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이런 변이 있나! 똥의 화려한 변신


 
“윽! 웬 똥이야! 밟을 뻔했네~. 똥파리도 잔뜩 있잖아? 우…, 우에엑!”
위이잉~! 안녕, 난 똥파리야. 사람들은 참 이상해. 똥이 더럽다고 피하기만 하는데, 사실 똥은 우리 똥파리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정말 중요하게 쓰인다고. 똥이 뭐가 중요하냐고? 못 믿겠다고? 그럼 지금부터 날 따라와 봐.

똥, 얼마나 알고 있니?

킁킁! 오~, 여기 먹기 좋은 건강한 똥이 있네! 인간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양의 똥을 싸온 덕분에 우리 똥파리들도 포식할 수 있었지. 하지만 사실 요즘 길거리에서 똥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아. 아빠는 ‘존 스노’라는 인간 때문에 언제부턴가 똥 찾기가 어려워졌대. 무슨 말이지?

 



인류는 언제 똥으로부터 벗어났을까?

인류를 똥으로부터 구한 사람은 150여 년 전 영국의 의사 존 스노예요.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상하수도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거리는 그냥 내버려진 똥과 오물로 넘쳐났어요. 거리를 걸어다니면 숨쉬기 힘들 정도로 악취가 진동을 했지요. 그런데 1854년 여름, 콜레라가 영국 런던을 덮치면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어요. 당시 의학계는 악취와 같은 공기 속 나쁜 기운이 병을 부른다고 굳게 믿었지요.

하지만 스노는 콜레라 환자들을 조사해 사망자 중 대부분이 브로드가에 있는 물 펌프로 물을 마셨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그는 우선 펌프의 손잡이를 제거했어요. 그러자 브로드가의 사망자가 크게 줄었지요.

계속 조사해 본 결과, 콜레라 유행 직전에 한 주민이 콜레라로 죽은 아기의 똥 기저귀 빤 물을 펌프 근처에 있는 오물통에 버린 사실도 알아냈어요. 또한 오물로 오염된 템즈강의 물이 가정에 공급된다는 사실도 알아냈지요. 그는 병의 원인이 공기가 아니라 오염된 물을 마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오염된 물이 콜레라를 퍼뜨린다는 논문을 썼어요.

스노의 논문을 통해 공중 위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어요. 거리에 똥을 버리면 처벌한다는 법령이 만들어졌고, 오물과 하수를 깨끗하게 처리하는 시설도 생겨났답니다.

가장 이색적인 똥 직업은?

인간은 똥이 더럽다고 피하지만, 동서고금 귀천을 막론하고 어떤 동물이든 먹으면 똥을 싸게 돼 있어. 따라서 사람들에게 똥 치우는 일은 매우 중요한 숙제였지. 그래서 똥과 관련된 직업은 역사적으로 유서가 깊대. 똥으로 먹고산 사람들, 한번 알아볼까?

똥 직업 1 갑옷 담당 종자


신분 중상
업무 강도 ★★★
위험성 ★★★★

갑옷 담당 종자는 기사 계급에서 가장 낮은 견습 기사로,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기사를 따라다니며 갑옷을 손질하고, 식사와 잠자리 등을 살피는 일을 했어요. 이런 일은 생각보다 더럽고 고됐어요. 생각해 보세요. 중세 시대에 한 번 전투가 벌어지면 몇 시간이 지나도 쉽게 끝나지 않았어요. 갑옷에 지퍼가 달린 것도 아니고, 20~30kg이나 나가는 갑옷을 혼자 입고 벗을 수도 없어서 기사들은 용변이 급하면 전투가 끝날 때까지 갑옷 안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지요.

이 때문에 갑옷 바깥은 말과 사람의 피와 진흙으로 범벅이 됐고, 갑옷 안은 땀과 오물로 가득 차 있었어요. 전투가 끝나면 갑옷 담당 종자는 악취가 진동하는 갑옷을 깨끗하게 손질해 다음 전투에 대비했어요. 전쟁 중 귀했던 물 대신 모래와 식초, 오줌을 섞어 갑옷을 닦았답니다.

