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일본원숭이야. 나도 라쿤처럼 호기심이 많고 머리가 좋아. 눈덩이를 굴릴 정도로 노는 걸 좋아하지. 반면 라쿤과 달리 외로움을 잘 타서 가족과 동고동락 하는 걸 좋아해. 그런데 이런 동물의 본성을 지켜주지 못하는 동물원들도 있대.
야생동물체험시설, 기자가 가 보니…!
지난해 9월, 기자는 부천의 한 동물원에서 북극여우 5마리를 만났어요. 전시장은 북극처럼 얼음이 그려져 있었으나, 재질은 시멘트나 콘크리트로 보였어요. 마승애 수의사는 “북극여우는 야생에서 혼자 살아 이 크기의 동물사*에 2~3마리만 살아야 한다”며, “개체수가 많아 스트레스를 받고, 약한 개체는 먹이와 물 경쟁에 질 것”이라고 말했어요.
이 동물원은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실내 동물원이었어요. 환경부는 2018년 보고서에서 이런 야생동물체험시설이 2014년 46개에서 2018년 상반기 154개로 늘었다고 발표했어요. 이중 카페처럼 식음료를 주는 ‘동물카페’는 같은 기간 19개에서 84개로 늘었지요. 조사에 참여한 마승애 수의사는 “동물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시설은 찾기 힘들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어요.
야생동물체험시설은 열악한 환경 탓에 지적을 받아왔어요. 2018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현장 조사한 전국 20곳 중 어디도 은신처와 풍부화물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어요. 은신처는 숨는 본성을 위해 모든 동물에게 필요해요. 20곳 중에는 바닥재와 급수에 문제가 있는 곳도 많았고,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아 반복 행동을 하는 ‘정형행동’은 17곳에서 관찰됐지요.
이뿐만 아니라 체험프로그램도 안전하지 못한 방식으로 이뤄졌어요. 어웨어는 서울의 한 동물원에서 먹이 주기 체험에 이용되던 코아티가 2019년 우결핵으로 사망했다고 밝혔어요. 우결핵은 사람도 감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이지만 동물원은 관람객에게 이 사실을 알릴 의무가 없어요. 이런 탓에 전문가들은 동물체험시설에서 또다른 전염병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지요.
야생동물체험시설이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는 동물원 관련법이 꼽혀요. 동물원 등록시 동물복지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요구한 조건을 지키는지 검사하지 않거든요. 게다가 동물이 10종 혹은 50개체를 넘지 않으면 동물원으로 등록하지 않아도 운영할 수 있지요.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동물을 만지고 싶은 욕구가 늘어난 탓도 있다”며, “동물원을 야생동물의 집이라 생각하고 친구 집을 방문할 때처럼 존중하고 배려하길 바란다”고 말했어요.
한편,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관람객이 줄어들어 동물카페 수도 감소했어요. 어웨어는 2019년 64개로 조사됐던 동물카페가 2020년 48개로 감소했다고 7월 발표했어요. 동물카페가 키우던 라쿤과 미어캣 등은 어디로 갔을까요? 마승애 수의사는 “분양되지 못했다면 유기됐거나 사망했을 것”이라고 우려했어요. 실제로 지난해 6월까지 유기 라쿤은 7마리가 발견됐답니다.
용어정리
*동물사 : 동물원에서 한 동물이 사는 구역. 전시되는 공간과 전시되지 않는 방인 ‘내실’을 모두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