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오로라를 보고 시원이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어요.
“일종의 기계인간이야.”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오로라를 보고 시원이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어요.
“일종의 기계인간이야.”
생각지도 못한 오로라의 고백에 시원이의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어렸을 때 큰 교통사고를 당했어. 다행히 과학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 아버지가 유명한 로봇공학자시거든. 그러니까…, 내 신체의 일부가 기계로 만들어졌다는 말이야.”
시원이는 오로라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고 싶었지만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불편해 할까 봐 말하지 못했어. 그런데 지금 내 힘이 필요할 것 같아서….”
“전혀 몰랐어….”
시원이가 간신히 한마디를 하자 오로라가 씩씩하게 말했어요.
“정말 후련하다! 만약 누군가에게 내 비밀을 털어놓는다면, 그건 아마 시원이 너일 거라고 생각했어.”
시원이는 마음이 울렁거리면서도 한쪽이 아려왔어요. 오로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오른팔 소매를 걷어 올리더니 팔 안쪽을 눌렀지요. 그러자 팔에서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어요.
“오로라, 너니? 안전한 거야? 갑자기 통신이 끊겨서 깜짝 놀랐단다.”
“아빠, 전 괜찮아요. 친구들과 함께 있는데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오로라의 팔 안쪽에는 통신장비가 연결돼 있었어요. 오로라는 아빠에게 구조를 요청했지요.
“이런…. 신호가 너무 약해서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구나. 대신 몇 가지 단서를 잡았단다. 그곳은 두 판이 부딪혀 만들어지는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 근처란다. 어딘지 알겠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구슬처럼 생긴 둥근 구 모양이에요. 그런데 왜 하고 많은 모양 중 구 모양일까요? 그 이유는 지구의 중력이 중심 방향으로 물질을 끌어당기기 때문이에요. 즉, 중력 덕분에 중심에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구 모양이 된 거지요.
지구가 속한 태양계는 약 46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추정되고 있어요. 우주 먼지와 기체로 이루어진 성운이 서서히 회전하면서 중력에 의해 수축돼 태양계가 만들어졌다는 성운설이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지요. 이때 강하게 수축한 중심부에는 태양이 만들어지고, 주위에는 지구를 비롯한 행성이 만들어졌어요.
지구 역시 작은 입자들이 뭉쳐서 이루어진 덩어리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덩어리가 점점 커지며 중력도 세지고, 주변의 미행성체들을 잡아당기며 충돌해 커졌지요. 이때 무거운 물질은 중심으로 가라앉고 가벼운 물질은 바깥으로 퍼졌어요. 그 결과 지구의 가장 안쪽에는 무거운 핵이, 그 다음엔 맨틀이, 가장 바깥쪽에는 지각이 자리하게 됐답니다.
이후 지구 표면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산과 바다 등 다양한 지형이 만들어졌어요. 이런 지형들은 모두 지각에 있어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과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 역시 각각 대륙지각과 해양지각 위에 존재하지요. 이들의 높낮이는 매우 큰 수치처럼 보이지만, 지구의 반지름인 약 6400km에 비해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해요. 그래서 우주에서 지구를 보면 그저 둥근 모양으로 보인답니다.
인류는 아직 핵은 물론 지각 바로 밑에 있는 맨틀조차 가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시추를 통해 맨틀에 도달하려는 계획을 계속 시도하고 있지요. 일본의 지큐호는 2012년 해양지각을 2111m까지 뚫어 해양지각 시추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답니다.
●시추 : 지층을 조사 하거나 자원을 얻기 위해 땅속 깊이 구멍을 뚫는 일.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는 사람들
지구가 구 모양이란 사실은 어린이들도 잘 아는 사실이에요. 그런데 지구가 둥글지 않다고 주장하는 엉뚱한 사람들이 있어요. 그 주인공은 바로 ‘평평한 지구학회’예요. 이들은 사실 지구가 평평하게 생겼다며, 모든 것은 음모라고 주장하지요.
평평한 지구학회는 영국의 발명가이자 작가인 사무엘 로버텀에 의해 시작됐어요. 그는 1838년부터 여러 차례 영국 베드포드강 10km의 ●곡률을 측정하는 실험을 반복한 결과, 지구가 평평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이 실험은 지표 근처에서 일어나는 대기굴절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것이었어요. 그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1881년 430쪽짜리 책까지 출판했지요. 그는 지구가 원반형이라며, 지구의 중심에는 북극이 있고 원반의 가장자리에는 얼음벽이 둘러쳐져 있다고 주장했어요. 이후 그의 뜻을 이어 1956년부터 지금까지 평평한 지구 학회가 운영되고 있어요. 현재 홈페이지에 555명의 회원 명단도 공개하고 있지요.
●곡률 : 곡선 또는 곡면이 휜 정도.
평평한 지구에서는 지구 끝으로 가면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만다.
그런데 진짜 지구가 평평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계속 걸어가다 보면 땅의 가장자리에 도달해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 거예요. 또한 서울에서 오후 1시에 햇빛이 직각으로 비추면 같은 시각 바르셀로나에서도 똑같이 햇빛이 직각으로 비추어야 해요. 지구는 평평하니까요! 하지만 실제 그 시각의 바르셀로나는 아직 해가 뜨기 시작하는 새벽 5시 경이랍니다.
게다가 수평선 너머 멀리서 다가오는 배는 처음부터 전체 모습이 보여야 해요. 처음에는 아주 작아 보이다가 다가올수록 점점 크게 보여야 하지요. 하지만 실제로 수평선에서 다가오는 배는 돛대부터 서서히 보인답니다.
지구가 평평하지 않다는 증거가 너무나도 많지만 평평한 지구학회에서는 “모두 음모!”라며 전혀 믿지 않아요. 현재 영어사전에는 ‘flat-earther’란 단어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 또는 ‘이미 잘못이 증명된 이론을 고집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실려 있답니다.
“우리가 있는 곳을 알아냈어요! 우리가 있는 곳은 마리아나 해구 근처의 섬이에요!”
오로라와 시원이가 팔 속에 들어 있는 통신장치로 오로라의 아빠에게 연락하자, 아빠는 당장 구하러오겠다고 했어요. 둘이 기뻐하는 순간,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어요. 돌아보니 자취를 감췄던 만수르가 미안한 표정으로 오로라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너 팔이…. 나쁜 뜻은 아니었어…. 네 몸이 불편한 줄 알았다면…. 미…, 미안….”
만수르의 말에 오로라는 화가 나서 갑자기 기계팔을 쭉 뻗었어요. 기계팔은 빠른 속도로 만수르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지요.
“난 몸이 불편하지 않아! 오히려 기계로 당장 널 혼내줄 수도 있다고!”
“안 돼! 오로라! 참아!”
시원이의 외침에 당황한 오로라는 팔을 거둬들였어요. 그러더니 갑자기 풀썩 쓰러져 버리고 말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