똥 직업 2 초석장이

신분 중하
업무 강도 ★★★
위험성 ★★★

똥이나 오줌이 땅속에 오랜 기간 묻혀 있으면 질산칼륨과 질산나트륨으로 분해돼요. 질산과 질산나트륨이 바로 화약의 재료가 되는 질산염이에요. 그래서 초석장이는 화약의 재료인 질산염을 얻기 위해 똥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어요.

게다가 ‘질 좋은’ 오줌과 똥을 얻기 위해 별별 수단을 다 동원했지요. 17세기 영국의 국왕은 질 좋은 화약을 얻기 위해 초석장이에게 아무 집이나 들어가 여기저기 파헤쳐도 좋다는 특권을 부여하기까지 했어요. 이 때문에 남의 집 지하분뇨 저장소로 들어가기 위해 집주인의 허락도 없이 마루를 뜯어내는 일까지 있었답니다.

똥 직업 3 왕실 변기 담당관

신분 상
업무 강도 ★★
위험성 ★★★

16세기 영국에는 왕실 변기 담당관이 있었어요. 당시 왕은 신성한 존재라 백성들은 왕을 위해 모든 일을 해야 했지요. 그 중에서도 왕의 엉덩이를 닦는 왕실 변기 담당관은 지저분하지만 추앙 받는 자리였어요. 오직 고위 귀족만이 왕의 엉덩이에 손을 댈 수 있었거든요.

왕이 용변이 급하면 변기 담당관은 실내용 변기인 ‘클로즈 스툴’을 얼른 가져왔어요. ‘스툴’은 왕의 똥을 가리키는 말이지요. 왕이 똥을 싸면 변기 담당관이 ‘다이어퍼 천’으로 엉덩이를 닦아 주고,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배변 내용물을 검사해 처방을 내렸어요. 다이어퍼 천은 두껍고 흡수성이 좋은 천으로, 이 단어에서 기저귀를 뜻하는 영어 ‘다이어퍼’가 유래됐답니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도 왕의 매화(똥)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왕이 변기인 ‘매화틀’에 앉아 일을 보고 나면 상궁이 깨끗한 명주 수건으로 뒤를 닦아 주었어요. 동시에 *내의원에서는 왕의 매화를 자세히 살피고, 심지어 직접 맛까지 보면서 왕의 건강을 진단했답니다.

*내의원 : 조선시대 궁중의 의약을 맡은 관청.

똥 직업 4 분뇨 수거인

신분 하
업무 강도 ★★★★
위험성 ★★★★

아직 근대 상하수도 시설이 갖춰지기 이전에 사람들은 건물 위에서 그대로 인분이나 쓰레기를 거리로 쏟아 버리곤 했어요. 그럼 오물이 행인들의 머리에 떨어져 봉변을 당하곤 했지요. 16세기 들어서는 영국 런던에 인구가 급증하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 불어난 오물이 더욱 큰 문제로 떠올랐어요.

이에 런던시는 공중 화장실을 곳곳에 짓고, 정화조 청소부인 분뇨 수거인들을 관리하기 시작했어요. 분뇨 수거인들은 밤 9시에서 아침 5시까지, 야간에만 작업을 하도록 정해져 있었어요. 그래서 캄캄한 밤 희미한 촛불에 의지한 채 공중 화장실의 정화조에 있던 배설물을 퍼냈지요. 인분이 무릎이나 허리, 심지어 목까지 차는 환경에서 일했기 때문에 악취와 유독가스에 찌들어 희생되는 경우도 많았어요.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한 똥 덩어리

아직도 똥을 더럽다고 무시하는 거야? 그렇다면 똥 덩어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인 나라들의 이야기를 들려 줄게. 얼마나 대단한 똥이길래 전쟁까지 일어난 걸까?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한 똥을 만나 보자!

똥섬의 비극, 나우루 공화국


나우루 공화국은 적도 부근에 위치한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예요. 그런데 약 100년 전, 평화롭던 이 작은 섬나라에서 ‘인광석’이 발견되면서 시련이 시작됐어요.

인광석은 주로 인산칼륨이 들어 있는 광석으로, 새똥이 쌓여 굳어서 만들어져요. 질 좋은 비료의 원료가 되기 때문에 유럽의 선진국들이 탐내는 귀중한 자원이었지요. 나우루 공화국은 산호초 위에 새똥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섬이라, 섬 전체가 인광석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독일, 영국, 일본 등이 번갈아가며 나우루를 손아귀에 넣고 인광석을 팔아 돈을 챙기기 시작했어요.

