 서해안과 남부지방, 제주도에는 많은 눈이 내렸어요. 지난 12월 23일에는 광주에서 하루 만에 32.9㎝의 눈이 내려, 2005년(35.2㎝)에 이어 하루 동안 기상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많은 눈이 쌓였죠. 기상청에서는 “북극의 찬 공기가 따뜻한 서해상을 지나오면서 바닷물과 15℃ 이상의 온도 차 때문에 수증기가 응결돼 눈구름이 발달했다”고 밝혔어요. 즉,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다 따뜻한 서해와 부딪히며 발달한 눈구름 때문에 우리나라 충남, 호남, 제주도 등에 폭설이 내린 거예요. 수도권에서 적설량이 적었던 건 옹진반도 때문이에요. 눈구름이 만들어지려면 약 160km 이상 바다 위를 지나야 하는데 북한의 함경남도에 있는 옹진반도에 막혀 바다 위를 짧게 지나 눈구름이 적게 만들어졌고, 옹진반도에 막힌 찬 공기가 갈라져 북한과 충청 이남으로 향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1월에 들어선 중순부터 남부 지방에는 18℃가 넘는 따뜻한 날이 나타났다, 비가 온 뒤 다시 추위가 찾아왔어요. 또, 1월 말부터는 평년 정도의 날씨가 예보되는 등 변덕스러운 겨울 날씨를 보이고 있지요. 북미의 한파와 폭설이 한달 이상 지속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에요.
기상청 예보국 우진규 예보분석관은 “북미에서는 대륙 위에서 저기압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2달 이상 한파와 폭설이 지속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일시적인 눈구름대가 발생했다 사라진 것이기 때문에 날씨의 양상이 다르다”고 설명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