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은평구 봉산 해맞이공원에 대벌레가 떼로 나타났습니다. 나무나 정자에 붙어있던 대벌레가 사람들의 머리나 어깨로 떨어지기도 하고, 벤치나 운동기구를 점령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이어졌어요. 그 현장에 나간 어과동 기자를 연결해 보았습니다. 함께 보시죠!
대벌레를 찾아서!
지난 7월 26일, 봉산에 대벌레 떼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기자가 직접 봉산 해맞이공원을 찾았습니다. 등산로 입구부터 병해충(대벌레) 방제를 하고 있다는 현수막이 커다랗게 걸려 있었지요.
대벌레가 얼마나 많기에 뉴스에 나오는지 궁금증을 안고 산을 올랐어요. 하지만 산 중턱까지 올라가도 대벌레를 만날 수 없었어요. 대벌레로 인해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는 뉴스 보도와 달리, 가족 등산객들의 손엔 대벌레를 채집한 통이 들려 있었고요.
정상에 다다르자 무언가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어요. 곳곳엔 죽은 대벌레들이 있었지요. 산 정상, 봉산정에는 벤치 아래, 나뭇가지 사이, 정자 밑 등에는 살아있는 대벌레들이 많았지만, TV에서 본 것만큼 많지는 않았어요.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은평구청이 9회 차(7월 27일 기준)에 걸쳐 살충제를 뿌리거나 대벌레를 손으로 잡아 방제작업을 했기 때문이에요.
은평구청은 대벌레 개체 수가 줄어들 때까지 방역을 계속할 예정이에요. 하지만, 국립산림과학원은 방제작업에 대해 고민이 많아요.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정종국 박사는 “대벌레는 큰 피해를 주는 곤충이 아닐 뿐 아니라, 화학 방제로 이로운 곤충까지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답니다.
대벌레, 정말 나쁜 해충일까?
산림청은 대벌레가 밤나무, 아까시나무 등 활엽수의 잎을 갉아 먹어 산림해충으로 구분하고 있어요. 그런데, 대벌레는 정말 나무에게 위험한 곤충일까요? 정종국 박사는 “앞으로 2~3년 동안 지금처럼 대벌레가 많이 발생한다면 어떤 상황이 될 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대벌레가 갉아먹어 죽은 나무는 없었다”고 말했어요.
대벌레는 많이 먹지 않아요. 2012년 경기도농업기술원이 대벌레가 하루 동안 얼마나 먹는지 실험해본 결과, 한 마리의 대벌레는 하루 평균 약 4cm2의 나뭇잎을 먹었어요. 무게로 따지면 약 0.9g 정도지요. 또, 알려진 만큼 알을 많이 낳지도 않아요. 경기도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 이진구 박사는 “최근 뉴스에서는 대벌레 한 마리가 600~700여 개의 알을 낳아 빠르게 번식한다고 알려졌지만, 대벌레를 실험 관찰한 결과, 대벌레 한 마리는 일생 동안 약 100~150개의 알을 낳는다”고 말했어요. 이어, “방제하는 이유가 사람이 혐오감을 느끼기 때문이라면, 대벌레를 죽이기 보다는 사람이 지나는 곳에 기피제를 뿌려 대벌레가 오지 않도록 방역하길 바란다”고 제안했답니다.
우리곤충연구소 정부희 소장은 “나무는 1차 생산자로, 곤충이 나무를 먹는 건 당연하다”면서 “대벌레는 해충이 아니다”라고 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