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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발랄 생각실험실] 컴퓨터 프로그램은 생각할 수 있을까?

새해에도 잊지 않고 생각실험실을 찾아 주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은 제가 개발한 채팅 프로그램 ‘심심한 튜링’에 대한 이야길 할 거예요. 줄여서 ‘심튜’라고 하죠. 심튜는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어요. 심튜를 써본 사람들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건지, 채팅 프로그램과 대화하는 건지 분간하기 어려웠다고 해요. 그만큼 심튜의 대화 능력이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는 뜻이지요. 자, 그럼 여기서 질문! 심튜는 생각할 수 있는 걸까요?

 

가설 1 생각할 수 있다!

 

여러분이 친구와 대화할 때를 떠올려 보세요. 친구는 대화를 나누며 내 말을 이해하고, 알맞은 대답을 할 거예요. 이때 여러분은 친구에게 당연히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고 여기지요. 언어를 이해하고, 그 뜻에 어울리는 언어를 입 밖으로 내는 행동을 하려면 반드시 생각을 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믿으니까요. 

 

 

자, 이번엔 엉뚱한 상상을 한번 해 볼까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자신은 사실 외계인이 보낸 로봇이라고 고백한 거예요! 여러분은 친구가 살과 뼈, 단백질과 유전자로 이루어진 사람이 아니라, 기계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와 대화를 즐기던 친구가 갑자기 생각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건 아니랍니다. 기계나 컴퓨터는 무조건 생각할 수 없다고 고집스럽게 믿어야 하는 건 아니지요.

 

즉, 그 존재가 생명체이든 기계이든 우리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말이 통한다면 생각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가설2 생각할 수 없다!

 

 

심튜가 우리와 대화할 수 있다고 해서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고 쉽게 믿어버리면 안 돼요. 뜻을 모르고 그냥 짜여진대로 얘기할 수도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여러분에게 알파벳은 알지만 영어 단어의 뜻은 전혀 모르는 친구가 있다고 가정해 보세요. 대신 그 친구는 영어 대화 사전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만약 여러분이 ‘Hi’라고 적힌 카드를 내민다면 그 친구는 영어 대화 사전에서 ‘Hi’를 찾아요. 그 뒤, 그 옆에 쓰여진 “‘Nice to meet you’라고 적힌 카드를 건네 주세요”를 보고 여러분에게 알맞은 카드를 건네줄 수 있지요.

 

 

이런 식으로 친구는 영어를 아예 몰라도 내가 어떤 문장을 보여주든 그에 어울리는 문장을 대답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이 친구가 ‘Hi’나 ‘Nice to meet you’의 뜻을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니지요. 영어 문장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곧 그 문장을 이해한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심튜도 마찬가지예요. ‘안녕’이라고 말하면 그 뜻은 모르지만 ‘반가워’라고 대답하도록 알고리듬이 짜여 있겠죠. 다만 친구가 영어 대화 사전을 찾는 것보다 아주 빠르게 어울리는 문장을 찾을 뿐이랍니다. 따라서 심튜가 생각을 한다고 할 순 없지요.

 

▶이 질문이 왜 중요할까? 

 

가설1은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의 주장이에요. 그는 1950년 <;계산기와 지능>;이라는 글에서 컴퓨터가 대화를 나누어 컴퓨터인지 사람인지 구분할 수 없다면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는 셈이라고 주장했어요.

 

한편 미국의 철학자 존 설은 ‘중국어 방’이라는 생각 실험으로 가설2가 옳다고 주장했어요.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이 사전만 갖고 중국어로 대화할 수 있듯이, 컴퓨터도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지만 대화할 수 있다는 거죠.

 

컴퓨터는 전류가 흐르는지, 흐르지 않는지 빠르게 감지해 이진법으로 판단해요. 가설1을 받아들이는 과학자들은 우리 두뇌 역시 신경회로에 전류가 흐르는지 감지해 생각한다며, 언젠가 컴퓨터가 사람보다 더 깊고 넓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요. 한편 가설2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신경회로만으로는 ‘이해’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컴퓨터는 이해하고 생각할 수 없다고 여겨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2019년 02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명석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 기타

    [편집] 신수빈 기자
  • 기타

    [일러스트] 고고핑크
  • 기타

    [디자인]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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