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무는 OO나무예요. 수피가 떨어진 모양이 마치 군인 제복의 얼룩을 닮았죠?!”
지난 1월 28일, 성균관대학교 캠퍼스에서 소지현 연구원을 만났어요. 만나자마자 함께 캠퍼스 안을 돌아다니며 나무를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OO나무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소지현 박사님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꽃이 없으면 수피로! 식물 구분법
얼룩덜룩 수피가 떨어진 나무의 정체는 바로 모과나무예요. 모과나무는 기자의 눈에 조금 이상해 보였어요. 잎이 하나도 없는 앙상한 나무 끝에 열매 몇 개만 달려 있었거든요. 관심을 두고 나무를 유심히 보자, 소지현 연구원은 겨울에 나무를 분류하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어요.
“나무를 분류할 때 가장 큰 특징은 꽃이에요. 그런데 꽃이 없는 가을이나 겨울엔 수피(나무 껍질)만 봐도 식물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벚나무는 수피가 가로로 벗겨지고, 소나무는 거북이 등껍질처럼 불규칙하게 벗겨지거든요!”
캠퍼스 곳곳에서 나무의 이름을 찾고, 꽃눈을 구경하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어요. 소지현 연구원은 이렇게 식물을 관찰하다 그 매력에 빠져, 10년 넘게 식물을 연구하게 되었다고 설명했어요.
“저는 식물을 관찰하고 분류하는 식물분류학자예요. 대학생 때 이화여자대학교 생명과학과 이남숙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며 식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요. 식물분류학 수업이라 교실 밖으로 나가 나무들을 관찰하고, 이름을 찾아보고, 특징을 발견해 교수님과 같이 이야기 나눴어요.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저절로 기억하게 됐지요. 덕분에 식물과 사랑에 빠지게 됐답니다!”
개화 시기 탐사로 알아낸 것은?
소지현 연구원은 지구사랑탐사대에서 식물 개화 탐사를 이끌고 있어요. 식물 개화 시기에 대한 후배 연구원의 연구를 보고 관심을 갖게된 것이 계기가 되었지요.
“지난 2019년, 이화여자대학교 식물계통분류학 연구실의 김혜원 연구원이 기후 변화에 따른 개화 시기 변화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지난 50년 동안 홍릉수목원에 있는 나무 73종의 개화 시기와 기상 정보를 활용했지요. 분석 결과, 나무의 개화 시기는 50년 전과 비교해 약 8.5일 정도 빨라졌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또 기온이 1℃ 상승하면 평균 1.2일, 강수량이 1mm 많아지면 약 2.6일씩 식물의 개화 시기가 빨라졌습니다. 이 자료를 통해 다시금 기후 변화에 대한 문제 인식을 크게 느끼게 되었지요.”
이어 식물 다양성의 중요함에 대해서도 강조했어요. 소지현 연구원은 “흔히 생태계 다양성 하면 동물을 떠올리기 쉬운데, 식물 다양성 또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식물 다양성이 낮은 생태계는 질병이 하나만 퍼지더라도 전체가 멸종되는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그래서 최근 식물학자들이 식물 다양성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지요.
“기술이 발달하면서 식물을 세포나 DNA 등 분자 수준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었고, 식물 분류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더 다양한 종으로 나뉘거나, 분류군이 바뀌기도 했어요. 우리가 식물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사탐 데이터가 식물 생태계 비밀 밝힌다
소지현 연구원과 함께하는 지구사랑탐사대의 개화 시기 탐사는 지난해 처음 시작됐어요. 첫 탐사임에도 많은 대원들이 참여해 주었지요. 지난 한해 동안 대원들이 올려준 식물 개화 탐사기록은 2730건으로, 전체 탐사기록에서 가장 많았어요. 소지현 연구원은 지구사랑탐사대의 탐사가 식물 생태계를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고 힘주어 말했어요.
“더 정확한 연구를 위해 시민과학자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지난 연구에서 사용한 홍릉수목원의 데이터는 일부가 사라졌거든요. 전국의 지사탐 대원들이 탐사한 자료가 차곡차곡 모여서 10년 이상 쌓이면, 미세 기후*에 대한 다양한 연구도 할 수 있을 거예요!”
정확한 식물 개화 시기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선 탐사 방법을 잘 지켜야 해요.
“꽃봉오리 상태일 때부터 꽃이 완전히 필 때까지 최대 한달 동안 그 과정을 봐야 하니, 다른 종 탐사에 비해 비교적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방법대로 탐사하지 못했다고 해도 걱정하지 말아요.
이 탐사를 통해 지사탐 대원들이 식물에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의미가 있거든요. 식물을 사랑하는 대원들이 더 많아진다면, 앞으로 훌륭한 식물학자가 탄생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올해는 다양한 식물 미션 데이와 현장 교육을 계획하고 있어요. 곧 현장에서 만나요~!”
용어정리
*미세 기후 : 좁은 지역 내의 기후 차이. 지표면의 생태나 지상으로부터 1.5m 이내의 기상상태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