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벌레는 사람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깊은 숲속에 주로 삽니다. 그런데, 올해 왜 이렇게 많은 대벌레가 모습을 드러낸 걸까요? 거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운이 조금 좋았다고나 할까요…?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 유난히 추웠던 봄!
봉산에 대벌레 떼가 나타난 원인으로는 날씨, 천적, 생체 주기 등을 꼽을 수 있어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지난겨울이 따뜻했기 때문이에요. 대벌레는 알 상태로 겨울을 나며 3월 하순에서 4월 경에 부화해요. 이중 일부는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지요. 경기도농업기술연구원이 2012년 대벌레를 사육하기 위해 실험한 결과, 대벌레 알의 부화확률은 0℃ 이하에서 60일간 있으면 63.3%였지만, 90일 이상이면 30%로 떨어졌답니다.
실제로 지난 겨울(2019년 12월~2020년 2월) 전국 평균기온은 영상 3.1℃로 기온을 관측하기 시작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어요. 또,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2℃ 이하인 날도 평균 0.4일로 가장 적었지요. 따뜻한 겨울은 올해만이 아니었어요. 2018년 겨울(2017년 12월~2018년 2월) 평균기온은 영상 1.3℃였지요. 2018년 겨울을 견뎌낸 대벌레가 2019년 여름에 많아져 알을 낳고 2020년에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한 거죠.
여기에 4월의 평균기온도 한몫한 것으로 추정돼요. 2020년 4월 평균기온은 영상 10.9℃였는데 이는 같은 시기의 평년기온*인 영상 12.2℃에 비해 1.3℃나 낮은 추운 봄 날씨였어요. 덕분에 대벌레의 천적인 새들의 알이 부화하는 데 매우 불리한 상황이 됐죠. 새들이 알에서 깨어나지 못하거나, 부화한 어린 새들도 추위를 견디지 못했을 거예요.
대벌레는 한 번 대발생한 곳에서 여러 조건이 맞으면 다시 대발생할 수 있어요. 대벌레는 비행능력이 없어 멀리까지 이동하지 못하고 주로 한 지역에서 살거든요.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정종국 박사는 “봉산은 2014년 대벌레가 대발생한 고양시 성라산에서 가깝고, 자연자원이 잘 보존된 북한산과 서오릉 등이 인접해 떼로 나타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답니다.
용어정리
* 평년기온 : 일기 예보가 나가는 시점으로부터 측정하는 지난 30년간의 평균기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