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화학자 레오 베이클라이트가 1907년에 플라스틱을 발명한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플라스틱의 대량생산이 시작됐어요. 이후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이 만들어지고 있지요. 플라스틱은 얼마나 생산되었을까요? 그리고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을까요?
매년 12월, 영국의 왕립통계학회에서는 ‘올해의 통계’라는 제목으로 한 해 동안 가장 이슈가 되었던 숫자들을 뽑아 발표해요. 2018년 올해의 통계 우승자는 ‘90.5’가 선정됐답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 숫자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날드 기어 교수팀이 2017년에 발표한 ‘모든 플라스틱의 생산과 사용, 운명’이라는 논문에 등장해요. 여기에서 90.5는 ‘1950년부터 2015년까지 만들어진 모든 플라스틱 쓰레기 중 재활용되지 않은 플라스틱의 비율’이랍니다. 65년간 만들어진 플라스틱의 90.5%가 사용된 후 곧바로 쓰레기로 변한 거죠.
연구팀은 유럽연합, 미국, 중국 등 세계 각국의 플라스틱 사용 보고서에 나온 통계자료를 정리해 플라스틱의 생산과 이용량을 조사했어요. 그 결과, 65년간 총 83억t(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됐고, 그중 63억t이 쓰레기가 되었다고 추정했지요. 플라스틱 쓰레기 중에선 9.5%에 해당하는 6억t만이 재활용되었답니다. 재활용되지 않은 90.5%의 쓰레기는 소각되거나(12.7%) 지구 어딘가에 그대로 방치(77.8%)되어 있고요.
이렇게 방치된 플라스틱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5mm 미만의 작은 조각으로 쪼개져 결국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가요. 이것이 ‘미세 플라스틱’이지요.
최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진영 박사팀은 ‘미세 플라스틱이 체내에 흡수되면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내용을 발표했어요. 연구팀이 실험 물고기로 흔히 쓰이는 제브라피쉬에게 수십nm(나노미터. 1nm은 십억 분의 1m)의 미세 플라스틱을 투여한 결과, 배아*의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된 것으로 나타난 거예요. 연구팀은 “미세 플라스틱은 자체로도 미토콘드리아를 손상시키지만, 다른 독성 물질과 결합해 독성을 증폭시키기도 한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