1968년 독립한 나우루는 점령국들이 했던 그대로 인광석을 캐다 팔았어요. 그 결과 1970년대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1.5배가 될 만큼 큰 부자가 됐지요. 힘든 채굴 작업은 주변 섬에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시켰으니, 나우루인들은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큰돈을 벌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인광석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30년 만에 모두 고갈되고 말았어요. 인광석이 떨어지기까지 대비할 시간이 있었지만,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나우루 공화국은 결국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되고 말았어요.

게다가 마구잡이로 인광석을 캐내 섬이 온통 상처투성이가 되고 말았어요. 더 큰 문제는 파낸 인광석만큼 고도가 낮아져 섬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위기에 놓였다는 거예요.
 
마구잡이로 인광석을 캐내 황량하게 변한 나우루 공화국(왼쪽)과, 나우루 공화국 위성사진(오른쪽).

페루 VS 칠레, 남미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똥 덩어리

남아메리카 서부 지역은 19세기 중반부터 구아노와 초석의 매장지로 주목받았어요. 태평양 연안에 있는 볼리비아의 땅 아타카마 사막에는 풍부한 초석이 매장돼 있고, 페루의 해안가에는 새들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바닷새들이 몰려와 구아노를 만들어냈거든요. 초석은 화약의 주원료이고, 구아노는 새똥이 쌓여 만들어진 인광석 중 하나로 비료의 주원료가 돼 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았어요.

초석과 구아노 때문에 주변국들과 영국, 프랑스, 미국 등과 같은 서구 열강은 남아메리카 서부 지역에 눈독을 들이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어요. 결국 1879년, 칠레가 볼리비아에 선전포고를 하며 자원전쟁이 시작됐어요. 볼리비아는 페루와 동맹을 맺으며 칠레에 대항했지요. 이게 바로 남미 태평양전쟁(1879~1884)이에요.

이 전쟁의 승리는 칠레 쪽으로 돌아가게 돼요. 전쟁에서 진 페루는 구아노 산지를 빼앗기고, 볼리비아는 풍부한 초석 산지를 빼앗기며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돼요. 게다가 볼리비아는 바다로 이어지는 영토를 빼앗겨 내륙국이 되고 말지요.

하지만 전쟁에서 승리하고 자원을 독차지한 칠레의 행복도 오래가지 않았어요. 20세기 초 독일의 화학자 하버가 초석과 구아노 없이도 화약과 비료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개발하며 두 광물의 인기가 사그라들었거든요. 결국 칠레의 경제 역시 쇠퇴하며 남미 태평양전쟁의 진정한 승자를 가릴 수 없게 됐답니다.
 

화해의 상징이 된 코끼리 똥

똥이 얼마나 위대한 자원이었는지 잘 봤지? 이번에는 훈훈한 이야기를 들려 줄게. 스리랑카에서 서식지를 잃은 코끼리와 인간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어. 그리고 이 전쟁에서 화해의 상징이 된 게 바로 똥이지.

코끼리 똥 종이의 탄생


야생 코끼리가 많은 스리랑카에서는 코끼리와 인간의 마찰이 잦았어요. 사람들이 코끼리의 서식지인 산림을 파괴하자, 살 곳을 잃어버린 코끼리가 먹을 것을 찾아 사람이 사는 곳으로 내려오며 갈등이 심해진 거지요. 재산과 생명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코끼리를 총으로 쏴 죽였고, 공격받은 코끼리가 다시 인간을 습격하는 악순환이 시작됐어요.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1975년 스리랑카인들은 핀나웰라라는 곳에 코끼리 고아원을 만들었어요. 이곳에 70마리의 코끼리가 살게 되었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어요. 코끼리는 정말 많이 먹고, 똥도 엄청 많이 싸거든요. 1마리가 하루에 180kg의 먹이를 먹고, 16번 똥을 싸는데 그 양이 50kg이나 돼요. 그러니까 70마리의 코끼리가 똥을 싸면 얼마나 많겠어요? 코끼리 고아원에는 하루에 무려 3.5톤, 한 달에 100톤이나 되는 똥이 쌓이기 시작했어요. 보통 문제가 아닌 거지요.

