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가니 돌무더기와 함께 방수포로 덮인 넓은 암반이 나왔습니다. 진주익룡발자국전시관 원상호 학예사의 도움으로 방수포 밑의 화석을 확인했습니다. 방수포를 살짝 걷어내자 발자국이 드러났죠!
퇴적암 위로 1억 1000만 년 전에 찍힌 수백 개의 공룡 발자국이 보였습니다. 마치 공룡 떼가 방금 이곳을 지나간 것처럼 생생하게 남아 있었지요.
‘진주 정촌면 백악기 공룡·익룡 발자국 화석 산지’는 지난 9월 29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 화석은 약 4년 전 진주교육대학교의 김경수 교수가 발견했습니다. 2016년부터 정촌면에 산업단지를 만드는 공사가 시작되었는데, 이때 공사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는 ‘사후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했습니다. 이를 담당한 김경수 교수가 공사로 지표에 드러난 퇴적층에서 발자국 화석을 발견했죠.
지표에 드러난 층과 그 밑층까지 약 5m 두께의 퇴적층을 들어내고 나니, 공룡 발자국이 한가득 찍힌 지층이 발견되었습니다. 초등학교 교실 6.5개에 달하는 넓이의 퇴적층(426㎡)에서 약 1만 개의 발자국이 나왔습니다. 발자국 화석의 양과 밀집도로 볼 때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정촌면 화석 산지의 특징은 대다수인 약 8000개의 발자국이 수각류●의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김경수 교수는 “아직 연구 중이지만, 2~40cm의 다양한 크기를 가진 최소 다섯 종 이상의 육식공룡 발자국이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공룡 발자국이 예쁘게 보이는 시간은 해가 기우는 오후 4시 이후입니다. 그림자가 짙게 생겨 발자국이 방금 찍힌 것처럼 깊고 생생해져요. 그 시간에 현장을 둘러보면 공룡들이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여기로 걸어간 모습이 눈에 선하죠.”
그 말을 듣고 앉아서 발자국을 둘러봤습니다. 백악기 때 여긴 어떤 곳이었을까요?
● 수각류 : 이족 보행을 한 용반류 공룡. 티라노사우루스 등 유명한 육식공룡이 속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