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방탈출 게임 도사라고 들었어요.
지금까지 850번 정도 해 봤어요. 2016년 11월, 호기심에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가 해 본 것이 시작이에요. 당시엔 탈출에 실패했지요. 그 후 공포 장르를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뭉쳐 공포 테마를 깨러 다녔어요. 50번 했 을 때쯤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 돈이 많이 들어 더이상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팀을 모았죠. 이때 만든 ‘LTE’ 팀과 지금까지 온 거예요.
Q 방탈출 플레이어에서 제작자가 된 계기는요?
방탈출 게임은 몇 분 만에 탈출하는지를 보는 랭킹 게임이에요. LTE 팀으로 활동하며 지점마다 상위 랭킹에 이름을 올려 조금씩 유명해졌어요. 그러다 방탈출 게임 카페를 운영하시던 한 사장님께서 테마를 직접 만들어 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셨죠. 방탈출을 많이 해 봤으니 테마도 잘 만들 거라고 생각하신 거예요. 친구 3명이 뭉쳐 테마를 구상한 것이 실제로 만들어졌고, 이 경험 덕분에 방탈출 게임을 만드는 회사에 취직하게 됐죠.
Q 방탈출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테마의 스토리를 짜는 게 시작이에요. 팀원이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데 공포나 코믹, 스릴러 등 장르를 먼저 정할 때도 있고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상태에서 시작할 때도 있지요. 영화나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 드라마, 뉴스 등 일상 속에서 소재를 찾아내요. 십이간지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꾸러기 수비대>;에서 영감을 받은 테마도 있어요. 코가 길어져야 하는 피노키오가 귀가 길어지는 등 엉망진창이 된 동화나라 세계를 꾸러기 수비대가 구하는 테마지요. 게임이 시작되면 플 레이어가 직접 꾸러기 수비대가 되어 출동하는 거죠.
Q 엇. <;어과동>;에도 비슷한 내용의 코너가 있어요!
그런가요? 다행히 동화나라를 구하는 주제는 방탈출 게임에서는 없었던 테마예요. 이처럼 새로운 테마를 만들어 내는 것도 방탈출 제작자에게 필요한 자질 중 하나예요. 게임하는 사람들은 늘 새로운 테마를 원하거든 요. 850번의 게임 경험이 빛을 발할 때지요. 기존의 테마들을 다 해 본 사람이 새로운 게 뭔지 알잖아요.
Q 스토리 작업이 끝나면 무엇을 하나요?
방의 골격을 만드는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해요. 보통 한 테마는 2~4개의 방으로 이뤄져 있는데 스토리에 맞게 공간을 쪼개는 작업이죠. 그다음 컵을 놓으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등 각종 장치를 설치한 후, 스토리에 맞는 소품을 채워 넣어요. 방을 탈출하기 위해 풀어야 하는 단서와 자물쇠도 이때 설치되지요. 공간이 좁거나 소품을 구하지 못하는 등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스토리의 일부를 포기할 때가 가장 속상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테마가 있나요?
방탈출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스토리는 물론 인테리어가 완벽하고 문제 유형도 새롭고, 장치도 흐름에 딱 맞는 테마를 ‘꽃길’이라고 불러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 꽃길 테마는 2년 전쯤 했던 해리포터 불의 잔 테마예요. 당시는 새로운 문제 유형으로 꽃길 중의 꽃길이었지요. 하지만 이후 다른 테마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나오더라고요. 방탈출 게임 카페에서는 새로웠던 테마도 금세 익숙한 것으로 변한답니다.
Q 성공한 덕후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한 말씀!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파보세요. 저는 법학과를 졸업해 사회선생님, 영업직 회사원을 거쳐 지금에 왔어요. 쉬지 않고 방탈출 게임을 좋아한 덕분에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었지요. 한 테마를 만들 때 자식을 키우는 것처럼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