이 많은 똥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던 스리랑카인들은 전통 방식의 코끼리 똥 종이 만드는 법을 생각해 냈어요. 코끼리는 소화능력이 약해서 50kg의 똥을 싸면 그 중 10kg의 섬유질이 그대로 나와요. 이 10kg의 섬유질로 A4 660장을 만들 수 있지요. 즉, 코끼리 한 마리가 싸는 똥으로 하루에 660장의 종이를 만드는 거예요. 계산해 보면 코끼리 한 마리가 1년에 약 24만 장의 종이를 만드는 건데, 이건 30년생 나무 240그루로 만들 수 있는 종이 양이에요. 나무도 살리고, 코끼리 똥 종이를 팔아 생긴 수익금은 코끼리 보호에 사용되니 모두가 행복한 방법을 찾은 거지요.
 

코끼리 똥 종이 어떻게 만들까?

코끼리가 똥을 싸면 잘 말린 뒤 세척해서 소금물에 넣고 24시간 팔팔 끓인다. 이렇게 똥을 끓인 뒤 남은 섬유질을 체에 거르고 편평하게 해서 그늘에서 말리면 종이가 만들어진다.

➊ 코끼리 똥을 햇볕에 건조한다.
➋ 세척 후 소금물에 끓인다.
➌ 체에 걸러 말린다.
➍ 코끼리 똥 종이 완성!

특별 인터뷰 1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전충훈 대표

Q 코끼리 똥 종이, 직접 만드시나요?


저는 스리랑카와 일본 기업과 협력해 2009년 우리나라에 최초로 코끼리 똥 종이를 소개했어요. 스리랑카에서 코끼리 똥 및 종이 를 만들면, 일본이 코끼리 똥 종이 제품을 디자인 해요. 한국은 스리랑카와 일본, 한국 이 3국을 잘 협력시켜 코끼리 똥 종이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맡고 있지요.

Q 코끼리 똥 종이에서 냄새는 안 나나요?

코끼리 똥 종이를 처음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냄새를 맡더군요. 하지만 원래 코끼리 똥 자체가 그렇게 냄새가 나지 않아요. 풀만 먹는 데다 소화도 잘 못시켜서 화학반응이 잘 안 일어나거든요. 게다가 세척하고 끓이기까지 하니 코끼리 똥 종이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답니다. 또 끓이는 과정에서 세균이 죽으니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없어요.

Q 코끼리 똥 종이의 원조는 어디인가요?

스리랑카예요. 간혹 태국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스리랑카에서 코끼리 똥 종이 만드는 법을 배워간 장인들이 태국에 소개한 거예요. 그런데 과거 우리나라에도 코끼리 똥 종이가 있었어요. 이름은 ‘상분지’예요. 코끼리 상(象), 똥 분(糞), 종이 지(紙)라는 한자에서 보듯 코끼리 똥으로 만든 종이지요. 왕실에서 매우 귀하게 썼다고 합니다.

Q 서울대공원과 함께 ‘액션 대공원’이라는 프로젝트를 한다던데, 그게 뭔가요?

액션동물원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공익적인 목적을 갖고 있는 여러 벤처 기업들이 서울대공원의 숲, 동물원, 미술관 등을 활용해 기획한 프로젝트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대공원 동물들이 싸는 똥으로 종이, 퇴비, 연료를 만들기도 하고, 폐목재를 활용해 디자인 제품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내년에는 서울대공원에 똥 연구소도 세워질 예정이에요.

이제는 귀한 자원, 똥

아직도 똥이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는 걸 인정 못하겠다고? 그렇다면 에너지도 되고 식수도 되는 귀한 똥들을 만나봐. 그리고 35년 간 한결같이 똥 처리 연구를 해 오신 똥 박사님도 모셨어. 이제 똥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걸?

똥을 먹고 달린다! 영국의 똥 버스


변기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는 우스꽝스러운 이 버스는 영국의 똥 버스예요. 영국의 배스 시에서 브리스톨 공항까지 승객들을 데려다 주는데, 사람의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를 연료로 하기 때문에 ‘똥 버스’라고 불려요.

