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되었으니, 밤 산책을 즐겨볼까하소. 한밤 중의 숲은 조용하고, 평화로워서 걷기에 좋소. 물론 수확할 전기도 풍성하고 말이소. 햇빛도, 사람도 없는 곳에서 어떻게 전기를 수확하는지 궁금하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전기
지난 201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교 애스워스 라만 교수팀은 컴컴한 밤하늘에서도 전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발전기를 만들었어요. 연구팀은 지구와 밤하늘의 온도차를 ‘열전 소자’를 이용해 전기 에너지로 바꿔줬답니다.
낮에는 태양에서 지구를 향해 열이 전달되지만, 반대로 밤이 되면 지표에서 우주를 향해 열이 전달돼요. 태양빛이 닿지 않는 우주 공간은 영하 270℃ 정도로 매우 차갑지만 지구는 낮 시간 동안 받은 태양열 에너지 덕분에 상대적으로 더 따뜻하기 때문이죠.
이 온도차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바로 열전 소자예요. 열전 소자는 열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주는 장치랍니다. 열전 소자는 두 금속판 사이에 반도체가 끼워진 모양이에요. 한쪽 금속판에만 열을 가하면 열전 소자의 양쪽에 온도 차이가 생겨요. 그러면 반도체 안에 있던 전자 또는 정공*이 온도 차이를 줄이기 위해 열 에너지를 반대쪽 금속으로 전달하죠. 즉, 열에 의해 전자의 흐름이 생겨 전기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연구팀이 제작한 발전기는 1m2당 약 25mW(밀리와트)의 전력을 만들었어요. 이 전기 에너지로 LED 전구를 켜기도 했답니다.
펄펄 눈이 옵니다♬ 눈으로 전기 에너지를!
에너지 하베스팅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눈은 반가운 존재가 아니에요. 태양전지의 경우, 눈구름이 태양을 가리거나 태양전지 위에 눈이 쌓이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거든요. 또한 얼어붙은 눈의 무게로 인해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제대로 돌지 못하기도 하고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교 리처드 카너 교수팀은 “방해꾼인 눈을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만들자”는 역발상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연구팀은 눈과 실리콘을 문질렀을 때 마찰전기가 생긴다는 점을 이용했답니다. 눈을 구성하고 있는 물 분자는 굽은 분자 구조를 갖고 있어서 분자의 한쪽은 양전하를, 다른 쪽은 음전하를 띠어요. 눈과 실리콘이 서로 닿으면 물 분자의 극성이 실리콘 내부 전자에 영향을 미쳐 전자의 흐름이 생기고, 이로 인해 마찰전기가 생기죠.
연구팀은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실리콘과 전극을 재료로 마찰전기 나노발전기를 만들었어요. 실리콘과 눈 사이에 마찰전기가 발생하면 실리콘으로 옮겨간 전자가 전극으로 이동하며 전기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죠. 이 발전기를 신발 밑에 깔면 눈을 밟을 때마다 전기 에너지가 발생해요. 또한 발전기 위로 눈이 스치고 지나가도 전기 에너지가 생기죠. 연구팀은 “이 발전기는 스키 등 겨울 스포츠 분야나, 눈이 내리는 방향과 눈이 흩날리는 속도를 측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답니다.
용어정리
* 정공 : 반도체에서 전자가 빠져나가 비어 있는 자리. 전자와는 반대로 양전하를 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