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끈질긴 생물막을 어떻게 쉽게 없앨 수 있을까요? 혹시, 생물막을 인간에게 이롭게 쓰는 방법은 없을까요?
생물막, 마이크로로봇으로 제거하라!
우리가 원하지 않은 곳에 자라난 생물막은 큰 피해를 줄 수 있어요. 금속 파이프나 저장 탱크 틈에 생긴 생물막은 부식을 일으켜 틈을 만들 수 있어요. 몸속으로 들어온 병원균이 생물막을 만들면 항생제로도 제거가 어려워져 병이 심각해지죠.
생물막을 없애려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쓸 수 있어요. 문지르거나 닦는 물리적인 힘으로 생물막을 파괴하거나, 화학 물질을 사용해서 생물막을 이루는 성분을 파괴하는 것이지요. 이런 방법들은 지금도 일상에서 흔히 쓰여요.
그런데 201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바이오필름 연구실의 황길수, 구현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은 생물막을 제거하는 마이크로로봇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발표했어요. 생물막을 제거하려면 먼저 생물막에 산화철 나노입자와 소독약으로 쓰이는 과산화수소를 뿌려요. 이때 산화철은 촉매 반응을 일으켜 과산화수소를 불안정한 이온으로 분해해요. 이 이온이 생물막의 구성 성분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물막을 분해하고 해로운 균을 죽이게 되지요.
연구팀은 산화철 나노입자가 자기장을 따라 움직인다는 점을 이용하여 자석으로 조종하는 로봇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앞으로 정교한 의료기기는 물론, 몸속에 생긴 생물막까지 이 로봇 시스템으로 제거할 계획이랍니다.
생물막, 우리 생활에 활용하라!
생물막은 우리 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기도 해요. 대표적인 것이 오염을 제거하는 ‘바이오필터’지요. 바이오필터는 인간이 제거하기 힘든 오염물질을 생물막 속 미생물이 대사 활동을 통해 대신 분해해주는 장치예요. 폐수처리장에서 쓰이는 ‘살수여상법’이 여기에 속해요.
살수여상법은 돌을 쌓아둔 수조 위에 폐수를 뿌리는 방식으로 진행돼요. 유기물질을 분해하는 미생물은 돌 위에서 자라는데, 돌 틈으로 흘러드는 폐수의 유기 오염물질을 섭취하여 분해하며 성장하지요. 즉 미생물이 생물막을 잘 만들수록 폐수가 더 잘 정화될 수 있는 거예요. 이때, 미생물들이 산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구석구석으로 공기가 들어갈 수 있도록 돌을 채워넣은 것이랍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미생물을 활용해 유독가스나 중금속을 정화하는 여러 바이오필터가 쓰이고 있지요.
▲ 폐수 정화시설에서 폐수를 뿌리는 모습. 폐수가 돌 사이에 붙어 자라난 생물막을 통과하면 폐수 속 유기 오염물질이 분해된다.
_인터뷰
김동엽(전북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치학교실 조교수)
“충치가 싫다고요? 입속 생물막을 관리하세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입속 생물막은 어떤 종류의 미생물이 만들까요? 입속 생물막을 연구하는 전북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치학교실의 김동엽 교수님께 여쭤봤어요.
Q 우리 입속에는 어떤 미생물들이 생물막을 만드나요?
입속 미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부위는 크게 부드러운 조직과 단단한 조직으로 나뉩니다. 여기서 ‘단단한 조직’이 치아예요. 평소에는 침이 치아 표면을 얇게 덮고 있고, 침에 들어있는 미생물이 치아에 붙어 생물막을 만들죠. 이들이 만든 생물막은 충치를 잘 만들지 않아요.
그런데 설탕을 함유한 음식을 먹으면, 충치 유발균(Streptococcus mutans)이 설탕에 반응하여 활동하면서 다당류의 일종인 ‘글루칸’이 만들어져요. 이 다당류가 충치 유발균을 모으면서 치아 생물막이 견고해집니다.
Q 치아 생물막을 놔두면 어떤 일이 생기나요?
치아 생물막을 놔두면 더 단단해져서 일반 칫솔질로 제거하기 힘들어집니다. 또한, 충치 유발균이 모인 생물막을 놔두면 이들이 치아를 산성으로 만드는 ‘젖산’을 분비하면서 충치가 시작되지요. 끔찍하죠?
Q 윽! 이가 썩지 않으려면 입속 생물막을 제때 없애야겠군요?
입속 생물막을 제거하려면 결국 칫솔질과 치실로 물리적으로 닦아내야 해요. 또한, 식단 관리도 중요하죠. 설탕이 충치 유발균의 연료로 사용되니까요. 충치 유발균이 쓰기 좋은 당이 많이 든 가공식품보다는 통곡물이나 천연식품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가공식품을 먹었을 때는 물을 자주 마시고 신경 써서 이를 닦는 게 좋겠죠?