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동안 미국 하버드대학교 샌더스극장에서 열리던 이그노벨상 시상식은 코로나19 유행 탓에 3년째 온라인에서 열리고 있어. 이그노벨상 위원회와 이전 수상자 등이 모여 온라인에서도 시끌벅적했던 시상식 현장으로 가볼까?
“휴대폰에 대고 소리 질러!”
미국 동부 시간으로 9월 15일 오후 6시, ‘있을 것 같지 않은 연구 회보’ 유튜브 채널에서 32번째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열렸어요. 미국 하버드대학교 생물통계학과 박사후연구원이자 이그노벨상 위원회 회원인 아나 베켄호르스트 연구원이 시작을 알리며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전 지금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언덕에 갇혀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름다운 어딘가에 갇혀 있겠죠.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하버드대 샌더스극장에서 열릴 땐 가까운 비상구 위치를 확인하라, 휴대폰을 무음 모드로 설정하라는 등의 안전 수칙을 늘 안내했습니다. 올해는 생략하겠습니다. 온라인이거든요. 가까운 비상구는 찾지 마십시오. 휴대폰에 소리를 지르십시오!”
베켄호르스트 연구원은 이그노벨상 시상식답게 유쾌한 인사말을 마치며 파프리카를 한 입 베어 물고는 시상식에서 종이 비행기를 날리는 이그노벨의 전통을 보여줬어요. 이어 과거 수상자들이 올해 이그 노벨생물학상, 문학상, 평화상 등 10개 부문의 수상자를 발표했답니다.
생물학상
전갈, 변비로 이동 속도 느려질까? (2021)
브라질 상파울루대학교 솔리마리 가르시아-에르난데스 연구원팀은 ‘아난테리스 발자니(Ananteris balzanii)’ 전갈의 변비가 운동 기능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로 생물학상을 수상했어요. 이 연구팀은 아난테리스 속 전갈이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몸의 일부를 잘라내는 ‘자절’을 한다는 것을 2015년 밝히기도 했어요. 이중 아난테리스 발자니는 꼬리와 함께 항문이 있는 복부 뒷부분까지 잘라내, 자절 이후 대변을 내보내지 못하고 노폐물이 쌓여 몇 개월 후 생을 마감해요.
연구팀은 자절 직후에는 잘린 신체의 무게만큼 체중이 줄어 전갈이 빠르게 움직이다가, 시간이 흘러 대변이 쌓이면 체중이 늘어나 느려질 거라고 예상했어요. 도마뱀 등 자절을 하는 다른 생물에서도 자절 이후 신체 능력에 변화가 생기는 일이 잦거든요. 그런데 예상은 빗나갔어요. 자절 직후 약 2주 동안 자절한 전갈과 자절하지 않은 전갈 사이의 이동 속도에 큰 차이가 없었어요. 50일간 이어진 실험에서도 체중 변화와 이동 속도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지요. 솔리마리 연구원은 “아난테리스 속의 신종을 발견하고 ‘아난테리스 솔리마리’라 이름 붙인 후 아난테리스에 푹 빠졌다”며, “앞으로는 자절이 전갈의 호흡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