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갯벌, 지질 다양성까지!
우리나라 갯벌은 넓게 퍼진 섬 사이로 바닷물이 제각각 복잡하게 흐르고, 계절에 따라 바람의 세기, 방향이 달라지는 등 다양한 기상 영향을 받습니다. 우 교수는 “우리나라 갯벌은 6시간마다 바닷물이 방향을 바꿔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복잡한 물의 움직임 덕분에 지질 다양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이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지질학적 가치 부분은 인정받지 못해 아쉽다”며, “우리나라 갯벌은 계절마다 퇴적물의 분포가 변화무쌍하고, 쉐니어● 등 다양한 갯벌 지형을 갖고 있어, 상당한 지질 다양성을 가진 것이 사실”이라고 하셨어요.
●쉐니어 : 태풍 때문에 서서히 육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갈 및 조개껍데기가 쌓인 퇴적체.
갯벌, 이산화탄소 잡는다?!
갯벌은 기후변화의 해결사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해양생태계가 자연적으로 탄소를 흡수한 뒤, 생물이 죽어서는 바닷속 깊이 퇴적물로 가라앉아 대기 중 탄소를 줄여주거든요.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블루카본’이라고 합니다. 기존에 알려진 맹그로브, 염습지, 잘피림 외에도 서울대학교 김종성 교수팀은 ‘갯벌’이 블루카본에 큰 역할을 한다고 최근 발표했습니다.
김 교수팀은 한국 갯벌이 매해 승용차 11만 대가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 26만t(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1300만t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갯벌 20곳에서 가져온 퇴적물을 살펴, 블루카본과 온실가스 흡수량을 평가한 결과입니다. 김 교수는 “갯벌 블루카본은 그린카본(육상식물)보다 탄소흡수 속도가 50배 빠르고, 조성 비용도 10배 이상 저렴해 경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갯벌은 강을 통해 들어오는 각종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청소부 역할을 합니다. 또 태풍과 큰 파도를 막아 자연재해 피해를 줄여 주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40년간 땅을 넓히고, 식량 생산을 늘리겠다는 이유로 대규모로 갯벌을 없앴습니다. 과거 5000km2의 갯벌이 절반만 남게 됐죠. 무려 서울 면적의 4배에 달하는 갯벌이 사라진 거예요.
하지만 갯벌이 가진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이전 상태로 돌려놓는 ‘역간척’ 사업에 힘이 실리고 있어요. 훼손된 갯벌에 다시 바닷물을 잘 통하도록 하는 작업이지요. 김 교수는 “최근 국가 차원에서 갯벌을 지키려고 적극적으로 움직여 반갑다”며, “갯벌은 탄소 흡수뿐 아니라 먹거리를 생산하고, 생태적, 지형적 측면에서도 매우 독특하고 우수한 소중한 자원”이라고 전했답니다.
●인터뷰
김종성(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갯벌의 가치,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요?”
Q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갯벌이 가진 경제적 가치는 정말 큽니다. 우리 식탁을 풍요롭게 해주는 고마운 곳이기도 하죠. 한 예로 20여 년 전 간척공사가 한창일 때 경기도 화성갯벌에서 가리맛조개를 채취했어요. 3시간 걸려 1m3 퇴적물 안에 사는 가리맛조개를 모두 잡았는데, 무려 200마리였어요(그림a). 이 가리맛조개는 2003년 화옹호 방조제가 완공된 후 모두 죽었습니다(그림b). 사라진 남양만 일대 갯벌은 대략 45km2니까, 사라진 가리맛조개의 가치는 현재 시세(1kg 당 2만 원)를 따졌을 때 약 9000억 원에 이르죠. 단 한 종의 조개만도 가치가 엄청난데 갯벌의 수많은 생물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비단 이뿐 아니라 우리나라 갯벌은 탄소중립의 핵심 역할을 해줄 거라 믿습니다. 이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건 숙명이 되었어요. 이러한 가치까지 생각하면 정말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거예요. 갯벌을 더욱 잘 보전하고, 복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Q어린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신가요?
우리나라 갯벌은 ‘세계 제일의 갯벌’입니다. 독특한 지형과 풍요로운 서식처를 제공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해양생물 다양성을 갖고 있지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만큼, 이제 우리가 가진 세계 제일의 갯벌을 잘 가꾸고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생겼습니다. 다시는 간척과 매립과 같은 과도한 개발로 갯벌을 통째로 없애는 일을 해서는 안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