어떻게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가 연료가 되냐고요? 매년 브리스톨 하수 처리장에서는 사람의 배설물 7500만m³과 음식물 쓰레기 35000톤을 깨끗하게 처리하는데, 여기에서 1700만m³의 바이오가스를 추출할 수 있어요. 이는 약 83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지요. 똥 버스는 이 바이오가스를 연료로 사용해요. 바이오가스만으로 버스를 완전히 충전하려면 5명이 1년 동안 싼 똥이 필요하다고 해요. 그러면 40명의 승객을 태우고 300km까지 움직일 수 있지요.

똥은 에너지뿐만 아니라 마시는 물로도 변신할 수 있어요. 최근 빌게이츠 재단에서 빌 게이츠가 사람 똥을 정화해 만들어진 깨끗한 물을 마시는 사진을 공개했어요. 사람 똥을 깨끗한 물로 정화하는 기계의 이름은 ‘옴니 프로세서’예요. 이 기계는 똥을 1000℃ 이상의 고온으로 태워서 나오는 가스는 에너지로 쓰고, 깨끗하게 걸러낸 물은 식수로 만들어 내요. 고온으로 인해 발생한 순수한 수증기를 걸러내기 때문에 냄새도 나지 않지요. 위생 시설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에서 오염된 물을 마시고 질병에 걸리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요.

특별 인터뷰 2
한국의 똥 박사, 박완철입니다!

Q 똥으로 대체 뭘 연구하는 건가요?


저는 인간과 동물의 똥, 음식물 쓰레기 등을 깨끗하게 처리해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어떻게 똥이 깨끗해지나요?

미생물을 이용했습니다. 온 산을 헤집고 다니며 분해 능력이 좋은 ‘바실러스’라는 균 10종을 찾아냈지요. 이 미생물을 연구실에서 배양해 똥과 오물로 가득찬 정화조에 넣으면 미생물이 똥과 오물을 분해해 물이 다시 깨끗해져요. 특히 저는 미생물을 딱딱하게 고형화한 뒤, 5~10년 간 천천히 녹으며 분뇨를 깨끗하게 처리하도록 했어요.

Q 35년이나 똥 처리 연구를 하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똥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그대로 강이나 바다로 흘러들어가요. 그럼 물이 오염돼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겠죠. 수질 오염을 막고 환경을 지키고 싶은 사명감 덕분에 연구를 계속 할 수 있었습니다.

Q 힘든 점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똥을 깨끗하게 처리하는 정화조를 개발하기 위해 똥 냄새도 맡고, 손으로 만지기도 하고 심지어 똥통에 빠진 적도 있어요. 하하~.
똥통에 빠졌다고 하면 남들은 기겁을 하지만, 저는 그때 연구자로서 큰 기쁨을 맛봤어요. 정화조에서 똥이 깨끗하게 잘 처리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똥통에 올라섰다가 실수로 빠졌거든요. 그런데 똥에서 별로 냄새가 안 나는 거예요. 정화조가 제대로 작동해 똥이 잘 분해 되고 있다는 의미지요. 제가 개발한 정화조가 잘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참 기뻤답니다.

Q 가족들이 싫어하진 않았나요?

생각보다 집에서 싫어하지 않았어요. 고마운 일이지요. 똥을 채취하러 갔다가 시간이 늦어지면 그냥 집에 갖고 가는 날도 많았어요. 그럼 똥이 상하지 않게 집에 있는 양동이에 물을 받아 똥을 넣어 놓았지요.
하루는 집에 똥을 갖고 갔는데, 똥물에 젖은 상자 바닥이 찢어져 그만 똥이 쏟아지고 말았어요. 아내가 굉장히 당황하고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담하게 함께 치워 줘 정말 고마웠던 기억이 나네요.

귀한 자원으로 점점 더 그 가치를 높이고 있는 똥. 화장실에서 무심히 흘려보낸 똥 한 덩어리가 모르는 사이 종이나 에너지, 물 등 다양한 형태로 다시 만들어지고 있어. 그러니 똥과 똥을 사랑하는 똥파리들을 너무 싫어하지 말아 줘. 킁킁!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나네? 그럼 난 다시 똥을 찾으러 가 볼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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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6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정 기자
  • 도움

    박완철 박사 KIST 친환경에너지사업단장
  • 도움

    전충훈 대표
  • 오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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