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 지구에 생물막이 없는 곳이 없군요? 그런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작은 미생물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물막을 만드는 걸까요?
생물막은 물속을 헤엄치던 세균이 단단한 표면에 붙으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해요. 대부분 세균은 편모*를 사용하여 움직일 수 있는 이동형과 편모가 없어져 단단한 표면에 붙을 수 있는 부착형, 이 두 가지 모습을 왔다 갔다 해요. 헤엄치던 이동형 세균이 단단한 표면 가까이 다가가 달라붙으면 부착형으로 변해요. 이후 생물막의 구성 물질인 세포외 다당류를 분비하면서 생물막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죠.
이렇게 붙어버린 세균은 세포 분열을 하면서 작은 군락을 만들어요. 올해 7월,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진보양 박사후연구원과 보니 베슬러 교수의 공동 연구팀은 콜레라*의 원인균인 ‘비브리오 콜레라(Vibrio cholerae)’ 군락이 생물막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관찰했어요. 각각의 개체를 구분할 수 있도록 형광단백질을 삽입한 뒤, 현미경으로 3분에 한 번씩 16시간 동안 1만 개의 콜레라균이 자라나는 과정을 촬영했지요.
콜레라균의 생물막은 관찰 후 5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바깥으로 움직이며 커졌어요. 이때, 바닥과 가까운 균들은 바닥에 부착했고, 위쪽에 있는 균들은 포물선 모양으로 움직이면서 생물막을 키웠지요. 각각의 세균이 위치에 따라 ‘부착’과 ‘확장’으로 역할을 나누어 맡은 거예요.
그렇다고 생물막이 무작정 커지지는 않아요. 생물막이 너무 두꺼워지면 내부 깊숙한 곳의 세균이 잘 자라지 않거나, 부착력이 약해져 벗겨질 수도 있거든요. 성숙한 생물막에서는 이동형 세균이 새롭게 자라나요. 이들이 기존의 생물막을 떠나 다른 표면에 부착하면 새로운 생물막이 만들어진답니다.
용어정리
*편모 : 긴 채찍 모양의 세포 기관으로, 움직일 때 쓰인다.
*콜레라 : 물을 통해 전염되는 급성 전염병. 심한 구토와 설사를 일으켜 몸을 탈수 상태로 만들며 사망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