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8개이고 반투명한 피부에 주름이 가득한 모낭충. 우리 모낭충은 맨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을 뿐만 아니라 피부 속에 꽁꽁 숨어 있어서 찾기 힘들 거야. 그래도 잊지 마, 보이지 않아도 모두에게 있다는 걸♥
어과동 편집부의 모낭충 검사 결과는?
“모낭충 수확하러 왔습니다~!”
7월 18일 오후, 기자는 사무실을 돌며 편집부 10명 전원의 얼굴에 투명한 테이프를 붙였어요. 연세대학교 환경의생물학교실의 용태순 교수가 운이 좋으면(?) 테이프에 모낭충이 달라붙을 거라 설명해 직접 확인하려 했지요. 모낭충은 진드기●에 속하는 동물로, 학술적으로는 ‘모낭진드기’라 부르는 게 정확하지만 흔히 ‘모낭충’이라고 불러요. 약 40분 동안 편집부 사람들의 얼굴에 붙여 놨던 테이프를 용태순 교수팀에 전달해 현미경으로 살펴봤어요. 그러나 모낭충을 한 마리도 발견하지 못했죠.
용 교수는 “수업에서 같은 방법을 시도하면 학생 100여 명 중 2~3명에게서 모낭충이 발견된다”고 말했어요. 이처럼 모낭충이 잘 발견되지 않는 이유는 모낭충이 모낭 속에 꼭꼭 숨어서 나오기 싫어하기 때문이에요. ‘모낭’은 우리 몸의 모든 털이 자라나는 주머니예요. 대부분 포유류가 모낭충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람 몸에서는 두 종이 발견되었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낭충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어요. 연구에 따라 모낭충이 발견된 비율이 약 30%에서 90%까지 다양하지만,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모낭충이 없다고 볼 수는 없거든요. 결국 2014년 미국 연구팀이 모낭충이 산다면 얼굴에서 발견될 모낭충의 유전자 조각인 ‘18S rRNA’를 찾기로 했어요.● 그 결과, 20세 이상의 미국인 29명 중에서 실제 모낭충이 발견된 건 14%에 불과했지만 유전자 조각이 발견된 건 100%였어요. 모낭충이 사실 거의 모든 사람의 피부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거지요.
모낭충은 얼굴과 귀, 유두, 생식기 등 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살며 피지●를 먹어요. 모낭충이 우리 몸에 질환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어요. 혈관이 확장돼 코가 빨개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피부염인 ‘로사세아’ 환자에게서 모낭충이 매우 많이 발견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모낭충이 로사세아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로사세아 때문에 피지 분비가 많아져 모낭충도 급증했을 가능성이 있지요. 용 교수는 “우리 몸에 있는 세균이 해로운 세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주는 것처럼, 모낭충도 어떤 유익한 기능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답니다.
● 진드기 : 절지동물 중 하나. 가까운 사촌인 거미류처럼 몸이 몸통과 머리 두 부분으로 이뤄져 있고 다리가 8개다.
●Mogan S. Thoemmes, 2014
● 피지 : 피부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걸 막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액체 상태의 기름. 피지선에서 나오며, 지나치면 피부 트러블을 일으킨다.
●인터뷰
용태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환경의생물학교실 교수)
“모낭충, 학생들이 좋아해요.”
기생충에 대해 가르치는 실습시간에 테이프로 학생들의 모낭충을 채취해서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모낭충이 테이프에 등이 붙어서 8개의 발만 꼬물대는 모습이 보여요. 다른 기생충과 진드기는 빛 아래에서 빠르게 도망가거나, 구하기가 어려워요. 이에 비해 모낭충은 다리가 짧고 느려서 교육용으로 관찰하기 쉽답니다. 학생들도 아주 좋아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