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사는 식물들 역시 다양한 위기에 노출되어 있어. 개정된 멸종위기 생물목록에서 신규 지정되거나 등급이 상향된 식물 9종 중 제주도산 식물만 3종이나 된다니까?
9월 2일, 기자는 제주도의 특산 식물들을 보기 위해 한라수목원을 찾았습니다. 앞서 걸어가던 한라수목원 김종갑 연구사가 수조에 든 화분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보이시나요? 이 식물이 제주고사리삼입니다.”
엄지손톱만 한 조그만 양치식물이 보였습니다. 올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에서 1급으로 상향 지정될 식물입니다. 제주고사리삼은 전 세계에서 제주도에서만 자라는 데다, 원시적인 고사리 형태를 잘 보존하고 있어 매우 귀하지요. 제주도에는 제주고사리삼 같은 제주도 특산 식물이 많이 자랍니다. 김종갑 연구사는 “제주도 식물들은 섬으로 고립된 생태계 안에서 섬 고유의 환경에 맞게 특수한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제주도 식물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 개정되는 멸종위기 생물목록에는 한라장구채가 2급으로 새로 지정되고, 탐라란과 제주고사리삼이 1급으로 상향 지정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에 등록된 제주도 자생 식물은 35종으로, 식물 총 116종 중 약 30%를 차지하지요.
제주고사리삼은 제주도 김녕 지역의 한정된 곳에서만 자라는데, 최근 이 지역은 개발이 대규모로 진행되어 서식지가 파괴될 위협에 처했습니다. 한라산 정상 근처의 분화구 절벽에서 자라는 고산식물인 한라장구채도 기후변화로 분화구 주변의 기온이 크게 바뀐다면 살 곳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나무줄기 등지에 붙어 자라는 착생 식물인 탐라란의 경우 사람의 욕심으로 급속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원래 제주도 전역에 살았지만, 탐라란을 자연 상태로 두지 않고 가져가려는 사람들이 도둑질하는 바람에 이제 자연에서는 거의 볼 수 없어요.
●인터뷰
김종갑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연구사)
“인공증식으로 멸종위기에서 벗어난 식물도 있어요.”
Q한라수목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제주도 전역에 사는 멸종위기 식물이 잘 자라는지 관찰해서 보호 대책을 마련합니다. 로프를 매고 한라산 분화구 곁의 절벽을 등반하며 멸종위기 식물을 찾고 수를 세기도 했지요. 수목원에서는 멸종위기 식물을 증식하여 키운 후 서식지에 다시 심는 복원 작업도 합니다.
Q멸종위기 식물 복원은 잘 이루어지는 편인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이번에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될 탐라란의 경우, 지난 2011년에 한라수목원이 국립수목원 등지와 공동으로 인공증식한 300여 포기를 서귀포 일대의 숲에 심었어요. 하지만 겨우 몇 년 만에 전부 사라지고 말았어요. 사람들이 예쁜 탐라란을 키우겠다고 훔쳐간 것이죠.
Q성공적인 멸종위기 식물 복원 사례도 있을까요?
한반도 남부와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노란색 무궁화인 황근(사진)은 원래 멸종위기 2급 생물이었습니다. 이후 많은 개체가 증식되었고 번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올해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되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