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 기자는 한국의 갯벌이 세계의 인정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4개 갯벌 중 전북 고창갯벌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한국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강원대학교 우경식 교수님, 그리고 람사르고창갯벌센터와 함께했지요.
기자의 눈 앞에 물결무늬가 수놓아진 모래갯벌부터 울퉁불퉁한 표면에 햇빛이 반짝거리는 차진 펄까지 한번에 볼 수 있는 서해 고창갯벌의 모습이 펼쳐졌어요. 갯벌 바닥엔 갯지렁이와 고둥이 지나간 길이 그림처럼 남아 있었고, 바닥 퇴적물로 배불리 식사를 마친 게들은 집을 만들려고 밖으로 버린 동글동글한 배설물 사이를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죠. 펄 표면에 숭숭 뚫린 크고 작은 구멍은 갯벌에 사는 다양한 생명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살아 숨 쉬는 땅’이었어요. 고창갯벌은 10년 넘게 폐양식장으로 방치되다 바닷물을 다시 흘려주는 역간척 사업이 진행됐고,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걸을수록 발이 점점 빨려 들어가는데요?”
양손에 카메라와 수첩을 들고 걷던 기자가 푹푹 빠지는 발에 당황하자 우경식 교수는 “아까는 모래갯벌이었고, 지금은 펄이 많은 곳이라 그렇다”며, “한국의 갯벌에는 모래-혼합-펄갯벌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곳이 있는데, 퇴적물의 종류에 따라 고유한 생물이 살고 있어 갯벌에 다양한 생물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지금 밟는 이 갯벌도 겨울에 오면 아주 다른 모습일 것”이라며,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는 갯벌도 계절마다 모습이 다르고, 특히 이곳 고창갯벌이 그런 변화를 잘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평균수심 1680m, 최대 수심 4000m에 달하는 동해와 달리, 서해는 평균 수심이 44m로 매우 얕습니다. 얕은 바다는 보통 육지에서 밀려온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지는데, 서해는 1만 1000년 전 빙하기에 육지였던 땅이 바닷물에 잠기며 만들어졌습니다. 이때 고도가 높은 땅은 수천 개의 섬으로 바뀌며 복잡한 해안을 이뤘지요. 우 교수는 “서해는 수심이 얕고 해안 경사는 완만한데,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최대 6~9m까지 크게 나서 갯벌이 형성되기에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좋은 조건“이라고 하셨어요.
●인터뷰
우경식(강원대학교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전공 교수)
최선하(람사르고창갯벌센터 명예습지생태안내인)
“한국의 갯벌, 단연 세계 최고입니다.”
Q세계유산 등재, 한 차례 위기가 있었다고요?
우 세계유산 평가는 등재, 보류, 반려, 등재 불가 4단계로 나뉘어요. 2019년 심사 자문기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한국의 갯벌 현장에 와서 직접 살펴본 후,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중요 서식지로 인정된다고 했어요. 다만 5월에 공개한 보고서에서 유산으로 신청한 지역 중 인천 강화도 등 남한 북부의 갯벌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아 ‘반려’ 의견을 냈어요. 하지만 모든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에 우리 갯벌의 가치를 알리고, 앞으로 유산지역을 확대하겠다고 설득해 전원 지지를 얻으며 등재를 이끌었죠.
세계자연유산으로 인정받으면, 어민들이 갯벌에서 그동안 해온 전통 어업활동이 금지될 거란 오해도 많아요. 하지만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는 선에서 계속될 거예요. 인간의 채집 활동이 이제는 생태계의 먹이사슬 중 하나로 자연에 동화됐다고 보거든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고 무조건 인간의 활동을 막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Q세계자연유산 등재를 보며 어떠셨나요?
최 그동안 갯벌센터에서 갯벌의 가치에 대해 알렸던 일이 의미 있었다는 생각에 뿌듯했어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계기로 모두가 갯벌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