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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지구를 빚어내다!

진흙은 수억 년간 지구 지형을 다채롭게 빚어내는 조각가이자, 그간 지구 환경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꼼꼼히 기록한 역사가라고 할 수 있어. 진흙이 간직한 이야기 들어볼래?

 

지구는 진흙과 식물의 합작품!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지질학자 네일 데이비스는 2018년 3월, 진흙과 식물이 지구의 지형을 만들어 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데이비스 연구팀은 먼저, 기존의 연구 논문 1200여 개를 통해 여러 식물이 등장한 시기와 이 시기의 진흙층 두께를 비교했어요. 그리고 고생대 말부터 퇴적된 진흙층이 있는 125개의 강에서 퇴적층을 채취한 뒤, 전체 퇴적층에서 진흙층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해 봤지요. 


그 결과, 약 4억 5600만 년 전부터 3억 3500만 년 사이 진흙 퇴적층이 10배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이 시기는 초기 식물이 지구에 등장한 시기와 거의 일치해요. 데이비스 박사는 약 4억 5000만 년 전 이끼류 식물이 진흙을 붙잡아 바다로 흘러가지 못하게 했다고 설명했어요. 그러다 4억 3000만 년 전 초본식물*이 등장했고, 3억 8200만 년 전 목본식물*이 나타났죠. 초본식물과 목본식물들은 이끼류 식물보다 튼튼해 큰 뿌리로 많은 진흙을 퇴적시켰고, 또 진흙을 단단하게 굳혀 암석이 만들어졌어요. 그 결과 현재와 같은 지구 모습이 탄생한 거죠. 데이비스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토대로 진흙이 식물을 진화시켰는지, 식물이 진흙을 쌓았는지 선후관계를 알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답니다.

 

진흙이 쓴 일기장 대공개!


지난 8월 19일, 전남대학교 지질학과 전승수 교수는 갯벌 단면 ‘필’을 신안군에 기증했어요. 이 필은 약 25cm부터 6m의 깊이의 퇴적층을 굳힌 것까지 다양해요. 필에는 수천 년 동안 지구가 견뎌온 환경의 기록이 있지요. 갯벌 진흙은 1000년에 약 50~100cm가 쌓이거든요.


필을 연구하면 수천 년 전의 수심, 생물의 행동, 해수의 온도는 물론 태풍같은 자연재해 여부 등을 알 수 있어요. 갯벌 퇴적층에 갑자기 빠른 흐름으로 만들어진 모래층이나 자갈층이 나타나면 태풍이나 해일 같은 거대한 물살이 몰려왔던 것을 뜻해요. 이 층의 모래 알갱이를 방사선 동위원소로 분석하고 위 아래 퇴적층과 비교하면 태풍이나 해일이 일어난 시기도 알 수 있지요. 필 속 생물체를 분석하면 해수의 온도 등 이 생물체가 살던 당시 지구의 환경도 유추할 수 있답니다.

 

△ 경사가 완만한 퇴적 지형(원). 파도의 강도가 셀수록 바닥과 만나는 면적이 커 퇴적층이 완만하다. 이를 통해 강한 태풍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 PDF에서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_ 인터뷰

전승수(전남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갯벌에 가면 수천 년 전 땅을 만져 보세요!"

 

갯벌에 가면 진흙 속으로 손을 깊숙이 넣어보세요. 발을 딛고 있는 표면과 손을 넣은 안쪽이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여러분은 수천 년 전 쌓인 진흙을 만지고 있는 거예요. 그다음, 물이 천천히 들어올 때 맨발로 갯벌 위에 잠시 가만히 서서 기다려 보세요. 발가락과 발등을 간지럽게 하는 무언가가 느껴질 거예요. 그건 먹이를 먹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생물들의 움직임이랍니다!

 

 

용어정리

*초본식물 : 줄기에 목재를 형성하지 않는 식물. 
*목본식물 : 목질 생체조직을 만드는 식물. 나무가 대표적이다.

2020년 19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박연수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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