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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7000년 동안 모은 뼈가 한가득!

여기는 나의 비밀 동굴이야.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부모님,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먼 조상님 때부터 우리 하이에나들이 아주 오랫동안 수만 개의 뼈를 저장해온 곳이지. 동물 뼈뿐만 아니라 사람 뼈까지도…!

 

이제야 드러난 뼈 동굴의 주인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에서 북쪽으로 약 125km 떨어진 ‘움 지르산’ 용암 동굴의 서쪽 출입구로 들어가자 산더미처럼 쌓인 뼈들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동굴의 길이는 무려 1481m.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과학연구소 매튜 스튜어트 박사 연구팀은 2019년부터 동굴을 세 지역으로 나누고, 그중 뼈가 가장 많은 첫 번째 지역에서 발굴을 시작했지요. 


크기와 질감, 색깔 등에 따라 뼈(치아 포함)들을 분류한 뒤 최종 표본으로 삼은 건 총 1917점. 분석 결과, 뼈는 6839년 전 것부터 439년 전 것까지 있었어요. 70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누군가 차곡차곡 뼈를 모아왔다는 이야기예요.

 

 


뼈들의 주인은 도마뱀, 새, 바위너구리, 케이프멧토끼, 소, 염소, 도르카스가젤, 오록스(멸종된 솟과의 한 종류), 낙타, 당나귀, 말, 줄무늬하이에나, 늑대(또는 개), 그리고 인간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어요. 


이토록 다양한 뼈를 수집한 범인은 누구일까요? 추리에 나선 연구팀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사는 육식동물 중 거대 포유류를 공격할 만큼 힘이 센 동시에 동굴을 이용하는 붉은여우, 줄무늬하이에나, 늑대를 유력한 용의자로 꼽았어요. 모두 양, 가젤, 산토끼 등 다양한 동물을 사냥하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뼈를 모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들 중 커다란 사체를 멀리까지 운반할 수 있는 목과 턱 근육이 있으면서, 동굴 깊숙이 뼈를 모으는 습성까지 가진 동물은 오직 줄무늬하이에나뿐이었어요.

 

 


연구팀은 뼈 표본에서 줄무늬하이에나가 이빨로 자르고 문 흔적을 확인했습니다. 매튜 스튜어트 박사는 “줄무늬하이에나는 뼈를 열성적으로 모은다”면서 “자신이 먹거나 새끼들에게 먹이기 위해 동굴로 사체를 운반해 와 의도치 않게 뼈를 저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어요. 


줄무늬하이에나를 담당하는 서울대공원 동물원 이정운 사육사는 “줄무늬하이에나는 뼈와 발굽, 뿔까지 먹을 정도로 턱의 힘과 소화력이 강하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줄무늬하이에나가 뼈 일부를 동굴에 남겨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연구팀은 “아래턱과 치아 등 영양분이 부족한 부분과 크기가 너무 커서 줄무늬하이에나가 선호하지 않는 뼈 부분이 남은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손목뼈와 발목뼈 등 연약한 부분과 작은 동물의 몸통뼈는 줄무늬하이에나가 모조리 먹어 치워서 흔적이 거의 남지 않았다”고 밝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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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2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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