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잉, 쿵! 쾅!” 화석 산지 뒤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공장을 건설하는 소음이었습니다. 산업단지 건설 도중 발견된 정촌면 화석 산지는 공사가 계속됐다면 파괴될 운명이었습니다. 이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수 있었던 것은 화석을 지키기 위해 힘쓴 여러 사람 덕이지요.
처음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정촌면 화석 산지의 발자국 화석을 지층에서 떼어내 따로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그대로 두면 발자국 화석이 있는 언덕이 무너질 수도 있고, 지층의 균열이 일어나 보존하기 힘들다는 이유였습니다. 실제로 화석이 차지하는 면적이 작고 도난이나 훼손의 위험이 있는 경우 발굴하여 실내로 옮겨 보관하기도 해요.
그런데 이어진 조사로 정촌면 화석 산지가 세계 최대 규모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발자국 화석을 옮기지 않고 제자리에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복원기술연구실 임종덕 실장은 “정촌면 화석 산지의 경우 면적이 넓고 화석의 양이 많아, 발굴하여 일부분만 떼어내면 학술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발자국 화석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면 과학적 가치는 물론, 문화재로서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도 지킬 수 있지요.
정촌면 화석 산지를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이 힘을 모았습니다. 진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 기자회견을 열어 발자국 화석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중요성을 알렸습니다. 또한, 진주시청 등 행정기관에 발자국을 보존해야 한다고 연락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고생물학자들은 화석 산지를 지키는 모임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희귀한 발자국 화석을 지켜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이었을까요? 2019년 8월, 문화재청은 내부 평가를 통해 이전의 결정을 뒤집고 정촌면 화석 산지를 현장 보존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9월 29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죠.
현재 정촌면 화석 산지 현장은 빗물로 인한 풍화와 파괴를 막기 위해 방수포를 덮은 상태입니다. 진주익룡발자국전시관의 원상호 학예사는 “2023년까지 발자국 위를 둘러싸 비바람을 막아주는 보호각을 완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박용식(경상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정촌면 화석 산지를 지켜낸 건 인생 최고로 잘한 일입니다!”
Q화석을 전혀 모르는데 화석 보존 운동을 하셨다고요?
저는 국문학과 교수예요. 화석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지요. 2019년 초, 제가 활동하던 시민단체인 ‘역사진주시민모임’에서 정촌면 화석 산지가 파괴될 위기라는 소식을 들었어요. 진주에는 진주환경운동연합, 진주참여연대, 한글학회 진주지회 등 다양한 시민단체가 있는데, 25개 정도 되는 시민단체의 힘을 모아 화석 보존 운동을 시작했어요.
Q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진주시와 산업단지 개발사 측은 산업단지 건설을 완료하기 위해 내심 화석이 보존되지 않길 바란 것 같아요. 화석을 직접 보기 위해 건설 현장에 진입하려다 건설사 측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어요.
Q그런 노력 끝에 화석 산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군요!
소식을 듣고 환호성을 질렀어요. 화석 보존을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열심히 공부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으니 눈물이 핑 돌았지요. 도와준 사람들이 많아서 가능했습니다.
Q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사람이 발자국 화석의 가치를 알게 되었을 것 같아요.
제가 그래요. 정촌면 화석 산지를 비롯해 진주시에 화석 천연기념물이 무려 4곳이나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알게 되었지요. 아는 만큼 그 가치를 이해하고 지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은 분이 발자국 화석을 보러 진주를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