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키블 저울로 질량을 재려면 정말 많은 수치를 재야 하는군요!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어요. 왜 굳이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까지 질량을 정확하게 측정해야 하나요? 키블 저울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키블 저울을 만든 이유는 질량의 단위인 ‘킬로그램’의 기준을 더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예요. 예전에는 1889년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 도량형 총회’에 참가한 과학자들이 만든 ‘국제 킬로그램 원기’가 킬로그램 단위의 기준이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원기의 질량이 수십㎍ 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어요. 100여 년 동안 원기 표면에 미세한 분자들이 흡착되고 원기가 마모되며 질량이 변한 거예요. 그래서 2018년, 원기 대신 일정한 자연 현상을 기준으로 킬로그램을 정의하기로 했어요. 예를 들어 미터(m)의 경우, ‘빛이 진공에서 299792458분의 1초 동안 나아간 경로’라고 정하면 원기 없이도 미터를 측정할 수 있지요.
과학자들은 새로운 킬로그램의 기준으로 ‘플랑크 상수’를 쓰기로 했어요. 플랑크 상수는 빛 알갱이인 광자 하나의 에너지를 그 광자의 진동수로 나눈 값이에요. 플랑크 상수의 단위는 kgm2/s인데, 킬로그램을 제외한 미터(m)와 초(s)는 이미 자연 현상을 기준으로 결정된 단위라 플랑크 상수를 정확하게 알면 킬로그램도 정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금속 원기 대신, 질량을 정밀하게 재는 키블 저울이 킬로그램의 기준이 된답니다. 키블 저울은 플랑크 상수를 바탕으로 질량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기능을 갖고 있거든요. 올해 처음으로 국제 비교가 시작된 이유도 새 킬로그램 기준에 부합하는 정밀한 저울을 만들기 위해서지요. 국제 비교의 목표에 도달하는 정밀도를 가진 키블 저울은 킬로그램 단위의 새 표준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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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인터뷰
김명현(한국표준과학연구원 플랑크상수질량팀 선임연구원)
“원기를 들고 직접 국제 비교에 참여했어요!”
Q 국제 비교에 참여하러 직접 프랑스를 다녀오셨다고요?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보관하고 있는 111번 원기와 우리나라 키블 저울로 측정한 수치를 가지고 올해 2월, 프랑스의 국제 비교에 참여했어요.
Q 질량을 잰 원기를 직접 가지고 가셨군요?
맞아요. 원기는 한 번 잃으면 복원할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이라 비행기를 타고 갈 때도, 잠을 잘 때도 항상 원기를 담은 가방을 옆에 뒀어요. 심지어는 공항에서도 가방을 열 수 없어서 세관을 통과할 때도 고생했지요. 프랑스의 국제도량형국에 도착할 때까지 혹시 가방을 소매치기라도 당하면 어떡하나 엄청 마음을 졸였지요.
Q 질량을 이렇게 정밀하게 측정할 필요가 있나요?
예를 들어, 신약을 만드는 제약 산업에서는 성분의 미세한 비율 차이로도 약의 효과가 달라지거나 독성이 생길 수 있어요. 나노미터 단위의 회로를 만드는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도 미세한 질량을 측정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지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더 정밀한 키블 저울을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외국에서는 오랫동안 여러 대의 키블 저울을 만들며 성능을 높여왔죠. 우리는 지금 만든 저울이 처음이라 개선할 점이 많아요. 올해 하반기부터는 키블 저울 2호기의 구조를 차근차근 만들어 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